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진원아 밥먹어라"
어머니의 말이 들리지 않는지 진원이라 불린 남자는 컴퓨터를 집중하여 보고 있다. 진원이가 집중해서 보고 있는건 무지개 끝의 황금에 관한 글이였다.
'무지개 끝에는 요정이 숨겨 놓은 황금이 있다고?'
보통의 성인이라면 단순한 전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진원이는 보통이 아니였다. 초등학교때야 어린애 다운 생각이라며 다들 신경쓰지 않았지만 중학교때는 유니콘을 보고 싶다며 스코틀랜드에 가자고 부모님한테 말했을때는 부모님도 깜짝 놀랐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때는 불로초를 찾겠다고 중퇴하겠다고 선언했을때는 친구들 사이에서 진시황이라 불렸었다. 물론 중퇴는 모두가 말려 하지 못 했다.
벌컥!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그 곳에는 당연히 진원이의 어머니가 서있었다.
"밥 먹으라고 몇번을 불렀는데 대답도 없는거니!! 어서나와서 밥먹어! 아니면 치워버린다"
"네..."
진원이는 힘없이 대답하지만 머리속에는 이미 황금 뿐이였다.
"진원아, 잠깐만"
그것을 22년이나 키워온 어머니가 놓칠리가 없었다. 아들이 또 엉뚱한 짓을 하려는 눈동자를 바로 눈치챈 것이다.
"너 또 불로초니 도깨비 방망이니 이런거 찾으러 간다하면 용돈 끊어버릴꺼니 말꺼내지도 마라"
진원이는 뜨끔했지만 돈이라면 이미 모아둔게 있고 황금을 찾기만 하면 몇배로 돌아 올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넘기기로 했다.
"에이~ 제가 아직도 그런거 찾을 나이로 보여?"
"아니면 됐고 어서가서 밥이나 먹으렴"
진원이는 밥을 흡입하듯이 먹고는 방에 다시 들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뚜-
"여보세요~ 나야 거기 잘지내니"
"어 아니 너는 나랑 동갑이면서 아재같은 노래나 부르냐 "
" 야 아재라니 이 임창정의 띵곡을 몰라?"
"아니 됐고 너 무지개 끝 황금에 관한 전설 아냐?"
"와 진시황 너 이번엔 황금이냐? 첨단 IT의 선두인 전기공학과를 간 놈이 무슨 그런 전설이나 찾고 다녀"
"아 됐다고 아는 거나 빨리 애기해"
전화른 건 상대는 고등학교 동창인 준영이다. 방금 대화를 보면 뻔히 알지만 진원이의 친한 친구 중하나로 진원이의 전설이니 신화니 하는 얘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몇 안되는 사람이다. 또한 판타지 소설작가 지망이라 그런 얘기를 잘 알고 있기도 하다.
"무지개 끝 황금? 레프러콘의 황금 말하는거야?"
"어 아마 맞을거야"
"레프러콘은 아일랜드 민속 설화로 초록 난쟁이 요정이야. 황금을 좋아해서 무지개 끝에 황금항아리를 숨기는 습성이 있지"
"오케이 그것만 알면됐어 빠이"
들을 것만 듣고는 끊어 버린 진원이는 바로 다음 날부터 황금을 찾기로 마음을 굳힌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핸드폰의 알림이 울리기도 전에 진원이는 눈을 떳다. 진원이는 방금 일어난것 같지 않은 또렷한 눈빛으로 어제 준비한 가방을 챙기고 등산복으로 갈아 입었다.
진원이가 신화나 요정, 천국 같은 것을 믿는다해도 대한민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성인이다. 무지개가 물방울에 반사된 햇빛의 프리즘 현상인 것쯤은 안다. 그러니 무지개의 끝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것도한 알고 있다. 그렇다. 진원이는 상공에서 무지개를 보면 원모양인 것을 알지만 무지개의 끝에 도달하는게 불가능한 것이 아닌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제 준영이와의 통화를 끊고 난 후에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무지개의 끝을 찾기 위한 방법을 세운 진원이었다.
'무지개의 끝은 도달할 수 없는데 레프러콘은 어떻게 황금을 숨긴거지?'
어제 이 물음으로 부터 시작해 다양한 가설과 방법을 연구했다.
'무지개는 비가 온 후 잠깐 뜨는데 황금의 위치는 그때마다 바뀌나?'
'무지개가 자주 뜨는 장소인가? 당연히 사람이 잘안다니는 곳이겠지?'
이런식으로 진원이의 생각은 점점 구체화가 됐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본 무지개의 끝을 찍은 사진이 확신을 갖게된것이다 무지개 끝에는 도달할 수 있다고. 현재 진원이의 목적지는 무지개가 자주 뜨며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 즉 인적 드문 폭포다. 물론 레프러콘은 아일랜드 민화기때문에 한국에는 없을 거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1차 탐사다. 예비 연습 같은 것이고 본 탐사는 아일랜드를 가서 할 것이다. 진원이는 철저했다.

진원이가 현관을 나서려는 순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진.원."
차분하고 또렷한 목소리 뭔가 서늘함마져 느껴지는 목소리에 진원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어디가니? 그것도 주말에?"
나갈때 들키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진원이지만 들켰을 때를
위한 변명은 이미 생각해뒀다.
"요즘 집에만 박혀있어서 몸이 찌뿌둥해서요. 등산이라도 갈까해서요. 보세요 본격적으로 등산복도 입었잖아요?"
어머니의 눈초리는 아직도 의심스러움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진원이는 목뒤에 식은 땀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하실 말씀 없으시면 다녀와도 될까요?"
사실 진원이의 어머니는 이미 눈치 채고 있다. 아들이 또 이상한 것을 찾으러 가려는 것을. 진원이는 자기가 자연스럽다 생각했다. 하지만 몰래 하려던 것을 들킨 것에 대한 변명처럼 평소에는 어머니한테 쓰지 않던 존대가 무심코 써버린 것이다.
어머니는 나지막히 말했다.
"이진원"
"ㄴ,넵!"
"쓸데없는짓 하면 용돈없다했다"
"알고있습니다!"
"그래 그럼 조심히 갔다오렴"
"감사해요 엄마!"
진원이는 어머니의  마음이 바뀔까 얼른 뛰쳐 나갔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산이긴하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산속의 폭포다. 쓸데 없는 짓이 아니다 무려 황금탐사니까 말이다. 이미 진원이의 머리속에는 그렇게 논리가 맞춰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