대혁의 얼굴이 조금씩 웃더니 이내 온 얼굴이 주름질 정도로 환히 웃었다. 너무도 좋아 웃음을 주체할수 없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우십니까?"

대혁은 연월의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채 고개를 돌리어 계속해서 웃었다. 연월은 대혁이 자꾸만 웃자 부끄러웠다.

"그렇구나. 네게 사랑한 이가 나였다니... 하하하."

"이상합니다. 춘심님은 사랑을하면 좋은것이라 하였는데, 어찌 대혁님만 즐거우시옵고 저는 즐겁지 않습니까?"

"사랑은 받는쪽이 즐거운 법이다. 나는 너의 사랑을 받았지 않았느냐?"

"허면 대혁님께서도 제게 사랑을 주십시요."

연월이 부탁하자 웃기만 하던 대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대혁은 대답없이 연월만 쳐다볼 뿐이었다. 연월은 실망스러웠다.

"죄송합니다. 인간이 어찌 요괴를 사랑할수있겠습니까? 쓸데없는 말을하였습니다."

연월은 고개를 숙였다. 한숨을 내쉬며 슬픈눈으로 마을을보는 연월을 보자니 대혁의 마음도 안쓰러웠다. 대혁은 연월이 가져온 꽃한송이를 주워 들었다.

"연월아... 왜 그런 슬픈얼굴을 하고있는것이냐?"

"슬프지 않습니다."

"그러면 환히 웃거라. 나는 너의 웃는얼굴이 보기 좋다."

대혁이 말을 할수록 더욱 토라지는 연월이었다.

"연월아 손을 줘 보거라."

연월은 대혁의 얼굴도 보지않고 땅에다가 손을 툭 얹었다. 대혁은 연월의 손을 잡아 들더니 꽃반지를 끼워주었다. 연월은 자신의 손가락의 꽃반지를 보고는 화색이 되었다.

"나는 아직 답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결단을 내려 슬퍼하는것이냐?"

"그럼... 대혁님도 저를 사랑하시는 것입니까?"

"또 스스로 결단을 내리는구나."

"그럼 어느쪽이란 말씀이십니까?"

대혁은 아무말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이 더 깊어지기전에 돌아가야겠다."

대혁은 대답을 회피했다

"저는 답을 듣기전까지는 꼼짝도 하지 않을것입니다."

연월은 단단히 각오를 하며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대혁은 이미 걷기 시작했다. 연월은 놀라 일어나 뒤따랐다. 앞장서 걷던 대혁은 그런 연월이 우스웠다. 연월은 대혁이 앞을보고 걸을때면 꽃반지를보며 환희 웃었고, 대혁이 뒤돌아보면 곧바로 토라진척을 했다. 하지만 전부 미묘한 차이로 대혁의 눈에 들어왔다.

"아직까지 화가난 것이냐? 하는 수 없지..."

대혁이 연월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을 달라는 뜻이었다. 연월은 순간 자신의 꽃반지를 뺏길거같아 고개를 저으며 손을 꽉쥐었다.

"내 특별히 함께 손을잡고 걸을까 했는데... 싫으면 하는수 없지."

대혁은 천천히 손을 내려놓고 있었다. 연월은 손이 떨어질새라 얼른 붙잡았다. 대혁은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웃었다. 연월과 대혁은 손을 꼭잡고 마을로 들어섰다.

"대혁님. 생각해보니 대혁님께서 대답을 해주시지 않더라도 상관이 없을것 같습니다."

"정말이냐?"

"저는 대혁님을 사랑하는것이 행복합니다. 대혁님께서도 절 사랑해주신다면 더 행복하겠지만 그리 해주지 않으셔도 대혁님을 사랑할것입니다. 하지만 싫다는 대답을 듣는다면 상처를 받겠지요. 그러니 대답을 모른체 저 혼자 사랑하는것이 나을것 같습니다."

연월이 이쁜말만 골라서 말하자 대혁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끌어올랐다. 목구멍으로 뜨거운 한마디가 뛰쳐나오려하자 대혁은 입을 꾹 막았다. 대혁은 연월의 손을 놓았다.

"이제 끝이다."

"예? 아직 집까지는 많이 남았습니다."

손을 놓아 아쉬워하는 연월이었다.

"더 잡고간다면 내손이 닳을수도 있지않느냐?"

"허면 조심스럽게, 소중히 잡겠습니다."

대혁은 이미 스스로 팔짱을 꼈다. 사실, 대혁은 연월의 손을 잡고있을수록 목구멍으로 새어나올듯한 한마디를 막을수 없을것 같아 자신도 아쉽지만 연월의 손을 놓은것이다. 연월은 꽃반지만 만지작거리며며 대혁을따라 걸었다.

연월과 대혁이 집에 다 다르자 집앞에는 두 남자가 서있었다. 다름아닌 태범과 동섭이었다.

"누구시오?"

태범과 동섭은 대혁의 말을 무시하고 연월의 앞으로 다가갔다.

"태범님. 어쩐일로 인간세상에 나오셨습니까?"

