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좀 중후하신 게이머라면 '쯔바이'란 게임 알거임.

일본 게임 제작사 팔콤에서 만든 2D게임인데

출시된 당시 불법 복제의 파괴력을 한껏 받은 비운의 게임임.

내가 CD매장에서 2천원 주고 사봐서 암.

잡얘긴 접어두고

게임을 설명하자면

일단 그래픽이 독특했음.

거기에 2002년도에 출시된 게임치고는 액션이나 퍼즐, 히든요소도 굉장히 잘만듬.

솔까 지금해도 그다지 흠잡을 곳이 없음.

함 해보면 그 때 당시 왜 불법 복제 됐는지 알게 됨.

근데 제목에서도 나와있다시피 원작말고 쯔바이 온라인이 이 글의 주인공임.

내가 어릴 때 재미지게 갖고 놀았던 쯔바이가

국산 게임 제작 회사 위메이드에서 온라인화 되어 나온다는 거임.

그 때 드는 생각은 딱 이것뿐임.

'우왕.'

5년 전 쯤 이 게임이 출시된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던 것도 같았는데

무엇을 준비해왔길래 5년 뒤인 지금 오픈 베타를 하는 것일까. 기대감에 부품.

아마 원작 판권 따오느라 1년 정도 잡아먹었나 봄.

장기간동안 판권을 따내서까지 쯔바이를 온라인화 시키겠다는 그 열정! 황홀했음.

난 곧장 디데이-디아3 출시날 5월 15일도 아닌

5월 3일로 러닝했고

마침내 쯔바이 온라인이 오픈베타로 그 화려한 막을 올림.

팔콤（게임 제작사）이 게임만들 때 甲이라고 불리우는 종목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배경 음악임.

내가 플래쉬,PC,에뮬 게임 거의 1만 개쯤 해봤는데（조금 과장임. 그래도 5천 개는 넘으니 안심.）

팔콤이 만든 배경 음악이 그 중 탑 10에 듬.

그건 쯔바이 원작도 예외가 아니었음.

음악이 놓아주는 마약과도 같은 효과가 헐음.

그런 배경 음악을 온라인 들어가자마자 채널 화면부터 틀어주는 거임.

난 속으로 '이 게임 예사 게임이 아니로군.' 하고 생각함.

그리고 가장 사람이 많은 1채널에 접속함.

오픈베타라 그런지 인구수가 얼마 없었는데

나중에 그냥 채워지겠지 하고 무시하며 들감.

캐릭터 4개 있음.

원래 원작에선 마법사,전사 두 개밖에 없었음.

근데 도적,궁수 두 개가 더 추가된거임.

'와... 어떤 다양성이 나를 덮쳐올까?' 기대됐었음.

그리고 다소 익숙한 마법사 캐릭터를 선택하기로 함.

들어가니까 뭔가 튜토리얼을 스토리성 있게 집어넣음.

스토리 라인은 원작의 스토리가 끝난 뒤의 이야기인데

그 스토리가 뭔지 간략하게 말함.

내 캐릭터가 주인공이라고 치면 주인공의 친구로 '크루노'라는 인물이 있음.

근데 크루노가 갑자기 예전에 용사들이 무찔렀던 마왕팀으로 세뇌됨.

그런 크루노를 구출하는 게 통일보다도 먼저 이룩되어야할 쯔바이 유저들의 올곧은 목표임.

'헐... 이렇게 단순하면서 깊이가 우러나는 스토리가 있을 줄이야...' 감탄을 쏟아냄.

튜토리얼을 다 끝마치고 마을에 들어섬.

순간, 원작의 수채화처럼 부드러운 마을의 모습이 19인치 낡은 LCD모니터 한 폭에 담겼음.

이 때 과거의 향수를 맡고 눈물 찔끔 흘림.

그리고 여러 낯익은 NPC들과 조우하며 퀘스트를 깨고선

그들의 지시에 따라 사냥을 하기위해 밖으로 나옴.

원작에서는 마을 밖으로 나가면 고전게임처럼 월드맵이 따로 펼쳐지는데

온라인도 마찬가지였음.

정겨운 화면에 나는 탄복을 미처 감출 겨를이 없었음.

콧노래로 귓가에 적셔진 BGM을 흥얼대며 초보 사냥터에 룰루랄라 달려갔음.

초보 사냥터는 '카야파 숲'이라는 곳임.

거기서 퀘스트를 받음.

