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 00 : 37
어떤 빛이 와닿는다. 그리 밝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벌써 한 해의 마지막이 다가와서일까 돌아본 내 시간에 난, 앓고 있었다.
사랑을, 꿈을, 삶을, 깊이 고뇌하고 아파하며, 어떻게든 다시 웃어가며.
'깊이, 앓으십시오. 앓음답도록, 아름답도록.'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의 구절.
깊이 앓고, 아픔 속에 핀 꽃의 아름다움을 알기에. 앓음은 살아간다는 증거.
내 기억들은 잘 살아냈다는 칭찬. 그리고 위로.
새벽, 떠오르는 생각들을 떨치고파 무작정 걸었다.
취한 발걸음은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로 어지럽게 발자욱을 남기고
풀어졌던 머릿속의 생각들은 다시금 엉키고
별빛이 존재하지 않는 밤 나는 또 앓고 앓는다.
지겹다. 소복히 쌓인 눈 위로 조심히 소원을 적었다.
해가 뜨면 어차피 녹을 눈. 내 소원은 잠깐이나마 세상을 겪었다.
잊혀져도 존재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내가 기억한다. 세상 밖으로 잠깐 마실 나왔다가 들어갔다는 것을.

（김형태 작가님의 '너 외롭구나'의 구절 '깊이, 앓으십시오. 앓음답도록, 아름답도록.' 을 인용한 제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