"오랜만이구나."

"태범님? 아는사람이냐?"

"너에게 할 얘기가 있어 인간세상에 잠시 나왔다."

"무슨 얘기십니까?"

"동굴속에 많은 도께비들이 너를 그리워하고있다. 너는 우리들이 보고싶지 않은게냐?"

"저도 보고싶습니다. 매일매일 떠올리고 생각합니다."

"그럼 함께 돌아가자꾸나."

대혁은 태범의 앞을 가로막았다.

"보아하니 도께비같은데, 네놈 눈에는 내가 보이지않는것이냐?"

"누구의 앞을 가로막는것이냐! 인간따위가 감히!"

태범은 화를 내는 동섭을 손짓으로 진정시켰다.

"나는 연월과 얘기하러왔지. 네놈과 얘기하러 온것이 아니다."

"연월은 네놈과 할 얘기가 없을것이다."

대혁은 연월의 손을 잡더니 집으로 급히 들어가려 했다.

"하찮은 퇴마사 따위가 죽기위해 발악을 하는구나."

태범이 자신을 지나가려던 대혁에게 말했다. 대혁은 태범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퇴마되고 싶은가보구나?"

"하하하... 연월아 네 말대로 인간은 재밌구나. 목숨을 걸고 농을하다니... 다치고 싶지 않거든 그 손을 놓고 썩 꺼지거라."

태범은 가소롭다는 눈으로 대혁을 쳐다보았다. 대혁과 태범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누가 주먹을 뻗어도 이상하지않았다. 그때였다.

"그만들 하십시요!"

연월이 대혁의 손을 놓더니 두사람 사이에 들어가 화를내며 태범과 대혁을 떼어놓았다.

"대혁님. 태범님과 할얘기가 있으니 먼저 집으로 들어가주십시요."

대혁은 무언가 한마디 하려했지만 화가 난 연월을 보니 아무말도 할수없었다. 대혁은 얌전히 집안으로 들어갔다.

"어찌 인간을 해하려 드시는 것입니까?"

"주제를 모르고 나서는 놈은 혼을 나야하는법이다."

"아가씨. 이제 그만 돌아가셔야 합니다. 2일후면 아가씨는 끌려갈것입니다."

"다시 동굴로 돌아오거라. 네가 말한 유과라는 것과 강정이라는 것도 한수레 끌고가자꾸나."

"제가 간다면 대혁님께서 해를 입으실것입니다."

"하지만 가지않는다면 네가 어떤 해를 입을지 모르지않느냐?"

연월은 입을 다문체 아무말 하지않았다.

"나는 네가 다치는 꼴을 볼수없다. 네가 싫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너를 동굴로 데려갈것이다. 동섭아. 연월을 메거라."

"예."

동섭이 연월에게 다가갔고 태범은 걷기시작했다.

"저도, 저도 그렇습니다. 태범님이 제가 다치는 모습을 볼수없듯, 저도 대혁님이 다치는 모습을 볼수없습니다. 생각도하기 싫습니다. 그래서 갈수없습니다."

동섭이 연월을 메려는 순간. 연월이 다급히 말했다. 태범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았다.

"놈이... 인간이기때문이냐?"

"아닙니다."

"혹 놈에게 약점이라도 잡혔느냐?"

"아닙니다."

"그렇다면 설마..."

태범은 고개를 저으며 믿을수 없다는 얼굴을 하였다. 연월은 미안한 얼굴을 하였다.

잠시후, 집안의 대혁은 마루에 앉아있었다.

"따라가진... 않겠지?"

혹시나 연월이 가버릴까 하는 마음이 대혁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대혁은 문을열어 확인하고 싶었다. 대혁이 문을 열기위해 손을 뻗다가 멈추었다.

"어찌 이런생각만 나는 것이냐? 네놈은 연월을 믿지 않는것이냐? 그 아인 내게서 도망친적이 한번도 없다. 이번에도 올것이다. 그리 믿자."

대혁은 스스로를 꾸짖으며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하며 냉큼 손을 내렸다. 그때, 문이 열리고 연월이 들어왔다. 대혁과 눈이 마주친 연월은 대혁을 노려보았다.

"혹시 제가 도망이라도 칠까봐 문을열어보시려 한것입니까?"

정곡을 찌른 연월이었다. 대혁은 무언가 변명을 하기위해 입을 열었지만 이미 연월이 대혁을 지나쳐 마루에 앉았다.

"아까 그 도께비들은 무엇이냐?"

"제 벗들입니다."

"너를 데리러 왔다 하였는데... 따라갈것이냐?"

"저는 태범님을 따라갈수 없습니다."

"어째서 따라가지 못하느냐?"

"대혁님께서 항상 옆에 붙어있으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허니 따라갈수 없는게지요."

대혁은 연월이 기특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되었다. 분명 태범을 따라간다면 아무런 해를 입지 않을것인데 되려 자신의 옆에남아있기 때문이었다. 연월은 아직 못다읽은 '언년이의 사랑'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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