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섭아 들리느냐."

"예. 태범님. 말씀하십시요."

"연월이는 어떻더냐. 잘 지내고 있는게냐?"

"지금 장터란 곳을 걷고있습니다."

"장터? 그곳에도 갔단 말이냐? 혹시 옆에 남자와 함께 걷고있느냐?"

"예. 아가씨를 잡아간 그 놈입니다."

"그렇다면 연월이에게 밧줄은 묶여있지 않느냐?"

"아닙니다. 밧줄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인간들이 헐뜯고 있진 않느냐?""

"인간들 또한 아가씨와 놈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 알겠다. 하지만 연월이를 헐뜯거나 해하는자가있다면 즉시 없에거라."

"예."

동섭은 목걸이에서 손을 놓았다.

"저리 기뻐보이는 아가씨는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군... "

동섭은 다시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대혁과 연월은 장터에서 빠져나와 다시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장터 구경은 어땠느냐?"

"신기한것이 많았습니다. 특히 그 유과라는것... 참으로 맛있었습니다. 정말 잊지 못할맛이었습니다."

"나도 누군가의 부풀어오른 볼만은 잊지 못할것이다."

연월은 자꾸만 부끄러운 모습을 들추는 대혁을 노려보았다.

"으아아아앙"

그 때, 어디선가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연월은 울음소리를 향해 걸어갔다.

"어디가는게냐?"

대혁은 연월을 따라갔다. 연월의 앞에는 어린 아이가 울며 서있었다.

"엄마. 으아아아앙"

"어찌 울고계신것입니까?"

"엄마가 안보여 으아아아앙"

"그렇다고 울고계시면 되겠습니까? 제가 도와드릴터이니 함께 찾아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연월이 길 잃은 아이를 도와주려했지만 아이는 계속 울기만했다.

"옷차림새가 말끔한것을 보아하니 방금 엄마를 잃어버린것 같은데..."

"어찌하면 울음을 멎게할수 있겠습니까?"

"이럴땐... 맛있는것을 입에 하나물려주면 울음을 뚝 그치곤 하지."

연월은 대혁의 말에 주머니를 꺼냈다. 연월이 주머니를 열자 유과가 보였다.

"다먹었다고 하지않았느냐?"

"모르는 일이옵니다."

"입을 한껏 부풀려서 없다고하더니 몰래 숨겨 먹으려했느냐. 치사하구나."

연월은 대혁을 한번 노려보았다. 대혁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회피했다.

"처음에는 그러려했으나 역시 거짓을 말하면 안된다생각하여 다시 드리려했지만,
대혁님께서 놀리시는 것에 재미가 들리신듯하여 차마 드리지 못했던것입니다."

연월은 유과하나를 집더니 아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맛있다..."

아이는 울음을 멈추었다.

"하나 더 드시겠습니까?"

"응. 더 줘"

연월은 웃으면서 아이의 손에 유과가 든 주머니를 주었다.

"아이의 부모님을 찾아주어야할것 같습니다."

"뭐? 그걸 우리가 왜 찾아주어야 하느냐. 포졸들에게 부탁하면 되지않느냐?"

"대혁님 께서 아이의 어머니가 주변에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직 이주변에 어머니가 있을것인데 포졸에게 부탁을하러간다면 가는 시간과 또한 포졸들이 오는시간 때문에 되려 정말 잃어버리고 말것입니다."

대혁은 귀찮은듯 했다. 연월은 대혁에게 실망한듯한 얼굴을 보였다.

"아이님. 어머니와함께 어디서 오셨는지 기억나십니까?"

아이는 손으로 가르켰다.

"반대로 간다면 어머니와 만날 가능성이 클것입니다.
아이와 함께 갈터이니 대혁님께서는 왔던길로 가주십시요"

"내가 왜 그런일을 해야하느냐?"

연월은 아무말없이 아이와함께 걸어갔다. 대혁은 쓸데없는일에 말려들어 짜증이 났다.

"어찌 요괴가 인간을 걱정하는 거야."

대혁은 궁시렁거리면서 아이가 가리킨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혹시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잃어버린 이가 없냐고 물어보았지만
전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대혁은 괜히 헛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집에가고싶지만, 괜히 또 이상한얼굴로 노려볼지도 몰라."

대혁은 연월이 향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얼마안가 연월과 아이를 찾을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의 옆에는 왠 여인이 서있었다.

"엄마를 찾은 모양인데..."

멀리서 보기에는 아이의 엄마가 연월에게 감사를 표하는듯 했다.
하지만 대혁이 서서히 다가가자 이상함이 느껴졌다. 연월은 고개숙인채 아무말 않고 있었고 아이의 엄마가 화를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아이의 엄마가 연월의 손목을 붙잡고 끌고가려 했다. 대혁은 서둘러 달려갔다.

"이년 이거 신고해야되. 내 아들을 납치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어머니를 찾아주려고..."

"어디서 거짓을 말하는거야? 네년이 어제 밧줄에묶여 마을로 들어오는걸 본사람이 나밖에 없을줄알아? 네년 무슨죄를 졌길래 끌려온거야. 딴마을에서 유괴하다가 잡힌거 아냐?"

"뭐하는 짓인가!"

대혁은 연월의 손목에붙은 아낙네의 손을 띄어넸다.

"어찌 아이를 찾아준 은혜를 이리 갚는겐가?"