'두리몽인가 뭔가를 3마리 잡아오거라.'

'알게스밈다.' 하고 얼릉 주위 몹들을 잡으러감

액션이 원작하고 다른 것이

원작은 칼질의 이미지와 맞게 그대로 데미지가 들어가는 방식이지만

온라인은 타겟팅 시스템을 도입하여 타겟되지 않은 몹한텐 데미지가 안들어감.

그리고 원작은 모든 사냥터가 인스턴스 던전 형식이었는데

온라인은 사냥터를 개방하여 필드 사냥 형식으로 바꿔놈.

'얼마나 유저들의 편의를 생각했으면 원래 있던 시스템을 다 버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놨을까?'

작은 것에 또 한번 감동이 터져나옴.

그렇게 사냥은 시작됐고 마법 뿅뿅쏴서 NPC와의 약속대로 3마리를 잡아감.

NPC는 날 칭찬해주면서

'잘했어 친구야. 이제 똑같은 몹 잡아서 전리품 3개 얻어오거라.'

이러는 거임.

'아 거 아까 잡을 때 좀 시키지... 알겠어요.' 하면서

마치 어머니께 부리는 투정처럼 앙탈스럽고 업된 마음으로 3개를 구해옴.

역시나 칭찬해주면서

'잘했어 친구야. 이제 다음 사냥터로 가서 내 친구를 만나거라.'

진행 참 자연스러웠음. 그리고 다음 사냥터로 감.

거기서 아까 그 NPC의 친구뻘 되어보이는 요정 친구가 있었음.

걔한테 말을 걸어 또 다른 퀘스트를 요청함.

'친구야. 와주었구나. 이제 몹을 3마리 잡아오렴.'

몹을 잡아감.

'고마워 친구야. 이제 똑같은 몹한테서 나오는 템 3개를 구해다줘.'

갖다줌.

'고마워 친구야. 이제 다음 사냥터로 가서 내 친구를 만나보렴.'

이 패턴이 한 4,5번 반복됨.

그러다가 새로운 패턴 몇 개가 추가됨.

위에 패턴을 0패턴으로 간주하고 내가 패턴들을 정리해봄


1패턴

'친구야. 미니맵에 빨간 표시 3군데 보이지? 거기좀 갔다와줘.'

갔다옴.

'잘했네 우리 친구. 근데 다시 한번 갔다와줘야겠어. 그리고 올 때 거기 조사해서 템좀 얻어와.'

얻어옴.

'와, 가져왔어? 그럼 이제 0패턴을 하렴.'


2패턴

'동지여, 던전을 도시오.'

돌아옴.

'잘했소. 이제 '0패턴'을 줄테니 하시오.'


3패턴

'이봐. 재료좀 구해와. 나무 10개랑 광석 10개 말이야.'

구해옴.

'하나 둘 셋... 대충 맞네. 알지? 0패턴 해라.'


4패턴

'새캬 닥치고 0패턴 두개 한꺼번에 몰아서 해. 제한시간 10분 준다. 못해오면 국물도 없어.'


볼 수 있는 패턴은 거의 이게 끝임.

나는 속으로 고심함.

'위메이드니까... 그래... 양산형 게임 제작소의 대표주자 위메이드니까... 초반만 이럴거야...'

추억을 찾아 게임을 판지 2시간.

모든 퀘스트가 이렇다는 것을 깨달음.

'위메이드니까... 그래, 다른 컨텐츠를 해보자! 쯔바이가 날 실망시킬리 없어.'

채광,낚시,벌목,요리 등

채광은 광석 옆에서 곡괭이들고 스페이스 바 누르면 자동채광
낚시는 호수 옆에서 낚싯대들고 미끼 누르면 자동낚시
벌목은 나무 장작 옆에서 도끼들고 스페이스 바 누르면 자동벌목
요리는 재료 모아서 버튼 클릭하면 포션 4초 걸려 한개씩 자동요리

...

'요즘 MMORPG게임 컨텐츠가 다 이렇지...' 하며 나를 위로함.

이때까지의 내 믿음은 거의 종교였음.

그리고 뭔가 색다른게 있을 거라는 믿음은 나로 하여금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게 만듬.


'도전 던전'이라는 개떡같은 컨텐츠는 그냥 막무가내로 뜨는 몹 싹 쳐잡는 던전.


