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는 이구아나의 표면 건조하고 눈만 씰룩 움찔 나무 그림자가 속절없이 발끝을 건드려댄다 텀블러에 담긴 물은 한없이 따끈 길에서 나는 소리들 귀까지 가닿지 못한 소리들 잠시 사진 좀 찍을게요 우리는 소리를 사진에 담아 비닐 포장했고 하루에 두세장 정도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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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앞에 선 구두의 저벅저벅또각또각 소리 발 밑을 썰어낸다 지지할 곳 없어진 땅은 옥수수와 양파처럼 우수수 넘어져 자욱하게 올라오는 먼지들의 소음 그 장면을 놓칠 수 없어 구두를 중앙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연속해서 서른장을 찍고 첫번째부터 서른번째까지 번호를 오른쪽 귀퉁이에 적고 가판대에 내놓았다 그 사진들은 첫날에 모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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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에 노출된 표면은 저렇게 되는거야 붉은 벽돌은 말했다 아스팔트는 부어질때부터 이랬다고 항변한다 나는 로션을 꾸준히 발라야한다고 말한다 가끔은 반사경을 들여다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얘도 자외선 많이 받았을텐데 중얼거린다 반사경에 다가갈수록 볼록해진 얼굴에서 소리가 들린다 그럴때마다 찰칵 반사경 사진은 의외로 찾는 사람이 잘 없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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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조금 뜬 눈으로 세상이 우주는 조금만 열어두어도 흡착되어요 가끔 너는 마음이 그렇다며 사진을 찍는다 나는 무슨 소리인지 파악하려 애쓰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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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팔리지 않는 사진들도 있다 물소리 바람소리 별소리 구름소리 빗소리 강소리 노을소리 모래소리 어둠소리 달소리 연필소리 마른꽃소리 지친개소리 거울소리 인간이라면 가끔 내뱉는 가공없는 지친 한숨소리 그런 반면 잘팔리는 사진들도 있는데 이유를 찾지 못해 분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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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느새 이 동네의 명사가 되어있었고 그것이 비꼼인지 칭찬인지 모르고 알고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눈을 조금만 뜨고 다녔다 그쯤에 카메라의 셔터소리를 찍었다 가는 손가락이 카메라의 셔터버튼에 닿는 순간은 단 한장만 찍었다 건조하면서도 부드러웠다 팔지 않고 전시만 해두었다 가판대에서 가장 잘 보이는 장소에 올려두고 가격을 적지 않았다 누군가 팔으라고 말을 해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고 입을 열지 않았다 누군가 그 사진을 이십만원에 산다고 했다 팔고있는 사진들의 가격은 모두 오천원이니까 40배를 주는거라며 호의를 받으라고 말을 했는데 나는 전혀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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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가끔 팔리는 사진을 좀 찍어보자고 내 팔을 흔들지만 정작 팔리는게 뭔데라고 물어보면 따끈한 텀블러에 양손을 갖다대고 손톱을 틱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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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아나가 되고 싶었다 허공을 봐도 아무 생각 하지 않고 싶었다 그럼에도 삶을 포착하여 입에 넣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심 무심 무심 그것을 생각하며 익숙한 길을 걷다가 땅만 바라보며 걷다가 눈을 감았다

조금 뜬 눈마저 감으니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으니 소리마저 감별 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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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누가 내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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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서 누워 뒤척이며 감은 눈으로 밤을 지샜다 내 사진은 얼마에 팔릴까 어쩐지 입안이 모래로 가득찼다 피부 사이사이로 모래가 가득 끼쳐들어온 기분 우주는 신경쓰지 말랬다 생각은 나뭇잎처럼 우수수 떨어지기도 새순처럼 피어나기도 벌레먹은 것처럼 구멍이 나기도 한다 어쩐지 생각의 소리를 찍고 싶었다

찰칵

입으로만 소리를 내고

눈을 떴다 감으며

어떤 결심의 소리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