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대를 봤을 때는 꽤나 반가웠더라.
나와 같은 꿈을 가지는 이는 내 주변에 얼마 없었기에

때론 그대 앞에 서서는 나의 아픔을 짖어대기도 했다.
다들 겪어본 적이 있던 소소한 아픔의 상처부터
아직도 아물지 못한 칼날같은 아픔의 잔흔까지

모두 그대에게 털어놔 보는 것이다.
그대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더라.
그리고 누구보다 많이 나의 꿈과 나의 상처들에 기도하더라.

내가 뱉어낸 한숨들과 기도들과 죽음을 다 품어버리고는
슬픈 표정을 짓는 그대는 그대가 슬퍼하는 것인지 내가 슬퍼하는 것인지.
그렇게 소름끼칠 정도의 어둠이 그대 색깔의 팔할이었다.

남은 이할은 그 속에서 걸어가는
내게 닿지 않는, 내가 닿으려 하는 빛일 것이다.

어둠 속 그 희미한 빛을 따라 그대에게 가기 위해서는
이제는 더 이상 그대에게 가면 안되는 것입니다.

내가 그대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면
그대에게 나의 시련과 고통의 잔해물들을 털어놓기 위해서가 아닌
조금은 빛에 다가간 나의 모습으로 그대에게 속죄하기 위해서 일일 것입니다.

그렇게나 어두워진 나의 거울 속이
아니 나의 그대가
더 이상 어둠의 바다에서 부유를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빛이 되어 그것을 몰아내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