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요약해서 말하면...

고등학교 까지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친구도 별로 없어 가족들과 시간 보내고 할일 성실히 하고 그런 아이였습니다.

대학 들어가고 갑자기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여자친구도 생기고.. 신나고 재밌는 나날이었죠.

여차저차 해서 제 잘못된 선택들과 실수와 나쁜 행동들로 부모님과의 관계는 예전처럼 가깝기는 커녕 원수처럼 되었고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친구는 제가 모자라서 헤어지게 됐습니다.

부모님은 그래도 자식이라곤 저 하나인지 차마 포기하지 않고 동거하던 여자친구 집에서 쫓겨나듯이 나와 돌아온 저를 반겨주셨고,

여자친구는 그래도 계속 연락하고 종종 만나고 시간도 보내고 그럽니다. 고맙고 미안하게도 저를 많이 믿고 좋아해줬기에 헤어진 이후에도

인연을 끊지 않고 친구로라도, 그리고 다시 잘 될지도 모른다는 1% 정도의 희망이라도 담긴 관계로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그런데 부모님과의 관계는 계속해서 마찰이 생기고, 애초에 집을 나가서 동거를 한 이유 중 하나도 부모님과의 성격 차이, 잦은 다툼 등이 컸는데

요즘은 더 심해져서 많이 힘드네요.

내일 여자친구랑 공연 갈려고 티켓 두장 구해놨는데 갑자기 약속이 있다면서 못가겠다고 하네요. 나름 기대 했었는데...

이상하죠?

헤어진 마당에 무슨 공연이냐... 부모님 속 썩여놓고 뭘 잘했다고 징징대느냐...

저도 제가 한심하고 유별나고 찌질하고 못난거 잘 알아요.

부자 관계가 아닌 친구라도 해도 믿을만큼 항상 술도 같이 먹던 부모님과의 관계도 망가뜨리고

인생에서 제일 소중하고 고맙고 사랑하는 사람도 관계를 내가 무너뜨리고...

이 와중에 일은 계속 해야 하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부모님과 집안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져서 퇴근 후나 주말에 할만한 알바도 알아보고 있어요.

근데 너무 지치네요.

자살 생각도 종종 합니다.

이미 살면서 너무 행복하고 소중하고 쉽게 얻지 못하는 인연, 추억, 즐거움이 차고 넘치니 더 무뎌지고 상처와 우울함으로 덮어지기 전에

따뜻했던 나날들을 기리고 추억하며 생을 끝내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고 자살 방법을 나름 알아보고 정해 놓았는데

고통 없이 스르륵 잠이 들며 가는거라 그런지 고통에 대한 두려움도 없구요.

대학교때 우울증 상담을 받으며 처음 자살 생각을 했었는데, 다 큰 성인이 되니까 이젠 기댈 곳이 없어요.

부모님에겐 차마 말을 못 꺼내겠고, 위로해주고 걱정해주던 여자친구는 이제 옆에 없고, 친구들도 대학 이후 뿔뿔이 흩어지고...

무료 상담 받을 학교 같은 울타리도 없고, 사비로 상담받고 치료받기엔 돈도 시간도 없네요.

하루하루 감정 없는 기계처럼 살고, 부모님 앞에서는 괜찮은척. 어쩌다 여자친구랑 같이 밥을 먹거나 시간을 보내게 되면 다 극복하고

내가 더 씩씩하고 강한 모습 보이며 관계를 다시 회복하든 뭘 하든 나는 할수 있다는 듯이 자신감과 기운이 넘치는 척.

무엇보다 견딜수 없는건, 나에게 소중하고 귀했던 것들을 모두 내가 직접 망가뜨렸다는 죄책감, 절망감, 그리고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억울함...

혼자 집에서 레고를 밟고 나뒹굴거나 문지방에 발가락을 찧고 고통에 몸부림 치지만 내 실수였기에 욕할 대상도 없어 괜히 더 괴로운 듯한 기분.

곧 일은 더 많아지고,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쉴 여유도 없어지고, 여자친구는 몇주 이내에 한국으로 돌아가고 （저희가 해외 삽니다）

저는 혼자가 되겠네요.

그냥... 어디 말할 곳도 없어 하소연 해 봅니다.

각자 다른 이유, 고민, 어려움 겪는 분들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