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 어둠이 내려앉으면 나는 한명의 문학가로 변하여 평범한 종이 한장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낸 내 자식들의 얼굴을 다시 본 적은 없다. 언젠가 과거에 썼던 글들을 보면 나는 지금의 모습에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내 첫 작품은 초등학교 1학년때 썼던 아주 순수한 동시였다. 지금은 찾을 수도 없는 그 시절의 어린 감성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인생의 걸작은 고등학교 2학년때 만들어졌다. 한쪽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며 삶에 환멸을 느끼던 그 때. 나는 그 감정들을 연필뿌리로부터 종잇장에 생명의 거름들을 나르곤 했다.
그야말로 최고. 지금 다시 돌아봐도 그 표현, 그 비유, 그 감정을 다시 만들어낼 수 없다. 그 시절의 문학 소년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여기에, 한 청년이 있다. 그는 고교과정을 5년이나 반복한 범재였다.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아 여러 대회와 청소년 백일장등에서 상장과 주변인들의 인정을 휩쓸었지만, 그는 문학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는 돼지로 변해갔다. 2년을 추가한 고교생활은 그를 나약한 하나의 짐승으로 만들어갔던 것이다.

그는 배고픈 돼지다. 얼마나 오랫동안 문학에 반하는 삶을 살았단 말인가. 이제 이곳에 천재 문학소년은 없다. 단지 평범한 재능을 가진 열등생이 존재할 뿐이다.

언젠가, 과거에 썼던 글들을 보면 나는 지금의 모습에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보다 배부른 돼지를 꿈꾸던ㅡ 여전히 배고픈 이 한 명의 청년의 괴로움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

이에 나는 이것을 감히 '문학적 좌절'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