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09년 8월 15일 저는 1년동안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호주 멜버른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곤 주말동안 아무런 친구도, 아는 사람도 없이 호주인 집에서 홈스테이를 시작합니다.

음식도 입에 안 맞고 집도 너무나도 춥고 같은방 룸 메이트인 사우디 친구는 갑자기 알라한테 절을 하고

....모든게 어색하고 낮설었지만 열심히 공부 할 생각에 마음을 다 잡고 맛없는 빵조가리를 먹으며

방 안 벽지의 꽃들을 세고 이불에 그려진 미키마우스와 대화를 하면서 혼자 주말을 참아냅니다.

그리고 대망의 2009년 8월 17일. 그녀를 처음 만난 날입니다.

저는 GEOS라는 어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지금은 망해서 없어졌지만요）

그리고 지금부터 저는 저의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지금부터 편의상 반말체로 쓸게요 ㅠ_ㅠ）

첫 날.. 들뜬 마음으로 아침부터 늦으면 큰일난다는 생각으로 학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학원에 가긴 갔는데....

당시 아는 영어는 hi. hello. how are you? what's your name? , where are you from?

이정도가 전부였던 난 처음 인터뷰와 시험을 보고 가장 기초반으로 수석입학하는 천재성을 보인다.

감이 안 잡히시겠지만 이정도 수준을 구지 설명하자면

외국인한테 한국 사람이 "아침에 뭐 먹었니?." 라고 물어봤는데

대답으로 응...나...좋다....밥

이라고 대답한 정도....??

이정도 수준이면 학력위조로 타진요에서 음모를 제기 할 법함.

사실 장학금을 받으면서 다녔어야 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튼 난 그렇게 제일 멍청한

유치원 수준도 안되는 곳으로 반 배정을 받았음..

그리고 그때 정말 한심하게 나를 쳐다보며 비웃던 그 선생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특히 외국인들을...

하지만 지금 나보고 약 3년전 그 사람을 찾으라고 그러면

10000명을 섞어 놓아도 찾을 자신이 있다.

연가시한테 똥꼬털린 -_-* 사마귀같이 생긴게....

아무튼 그렇게 반 배정을 받고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되었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 영어를 배우러 온 아이들과 모두 함께 모이는 시간.

저는 열심히 공부를 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마음속엔 오로지 새로 만날 여학우들 생각 뿐.....

'그래 역시 일본이 짱일거야...AV를 보면서 조기교육 받았잖아...아오이 소....ra.'

'아니야 남미 누님들이 그렇게 화끈하다던데 그렇다면 남미로.....'

'아니지 이왕 사귈꺼면 돈 많고 철 없는 중국 아이를 만나서 팔자를.....'

'이왕 외국에 나왔으니깐 한국여자 말고 외국여자한테 무조건 들이대보자.'

그렇게 마음먹고 온갓 폼을 잡으며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교실로 입장.

그리고 탐색을 시작하는데

광도들고 사막건너다가 바실리스크 만나서 한방에 굳어버린 리니지1 렙5짜리 보조캐릭 기사마냥 그대로 굳어버렸다.

정말 머리속으로 가끔 상상만 했었던 그런 이상형이 있었다.

큰고 맑은 눈, 긴 생머리, 오똑한 코, 하얀 피부. 평범한 키 그리고 귀엽게 두른 목도리까지.

순간 눈이 마주쳤는데 한 15초는 멍하니 쳐다본거 같다....

'...이쁘다 근데 이렇게 쳐다보면 분명 변태나 안좋게 생각할텐데...어쩐다 일단 후퇴 해야 하는데

난 왜 이렇게 빤히 쳐다보는거야....'

간신히 고개를 돌리고 다시 힐끔 힐끔 쳐다보기를 여러번...

그리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계속 눈이 마주쳤다.

'아......끝났다 끝났어... 나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할꺼같애...일단 첫인상 부터 망했구나.....'

그 이후로 호주 선생은 영어로 떠들어대서 뭐라고 그러는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lunch time~!."

이라는 단어 하나 들었다.

'....그래 밥을 먹어야지...근데 누구랑 먹지....엊그제와서 친구는커녕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데...'

쭈뼛쭈뼛 하는 사이에 누군가 말을 걸었다.

"저기....한국 분이시죠?"

...그녀였다.

남반구라서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호주에 봄날이 오고 있었다.

내 마음에도 봄날이 오고 있었다.!!!!






그녀: "저기....한국 분이시죠?"

