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은 멀리 있지 않았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게 벌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또 하루가 시작됐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누군가는 신을 찾고, 매달려 이겨낼 힘을 달라 빌지만
나는 있는 대로 약을 털어 넣고 떨리는 몸을 붙잡는 게 고작이다.
내게도 마음이 있건만 어찌 내 마음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평생을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나를 돌보지 못하고 떠날 운명인가보다.
내 원망의 상대는 항상 나였다.
내가 생각을 조금 다르게 했더라면, 내가 조금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내가 조금 더 면밀히 살필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눈치가 조금 있었다면,
마음이 조금은 더 단단했더라면, 상처가 없는 사람이었다면.
가정은 끝이 없고 이는 나를 옥죄인다.
내가 살아남은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고 열심히 그 이유를 찾았는데,
그냥 어쩌다 보니 운이 좋았던 것 뿐이었다.
내 인생의 모든 운을 그 한번에 써버린 것일까?
그게 내 마지막이었다면 조금 많은 것들이 바뀌었을 텐데 말이다.
끝없는 심해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잠깐 빛이 나를 스쳐 지났고, 나는 눈을 감는다.
세상에 정을 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미련 없이 떠날 줄 알았어야 했는데.
나를 붙잡는 손들을 뿌리쳤어야 했는데.
그래 여기가 지옥이다. 다른 곳이 아닌 이곳이.
빨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