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쓰는 나지만, 오늘은 쉬어가야겠다.
얼마 전 칭찬을 받고 나름 우쭐해
입소문도 내본 글 하나에 괜스레 기분이 좋았다.

나는 세상 모든 걸 글감으로 풀어내고픈
귀여운 욕심이 있다.
그래서 저 날 이후로 보이는
수많은 글과 단어들을 볼 때마다
눈에 힘을 주어 읽고 번뜩이지도 않았는데
글을 쓸 때도 있었다.

종횡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견기업만큼은 아니지만
준비가 안된 내겐
위태로운 행보였음이 드러났다.
아직 풋내기라 시어를 교묘히 돌려 막고
조심히 감정을 포장했는데
과열된 욕심은 임계치까지
나를 몰아붙인 것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빈약한 어휘의 반복이 늘어났고
그걸 메꾸고자 목에 잔뜩 힘을 준 문장이
하나 둘 고개를 들었다.

그저 산들바람 스치듯 세상이 주는 글감이
나를 통과하길 기다려야 되는데
준비 없이 맨 가슴 열고
찬바람에 뛰어다닌 탓이다.

새로운 시도에 불 붙은
열정만큼은 높이 살지언정,
잦은 도전은 나를 재미없는 색깔로
시를 찍어내는 공장으로 만들었다.

타석에 자주 서면 타율 자체는 낮아져도
배트 휘두르는 기회는 많아져서
가뭄에 콩 나듯 맘에 드는 글이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우연히 온 요행스러운 글을
실력이라 말하기엔
앞뒤에 쓰인 글들이 꽤나 불만족스러웠다.

그래서 금일 시는 휴업이다.
라고 써 붙여도 주방에선 펜을 들고 달그락거릴 테지만.

머릿속을 하도 뛰어다녀
시의 꼬리만 봐도 이름을 부를 수 있을 법한
양 떼 같은 시어들을 잠시 들판에 풀어둘 테다.
내 시의 고정 게스트인 H도
오늘은 쉬라고 연락해야겠다.
번뜩인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모기장으로 날아든 벌레가 분신하는 듯한
미세한 불꽃같은 글감은 과감히 참아내야겠다.

묵묵히 하루를 보내고 이불을 덮어도
생각이 안 떠나면 그때나 써봄직한 문장이겠지.
마초적인 근육들로 울룩불룩 해진 마음엔
바람 드나들 틈도 없을 것이다.
가만히 쉬면서 성난 힘줄도 가라앉히고
독소가 되어버린 글 욕심도 다스리다 보면
다시금 신선한 글 바람이 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은 휴업을 선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