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즈음이었나, 아마 날씨가 쌀쌀했던 날이었어.
이상하지 사람에게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각이 있는 것 같아.
항상 그 느낌을 부정해보고는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같아.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번만큼은 아니길 바랐는데 하며 절망하곤 해.
이런 나의 불행에 익숙해져서 절망의 감정은 매일 밤 나를 찾아오곤 해
내 불면의 원인은 아마 그런 절망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기댈 곳이 없는 삶은 드라마처럼 확 변할 수 없어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에너지가 모자라거든
괜한 희망만 내게 심어놓고 괴로워하기에는
이미 난 버틸 수 있는 괴로움의 한계까지 와있는 것 같아.
늘 긴장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란 얼마나 피곤한지.
그런데도 들지 못하는 잠은 거의 고문에 가까워.
간신히 잠에 들었을 때, 악몽으로 금방 깨버리면 온몸을 적신 식은땀에
불쾌하고 더러운 느낌의 희미한 꿈까지.
어두운 적막 속 내 목을 조여오는 손길을 뿌리치지 못해.
잦아진 호흡곤란은 내가 살아있는 게 잘못인가 하는 생각까지 가져와.
나의 죽음은 한여름 모기의 죽음과 다른게 없어서
내가 여름에 굳이 모기를 잡지 않듯 나 자신을 살려둬.
가끔 모기가 나를 너무 귀찮게 할 때 모기를 잡듯 죽음을 마음먹기도 하고 말이야.
모기를 손으로 잡는 게 생각처럼 안 되듯
내가 나를 놓는 것도 내 마음처럼 되는 건 아니더라.
구정물에 장구벌레도 살아가겠다고 꿈틀대는데, 내가 뭐라고 죽음을 이리 바랄까.
내가 비로소 내 뜻을 이루는 날, 나는 내 꿈으로 날아 들어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