나: 네?? 네 맞아요 한국사람이에요

그녀: 아까 한국분 같더라구요 ^^

나:...아....오늘 학원 첫날이세요??

그녀: 그럼요, 그러니깐 지금 오리엔테이션 참여 했자나요! ㅋㅋ

나:...그러네요 ㅋㅋㅋ하하하하;;;;

그녀: 점심 뭐 드실꺼에요? 멜번 지리는 잘 아세요?

나: 아니요 저 엊그제 호주 도착해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그녀: 저도 브리즈번에서 6개월 있다가 엊그제 멜번으로 온거라서 아는사람이 별로 없어요 ^^

나:...아;;; 그러시구나;; 그럼 여기 식당 어디 맛있는데 없어요??

그녀: 저도 잘은....;;;

나: 그나저나 외국에서 한국사람 만나니깐 되게 반갑네요... 온지 2일밖에 안되었는데도...

그녀: 호주에 한국사람 많아요 ㅋㅋ 앞으론 한국사람 피해 다니실껄요? 영어 공부 방해된다구요.

나: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요...


즐겁게 대화를 하려는 순간......꽃의 주변에는 항상 벌이 꼬이는 것처럼

누가 봐도 한국인 처럼 안생긴 남자들이 다가왔고 갑자기 속사포처럼 말을 했다.

난민: "저도 한국 사람이에요."

코털: "저도요!같이 밥먹으러 가요."

돼지 : 하하하 저도인데;;



'이 하이에나들은 뭐야 짜증나네......'



'하긴...역시 가능성이 없지......'

그 이후로는 아예 대화를 포기하고 그녀가 웃는 모습만 대충 훔쳐 *-_-* 보면서 관심없는 척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코털 기른 산적같이 생긴놈이 갑자기 자기가 잘 아는 곳으로 안내한다고 이빨을 털었다.

코털: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값도 싸고 맛있는데가 있으니깐 모두들 따라오세요!

그렇게 따라가기를 5분여...

코털: 여깁니다!

나:.......................................

그녀:.....................................

기타 한국인: .............................


그 모자란 놈이 데려간 곳은 맥!도!날!드! 였다.






나:.....（하아..이 x병신이,,,）저기요.. 제가 진짜 몰라서 그러는데요 맥도날드는 세계 웬만한 나라에는 다 있는거 아닌가요? 특별히 호주 맥도날드가 맛있나요? 뭐 캥거루 패티라도 써요?

그녀: 하하하하;;

나:......-_-???

그녀: 아니요 말투랑 표정이 조금 웃겨서요...죄송합니다.

나:.....-_-




나는 그 순간 관심없게 보이도록 시크하게 표정을 지었고 그녀는 내가 정색한걸로 보고는 뻘쭘해했다..

나: ' 이제 정말 끝났어...날 성격 파탄자 아니면 싸이코 스토커 쯤으로 생각하고 있을꺼야....될대로 되는거지 뭐....어차피 공부 열심히 하려 했잖아...'

그리고 서로 메뉴를 시키고 2층으로 올라갔고 그녀는 다른 한국 남자들과 이런 저런 형식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용히 햄버거를 먹는데 기분만 꿀꿀하고 정말 먹기가 싫어서 채 반도 먹지 않았다.

그녀: 어? 왜 햄버거 안드세요? 다 드신 거에요?

나: 네, 맛이 없네요.

그녀: 하긴 한국에 비하면 맛은 없네요...

나: 원래 패스트 푸드 별로 안좋아해서요...




그렇게 형식적인 대화가 끝나고 그녀와 이야기하던 무리중 한명이 그녀에게 물었다.

난민: "저기요 전화번호 알려주세요."

기타 하이에나들: 오~~~ 벌써 작업 들어가는거야? 뭐야 이거 첫날부터?

난민: 그게 아니라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모르는것도 물어보고 뭐 그럴꺼야~



옆에서 조용히 시크한척 하고 있었지만 그 순간 내 눈에서 레이져가 나갔고 난 그녀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주지마 주지마 주지마 주지마 주지마....!!!!'

하지만 너무나 쉽게 전화번호를 찍어주고 있는 그녀....


'그래 유학 나오면 다 쉬운 여자랬어...저것봐 저거 아무 남자한테 전화번호 막 주고...역시 공부 뿐이야....'



나의 소심함과 찌질함을 애써 달래며 먹다남은 햄버거를 버리곤 또 다시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만들고는 매장 안 알아듣지도 못하는 호주 TV를 보고 있었을때였다.

그녀: "저기...전화번호 공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