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러브코미디가 아니다.
온갖 미친 일들이 일어나 망가진 실타래처럼 꼬여도 끝날 때쯤이 되면 뜨거운 키스와 함께 맺는 행복한 결말이라니.
우습지도 않지만 그게 내가 바란 일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작은 일로 싸웠고 화가 나 연락이 안 되는 그녀를 달래려고 찾아간 그녀의 집에서 겪게 된 것은 내 품에선 한번도 들려준 적 없던 환희에 찬 교성과 절정에 다다라 바르르 떨리는 그녀의 나신이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은 만족감에 엉망으로 풀어져 눈가엔 눈물자국이 얼룩졌고 입가엔 끈적한 침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관계를 가질 때면 힘들다며 빨리 끝내라던 그녀에게 언젠가 저런 표정을 짓게 해주는 상상을 하곤 했었는데.
지금 그녀의 저 표정을 바라보는 내 표정은 어떤 표정일까.

뚝-.

그 순간 내 안에 이성이랄까 나라는 사람을 지탱하던 어떤 끈 같은 게 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후-, 어차피 러브코미디가 글렀다면 내 삶은 이제 어떤 장르여야 할까. 음, 범죄스릴러?

난 조용히 부엌으로 가 시퍼렇게 날이 선 식칼 한 자루를 꺼내쥐었다. 요리사인 그녀를 위해 공방에서 직접 주문제작한 명품이라 그런지 손에 착 감긴다.

"꺄아아악! 자, 자기야?"

열락에 빠져 도어락 소리도 못 듣더니 이내 칼자루를 쥔 채 침대 앞에선 나를 보곤 그녀가 비명을 지른다. 옆에 사색에 된 사내가 날 보며 말한다.

"저, 저기요. 형님. 지, 진정하세요."

아는 얼굴이다.
어릴 적부터 친한 사촌이라며 종종 봤던 녀석이다. 이따금 집에 놀러온 걸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병신이지.

"하하, 오랜만이네. 여튼 다행이다."

"네? 하하..."

평온한 내 목소리에 녀석은 멍한 표정으로 반문하며 멍청하게 웃었다.

"내 잘못 때문에 일어난 실수라고 생각할 뻔 했는데 너인 걸 보니 내 잘못이 아닌 거 같아서. 괜히 멋모르고 원나잇이나 하러온 친구면 좀 미안할 거 같았거든."

"자, 자기야 일단 그거 내려놓고 얘기하자. 응?"

그녀는 한 손을 뻗으며 날 진정시키려고 부드럽게 말했다. 남은 손을 슬금슬금 움직여 어딘가 내팽개쳐졌을 핸드폰을 찾으려고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에잇!"

내가 잠시 그녀에게 시선을 돌린 사이 그 녀석이 벌떡 일어나 몸을 날렸다. 딴에 몸을 보호하겠다고 이불을 방패삼아 달려드는 모습이 참 우스웠다.

푸욱-.

안타깝게도 한여름이라 이불이 많이 얇았던 게 녀석의 불행이었을까. 나름 머리를 썼다만 아쉽게 됐다.

"허, 허억...끄으아아아아아아아아!!!"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배를 붙잡고 쓰러진 녀석은시벌겋게 물드는 이불로 배를 부둥켜 안았다.

"쉿, 조용히 해야지. 옆집은 밤에 일을 나가서 아직 잘 시간이란 말이야."

나는 낮은 목소리로 타이르며 그의 목에 한번더 칼날을 밀어넣었다.

"켁, 꺽 끄르르르르륵"

쩍 갈라진 목 사이로 피거품이 올라왔다. 간헐적으로 푸슛거리며 솟구치는 피에 내 얼굴이 흠뻑 젖었다.

"이그, 방금 해놓고는."

죽음의 순간 엔돌핀이 솟구쳤는지 방금 사정을 했을 녀석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정액을 질질 토해내고 있었다.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사, 살려줘. 오빠. 제발....제발..."

무릎을 꿇고 손바닥이 닳을 것처럼 애원하는 그녀의 모습이 처연하다. 그리도 표독스럽고 날 쥐락펴락했던 그녀가 겁에 질려 비는 모습에 묘한 정복감과 쾌감이 일었다. 살면서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기쁨이다.

"하핫, 하하하하하하."

자꾸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하복부가 욱씬거렸다. 한번도 이렇게까지 발기가 되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좋은 것을 이제 알았다니.

난 바지춤을 끌어내리며 팽창한 내 성기를 슬쩍.내려다보곤 그녀에게 말했다.

"빨아."

내 말에 그녀는 구원이라도 받은 것처럼 엉금엉금 기어와 정성껏 내 성기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츄릅- 츄르릅-

전에 요구할때면 지저분하다며 고개를 훽 돌리던 그녀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맛난 것를 아껴먹는 것마냥 침을 질질 흘리며 내 성기를 핥아댔다.

"흐흥...흐응..."

죽음을 앞둔 상황에 종족번식의 본능이라도 깨어났걸까. 이 상황에서 그녀는 암캐마냥 비음을 흘리며 자기도 모르게 한 손으로 자신의 음순을 비벼대고 있었다.
침대시트가 그녀의 애액으로 젖어가고 난 성기로 이는 아찔한 쾌감을 그녀의 입에 쏟아냈다.

"우읍...!!"

꿀꺽- 꿀꺽-

그녀는 입으로 쏟아지는 내 정액을 뱉지도 못하고 목으로 넘겼다. 내 절정이 전염이라도 됐는지 그녀의 허리가 바르르 떨리며 꿈틀거렸다. 그 모습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민지야."

나는 땀으로 젖은 그녀의 단발을 귀뒤로 넘겨주며 다정히 말했다.

"사랑해."

푹.

내 인생은 사실 러브코미디가 맞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