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었으면 치워야지.

이틀 치의 게으름이 묻은 나의 방 안을 치우며
스스로를 타박하는 말.

그렇다.
공기에 밥을 덜어 먹었으면
깨끗이 닦아야지.
안 그럼 다음 끼니를 먹을 수 없으니.

뜨겁게 타올랐으면 식기 마련이고
관절에 깃든 젊음엔 녹이 슬기 마련이고
녹슨 것은 썩고 부서질 것이고
썩은 것들은 한 줌 재와 거름이 되겠지.

파라오도 플라톤도
어느 누구도 피하지 못한 질문.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어쩌면 우리는
어디에서와 어디로 가는 존재도 아니지 싶다.
그저 흐르는 시간 속에 얹어진 존재.
수많은 정자들 중에
운 좋게 동족의 운명을 벗어난 돌연변이.

그렇게 거저 주어진 삶이 거두어질 때
제 것도 아닌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그 얼마나 발버둥을 쳐왔던가.

식다 못해 얼어붙은 것을 끓이려 하고
썩은 것을 다시 본래의 모습대로 빚으려 하고.

본래 어미를 빌어 태어난 것은
모두 늙고 병들고 죽지 않았던가.

나 또한 그런 몸이라
생존하고자 하는 본능을 가졌지만
밥그릇이 제 역할을 하려면
얼룩은 기어이 닦여나가야지.

우주만큼 커다란 입을 벌리고 다가오는 죽음.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살고 싶은 욕심.
세상에서 닦여나기 싫은 맘을
겨우 밥 한 공기만큼 애써 비우며 되뇌인다.

먹었으면, 치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