"넌 또 뭐야? 공범이야? 좋아 아주 쌍으로 포도청에 끌려갈줄 알아. 여기 누가 포졸좀불러주세요! 유괴범이야!"

아낙네는 큰소리로 포졸을 찾았다.

"네놈이 지금 누구앞에서 큰소리를 치는 지모르나본데... 이 마패가 보이지 않는게냐?"

대혁은 허릿춤을 보여주었다. 아낙네는 깜짝놀라 고개를 숚이었다.

"아이고 나리... 허나 어제 이 년이 밧줄에 묶여 들어온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옵니다. 이런 죄인이 오라없이
돌아다닌 다는것은 신고하는것이 마땅한 일이 아니옵니까."

"이 여인은 내가 잡아 데려온 여인이다. 내가 옆에있는데 왜 오라를 묶어야하겠느냐?"

"아이고... 죄인의 얼굴만 본다고 어제 나리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나봅니다요. 죽을죄를 졌습니다요"

"나에게 사과를 하려하지말고..."

대혁의 말이 끝나기전에 연월이 달려갔다. 대혁은 갑작스레 달린 연월을 뒤쫓아갔다.
연월이 달려간곳은 집이었다. 대혁은 문앞에 놓인 밧줄을 보았다.

"역시... 어제 밧줄로 묶어선 안됬던거였는데..."

연월은 마루에 앉아 고개를 숙인채 있었다. 대혁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다만 분명 자신때문에 연월이 상처입은것임은 분명했다.

"어찌 그러신것입니까"

"그것이... 내가 하고싶어서 묶은건 맞는데..."

연월이 고개를 들자. 촉촉한 눈망울이 보였다. 순간 대혁은 자신이 잘못했음을 깊이 께달았다.
또한, 너무도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니 변명따윈 생각도 나지 않았다.

"미안하다..."

잠시후, 대혁은 방에들어가 천장을 보고있었다.
대혁은 깊은 걱정에 빠진듯 했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듯 문을 열어 고개를 내밀었다.
마루에는 아직도 연월이 앉아있었다.

"연월아... 너는 배고프지 않냐? 나는 지금..."

"아직 반성의 시간이 남으신듯 하옵니다."

대혁은 뒤도 돌아보지않고 말하는 연월의 싸늘한 말투에 다시금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문이 열어 얘기를 꺼냈다.

"반성은 많이 했다. 내 잘못이 무엇인지도 알고있다. 그러니..."

연월이 고개를 살짝돌려 노려보자 대혁은 깜짝놀라 문을 닫아버렸다.

"연월아. 내일 장터에 가서 유과를 사올테니 그만 화를 풀거라."

연월은 아무말 없었다.

"아직도... 화난건가?"

대혁이 문을 살짝열어 마루를 보려했을때 문이 확 열리고 말았다.
대혁은 깜짝놀라 뒤로 자빠졌다. 연월은 웃지 않고 상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방을 나가버렸다. 연월이 대혁을 용서한 것이다.

연월은 마당으로 나와 섰다.

"동섭님. 부탁이있습니다."

연월이 동섭을부르자, 그늘진 곳에서 동섭이 나타났다.

"무엇입니까?"

"부디, 오늘 절 욕했던 그 여인을 해하지 마십시요."

"허나, 태범님의 명이 있었습니다. 아가씨를 욕보이고 해하는 자는 모두 처단하라 하였습니다."

"동섭님. 비록 억울한 상황이지만 저는 죄인으로 보입니다.
죄인이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있는데 어떤 어머니가 이를 참고있겠습니까.
그 여인은 어머니로써의 옳바른 행동을 행한것입니다. 부디 이 일을 태범님께 말하지마십시요."

"... 알겠습니다."

동섭은 다시 그림자속으로 사라졌다. 연월은 목걸이를 두손으로 잡더니 기도하기 시작했다.

"태범님. 들리십니까?"

"연월이구나. 너는 어찌 매일 목걸이를 잡는것이냐?"

"태범님이 제 걱정을 하실까봐 잡게되었습니다."

"너에게 동섭을 붙여놓았는데 어떤 걱정이 있을까봐 그러느냐"

"사실, 오늘도 재밌는 일을 겪어 말씀드리고자 목걸이를 잡았습니다."

"오늘도 재밌는일을 겪었다? 어디 말해 보거라."

"오늘 대혁님께서 마을을 구경시켜주시면서 장터란곳에 대려가주었습니다.
그곳엔 신기한 물건들이 많았는데
유독 유과라는 것이 제 눈에들어왔습니다."

"유과?"

"예. 색색의 눈송이같은것들이 박혀있어 매우 이쁘고, 맛또한 뛰어났사옵니다.
헌데, 입안에 넣으면 그 맛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려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한번 맛보고싶구나."

"제가 돌아갈때 한 수레 끌고가겠습니다."

"그래? 하하하. 그럼 언제쯤 돌아올테냐? 지금? 내일?"

"아직 인간세상에 대해 겪어보지 못한것들이 더 남아있는것 같사옵니다.
다는 겪지못하더라도 조금더 겪고싶습니다."

"연월아..."

"예?"

태범은 무언가 말하려다 멈췄다.

"아니다. 이왕 나간 인간세상. 겪고싶은만큼 실컷 겪거라."

"예. 알겠사옵니다."

태범은 목걸이를 손에서 놓았다.

"연월아... 네가 그렇게 인간세상에대해 얘기해준다 한들... 도께비들은 인간들과 어울릴수 없다. 그러니 될수있는 한 빨리 돌아와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