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2월 28일 5시 30분

-철컥

해마저 잠에서 깨지 않은 시간, 칠흑같은 방안에서 오직 알람만이 잠에서 깬 듯 기지개를 펴고 있다.

공허한 방 안에서 선명하게 울어 대는 그것은 마치 한숨도 자지 못한 나를 비웃는 듯만 하다.

시간은 5시 30분.

간밤에 잔뜩 쌓여버린 스마트폰의 상태메시지를 넘겨본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들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인데.

이제 내게 다가올 행복은 더 이상 없다. 심지어 고통마저

상태메시지를 하나씩 지워가는 도중 하나의 메시지가 눈길을 붙잡는다.

< -5 / 14 강수 확률 70퍼센트 이상 >

'눈이 오려나...'

눈이 온다면... 만약 눈이 온다면...

오늘은 조금 따뜻할지도 모르겠다.

상태메시지가 마지막에 다다르자 오늘의 스케쥴이 담긴 플래너가 마찬가지로 굵은 폰트로 적혀있다.

- 오후 5시 병원*** -

애써 그것을 지워버리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고정 메시지로 설정된 그것은 지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래, 마지막 날까지 아릴 듯이 추워야지, 그리고 죽을 듯이 아파야지. 그게 내 계절이니까."

조용히 되뇌어 보고는 혼자만 밝게 빛나고 있는 핸드폰의 전원 버튼을 꾹 눌러버린다.

그리고 아직은 깜깜한 창밖에 나의 무거운 입김을 한 겹 내뱉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