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

옛날 어렸을 적에는 돈가스만 먹어도 좋았다.
아주 가끔 특별한 날이나 특별히 볼 일이 있을 때만 엄마 손 잡고 시내로 나갔다. 그러면 어찌나 신이 났는지 그냥 버스를 타는 행위가 좋았고 쭉 늘어서 있는 시장의 분위기가 좋았으며 엄마와 함께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기분이어서 좋았다. 그렇게 엄마는 시내를 쭉 돌며 장을 보거나 병원을 가거나 이런저런 일들을 마치고는 나를 돈가스집으로 데려가 주셨다.

그때 당시 그 경양식 집은 지하에 있었는데, 분위기가 어찌나 신비로웠는지 원목의 가구들과 어두운색 쿠션 그리고 어두컴컴한 분위기에 주황색 조명까지 뭔가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곳에 와 있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꼭 코스 요리처럼 빵과 수프 돈가스가 순서대로 서빙이 됐다. 그 분위기도 그 맛도 그 기쁨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추억하지만,

가끔 ‘내가 배가 아주 부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산해진미가 널려있는 배달 앱을 켜고도 무엇을 시켜 먹을까 한참을 보다가 보면 ‘먹을 거 진짜 없다.’ 하고 푸념을 늘어놓을 때 말이다. 예전 같았으면 쉬이 접하기 힘든 음식들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일 일 텐데 배가 고팠던 것이 아닌 건지 아니면 지금 나의 허기는 육신의 고픔이 아닌 마음의 고픔인 건지 나도 나를 도통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