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의 공원에서 찬 벤치에 앉아 상의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앉아있다. 넌 갑자기 버스 구조에 대해서 내게 알려주고 있다. 버스의 연료 탱크 위치와 바퀴로 인한 좌석 배치, 차종마다 어째서 좌석 배치가 다른지에 대해 열렬히 설명한다.

내 머릿속에는 어느새 아주아주 기다랗지만 텅 빈 좌석으로 가득 찬 버스가 자리 잡는다. 코너를 돌 때마다 손잡이는 이리저리 흔들리는 게 마치 어느 나라의 토속 신앙 행사를 보는 듯하다. 손잡이들도 누군가의 열망일런지? 난 좌석에 앉지 못하고 흘러들어오는 승객들을 맞으며 꿋꿋이 서있다. 제자리에 선다는 건 제자리가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시선을 감내해야 할 이유가 생기는 듯하다. 감내하며 시선을 옮기기란 처음에는 쉽지 않다. 그저 묵묵히 눈동자를 굴린다. 노약좌석과 일반 좌석의 색을 비교하다가, 버스 창문의 크기를 가늠하다가, 두 개가 붙은 좌석의 연속성과 그 사이 생기는 단절을 생각하다가, 정류장과 하차 벨의 관계성 비유를 생각할 때쯤 나는 버스철학을 깨닫는다. 순간적으로 버스는 확장되고 모든 벨은 붉어지고 손잡이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스윙.

정신을 차리니 너는 버스 기사의 위치와 행동의 의무, 당위에 대해 설명한다. 우습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내가 한마디 내려주려다, 너 너머의 작은 버스 한 대를 본다.

한 명뿐인 승객의 얼굴을 보고 웃는다.

또 네 얼굴을 보고 웃는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현실의 내가 너를 깨닫는 과정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