그냥 일반 던전이나 돌아보자 하고 던전들을 물색하며 들어갔는데

막방에서 보스를 만남.

근데 원작 특유의 보스전 긴장감이 좁쌀만치도 없음.

아하, 난이도를 낮은거 선택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하고 높은거 선택했는데

몹만 들입다 나오고 시덥잖은 퍼즐 몇개 추가하고 보스 병신은 피통 늘고 데미지만 늘어남.


'잊혀진 탑'이라고 피로도 4시간짜리 다 쓰면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이 있는데

사냥터에서 잠수시켜놓고 피로도 억지로 다 쓴 다음에

소박하나마 마지막 희망을 걸며 들어갔더니

역시나 몹 뜨는거 다 잡는 던전.


던전은 좇망이라치고 다 떠나서 제일 족같은게 뭔줄 암?

아까도 언급했던 타겟팅임.

몹도 타겟팅을 함.

몹이 나를 쳤을 때 나는 그 공격을 피함.

분명히 화면 상으로는 난 피했음.

근데도 나는 맞은 걸로 판정됨.

그렇다면 플레이어 타겟팅은 좋을까? 그것도 아님.

마법을 쏘면 그게 타겟팅 된 적에게 유도되어 가는데.

아까도 말했듯이 원작에선 그게 아니었음 직선으로 가는 미사일에 몹이 닿으면

슈팅 게임처럼 그대로 데미지가 입혀지는 시스템이었음.

근데 타겟팅 안됐다고 미사일이 몹을 가로질러 지나감.

이걸 슈퍼마리오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슈퍼마리오에 타겟팅을 넣은 거임.

그리고 적을 밟아서 죽일려했더니 타겟팅이 안돼 있어서

오히려 밟은 마리오가 죽는 경우임.

불쌍한 마리오.


'타겟팅이 없으면 스틸과 의도치 않은 피해가 넘쳐나지 않겠느냐.'


이딴 개소리하는 인간들이 있음.


'그럼 애초에 던전 형식 게임을 필드 사냥에 쑤셔박은 이유가 뭔데.' 라고 답해주고 싶음.


솔직히 이 따위로 액션성 죽일려면 두바이로 이름 바꿔야 함.

국산 양산형 짝퉁 게임이라는 표식임 에미럴.

비로소 나는 쯔바이 온라인에 대한 믿음이 사이비 종교였다는 사실을 깨우침.

사실 단점,원작과의 비교,버그들만 두,세 줄로 쭉 늘어놓으면

이 글 분량의 3,4배는 될거임.

근데 안 씀.

왜냐면 나의 추억을 개패듯 날려먹은 것은 쯔바이 '온라인 온라인 온라인'이기 때문에

원작에 피해를 끼치고 싶은 의도는 없음.


'오픈 베타니까 버그나 그런 것들 있겠죠. 설마 안고치겠어요?'


이런 소리 못하게 해줌.

쯔바이 온라인 제작진이 약은게

지들도 왠지 망조가 보였었나봄.

당연하지, 10년전 그래픽에다가 10년전 이펙트에다가 10년전 게임 가져다 썼는데

그것만큼 재밌지도 못하니까.

개새기들이 6개월 전인가에 이미 '프리 오픈 베타'라고 간판을 내세웠었음.

근데 열어보니까 개판 오분전이네?

그리고 6개월 동안 문닫고 다시 열어서 낸게 '오픈 베타'. 말장난임.

이는 매춘 5년한 걸레가 지 아직 싱그러운 처녀라고 속이는 것과 마찬가지임.

근데도 이토록 개판인게 말이됨?

그러고 보니까 이 게임 광고가 시작된 시기가 바로 5년 전임.

그 때 쯔바이 팬심에 흥분해있던 나는 게임 뉴스에서 우연찮게 제작진이 내세운 문구를 봤었는데


'메이플을 따라잡겠다.'

이거였음.

그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故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각색 한번 해봄

제목 : 오 년 전 즈음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판권 비용처럼
작기 만한 제작 실력 속에
무얼 채워 넣고 싶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넥슨일줄 알았는데
비어있는 개발진 머리 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추억 사려 들어 오지만
떠나가는 유저들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나 혼자 따낸 판권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메이플일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반 년도 못가게 생겼구나





세줄 요약

작성자 쯔바이란 싱글 게임 생각나서
그 게임을 온라인화한 쯔바이 온라인에 추억 사러갔다가
봉변당하고 하소연함.


끄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