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상처 받았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것은 그 상처가 거의 아물었다는 뜻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상처가 아물고 있다는 뜻이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는 마음속에서 곪고 있다는 뜻인 듯하다.

우리 가족에게는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에 대해서 이야기 꺼내지 않는다.
누구는 불면증이 왔고, 누구는 백색 소음 없이는 생활을 못하는 불안증이 왔고,.......
나는 우울증과 정서 불안이 왔다.

누가 알았겠나.
항상 계실 줄 알았던 사랑하던 사람의 자살이
세상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나 큰 영향을 미칠 줄

암묵적이다.
다들 힘드니까.
나만 참고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아니까.
괜히 이야기 꺼냈다가 더 상처 받을 수 있으니까.

우리 가족은 이렇다.
서로 이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고
이젠 5년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란 말은 거짓말이다.
그저 상처에 둔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근데 너무나 커진 상처는 조금만 건드려도 아프다.
아무리 시간이 둔하게 만들었어도 금방 고통이 찔러 나온다.

세상 밖에서는 자격지심을 느낀다.
나만, 우리 가족만, 이런 아픔을 안고 살고 있고
다들 동화 속 세계에서 동심을 갖고 살아온 것 같으니까.

괜찮은 척 인생이 연극이 되어가고 있다.
양들 사이에 양의 탈을 쓴 늑대 역할이다.
잡아 먹는 역할보다 그저 양들 사이에서 인정 받기 위해 연기하고 있다.
집안에서도, 집밖에서도,......

물리적으로 집은 있지만
정서적인 집은 없는 듯하다

그래서 집에서 침대에 누어있어도 가끔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집가고 싶다고 말할 때가 있다.
나에게만 나타나는 것인 줄 알았다.
우리 가족 중 누가 나와 같은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밤이면 이불 뒤집어 쓰고 울고, 정서적인 안정을 찾지 못해 계속해서 사람을 찾는 모습이었다.

나 빼고 다들 그럭저럭 생활할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다들 상처가 깊이 썩어 곪았다.
그럼에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앞으로도 꺼내지 않을 것이다.
꺼내봤자 해결되지 않고
몰랐던 사람도 더 상처 받을 뿐이니까.
서로 이렇게 계속 적당히 모른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