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그릴 밤하늘이 색종이만하게 걸린 방
그리움에도 월세는 붙으니
고작 한 뼘 만큼만 그리워할 수 밖에.]



저는 얼마 전까지 원룸텔에서 살았습니다.
거의 한 학기를 그 곳에서 보냈지요.
학교와 직장을 병행해서 다니고 이별에 아파하고
틈틈이 먹고 자는, 모든 생활의 시작과 끝이 그 공간이었습니다.

그 방은 정말 좁았습니다.
샤워부스 하나, 제 키보다 조금 큰 간이침대 하나,
좁은 책상 하나 그리고 옷장이 있었고
성인 두 명이 서기만 하면 꽉 차는 빈 공간이 전부였죠.

처음 들어간 방은 35만원 쯤 했던 것 같아요.
다른 방보다 비싸서 다음 달에 바로 옮긴 기억이 납니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단 하나. 다른 방은 복도로만 창이 나 있었는데, 그 방은 하늘을 품을 수 있었거든요.

밖으로 난 창에는 녹슨 쇠창살이 있고 몇 달 혹은 몇 년도 더 전에 벌레가 목메달고 죽은 방충망이 있고 심하게 삐걱대서 여닫기도 조심스러웠습니다.

내다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주택의 지붕들로 이루어진 선들과 교회의 첨탑.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작달만한 하늘이 5만원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복도로 난 창이 있는 방으로 옮겨가고
오가는 이의 정수리가 풍경의 전부인 그 곳에서 저는 수많은 상상력 그리고 감성의 부재를 경험했습니다.

밤을 소재로 시를 쓸 때도 밤을 바라본 적이 없고, 낮에도 창문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 한 줌이 그리웠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방에서의 3개월은 그저 스스로를 사육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창문부터 줄여야만 하는
사람이 비단 저만은 아니겠지요.
어쩌면 그들도 저처럼 울고 웃고 위로받고 설렐 수 있는 하늘이 한 뼘씩 좁아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달을 보고 설레고
노을을 보고 가슴 아프고
별을 보고 희망을 얻고
밤에 대고 가슴에 쌓은 돌조각을 우렁차게 뱉고
선선한 아침 햇살을 알람 삼을
자기만의 작달만한 하늘을 가질 수 있기를
모든 이들의 감성에 세（貰）가 붙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