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는 목소리와 다른 작가들의 목소리에 밑줄을 쳐본다.
긍정적인 단어에는 동그라미
부정적인 단어에는 세모
여러 의미를 가지는 단어에는 네모

작가가 자신의 꿈을 담아 적어낸 단어들을 도형 안에 가둬버린다.
그러고선 내 목소리도 그 안에 가둬본다.

언제부터 글을 읽을 때 남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했던가.
언제부터 글을 읽을 때 독자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해야 됐던가.
도대체 언제부터 글이 사람들을 고통 받게 하는 존재였던가.

내가 적어낸 '글'들은 동그라미로 묶여야 하는가.
아니면 세모로 묶여야 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네모로 묶여야 하는가.

1연의 '단어'와 2연의 '단어'는 상반되는 개념을 가지던가.
아니 애초에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입시 문학은 동그라미로 묶어야 하는가. 세모로 묶어야 하는가.

그대들이 어떤 답을 적었던 동그라미를 쳐주고 싶다.
내게 긍정적인 단어는 그대들의 답 뿐

작가들의 목소리가 담긴 단어들에게 채워진 도형들을 부숴버리고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리고 그들의 목소리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그제야 문득 깨닫는다.

연필로 적어낸 나의 답지는 지우개 앞에서 연약히 지워져버리지만
인쇄되어 찍힌 그들만의 답지는 도당체 지워지지가 않는다.
이걸 지워내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의 눈물 뿐

적어도 내가 적어낸 글에서 만큼은
오답이 정답이다.
정답이 오답이다.
작가가 그대이다.
독자가 나이다.
적어도 그대가 읽어낸 글에서 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