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 01 : 39
우울은 끈적하다. 가끔은 끈적을 넘어 찐득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씻어내도 씻겨나가지를 않고, 내게 붙어 떨어지지를 않는다.
마지막이 될 줄 모르고 보낸 선물이
네 속을 뒤집을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사실 너와의 대화가, 가벼운 일상을 가끔씩 나누는게 사라지지 않길 바랐다.
난 욕심이 많아 결국 네게 사랑을 갈구하게 될 것이라고 여겨
다른 답이 없는 길을 네게 줬다. 네가 말하면서도 미안하게 생각할 그 답을.
마음의 준비가 아픈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주는게 아니란걸 알면서도
마음의 준비를 끝냈으니 이제 괜찮을것이라고 여겼다.
오히려 예상된 결과를 받았을때,
더 찢어질 마음이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내가 꾸는게 꿈인지, 현실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네가 나타났을때야 '아 내가 꿈을 꾸고 있구나' 라는걸 느낀다.
멍한 정신은 물을 받고있는 사실을 잊게 하고,
코드가 뽑혀 난로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게 한다.
넘치는 물이 내 손을 적시고 나서야, 추위에 얼어버린 발을 느끼고 나서야
나는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다.
슬프다. 며칠 내 몸에서 나올 수 있는 수분을 모두 눈물로 뺀 탓인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내일도 살아야 하는데, 내일은 또 무엇을 붙잡고 견뎌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