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네... 형들 잘 지내지?








-시작된 일-







수많은 하늘색 비행기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기 전 바닥을 기고 있었다.

여름 햇볕에 타들어가는 대지는 아지랑이를 토해내며 묵묵히 그곳에 있었고,

그 햇볕에 단순히 불쾌지수가 상승+ 진미가 오지 않음에 열뻗힌 치호는 의자에 앉았다.

"늦지 말라고 한 게 누군데..."

벌써 먹어치운 아이스크림은 네 가지 종류였다.

배탈을 염려해 차마 다섯 번째 상어아이스크림을 구입하지 못한 채 치호는 멍을 때렸다.

벌써 몇 번째 미국행 비행기가 날았는지 까먹어버릴 정도로 여러 번 떴었고, 치호는 짜증이 가득했다.

"야! 매니저!"

썩을 놈의 연예인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그의 수행원이자 경호원은 안도 섞인 미소와 함께 외쳤다.

"장난하냐!?"

...

진미가 인상을 찌뿌리며 다가왔다.

"히히... 살다 보면 뭐 좀 늦을 수도 있지 않냐 매니저야?"

"도대체 누가 비행기 탑승 3분 전에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빠뜨린 물건 없지? 여권은 있냐?"

"응. 여기 있잖아. 근데 말투 좀 띠꺼운데 닥칠래? 보디가드."

연예인이 정색하고 달려들자 그 경호원은 순간 움직임을 멈추어버렸다.

아니다.

이대로 순순하고 찌질하게 져버리면 앞으로의 체면이...

"대답 안 하지?"

"아 뭐, 일단 타자고. 조용히 하면 될 거 아냐..."

체면 따위... 먹고 사는데 지장 주지 않아야 한다.

그다지 번거롭지 않아야 했으나 촉박한 시간 탓에 급하게 비행기에 오른 두 사람은

냉전 체제에 돌입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좌석에 나란히 앉았지만 마치 외국인을 옆에 둔 토종 한국인처럼 어색한 공기가 이어졌다.

"......"

"......"

그래, 피고용인이 참아야지 별 수 있나.

"왜 그렇게 늦었어?"

"닥쳐."

...

까다롭다.

"늦은 건 박 진미 넌데 왜 그렇게 심통이야?"

"이 새끼 말하는 꼬라지 봐라. 여자가 삐졌으면 풀어줄 생각은 안 하고?"

"뭐?"

"아니 목숨 지켜준다는 새끼가 엉? 생각을 해봐?

분명 어제까지 목숨이 두개니 어쩌니 사람 지키는 게 어쩌니 해놓고

연약하고 갸날픈 여자가 조금 늦었다고 갈구고 있어, 나빠 안 나빠?"

"그건 좀 나쁘지."

"그래! 바로 보디가드 니가 한 짓이야 아니야?"

치호는 창 밖의 구름을 바라보며 밖에 나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차라리 구름 위에 있으면 연예인의 갈굼 같은 건 안 받아도 될 테지.

"대답 또 안 한다? 짤라버려?"

"내가 했어... 했다. 뭐 어쩌라고."

"그게 다야. 니 잘못."

새침하게 돌아 앉아 잡지를 펴 읽는 진미를 저주스럽게 바라보던 치호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제공 받은 음료에 입을 가져다 댔다.

매니저가 할 일.

현지 프로듀서와 의견 조율에 힘 쓰며 혹여 박 진미의 신변에

위험이 닥칠 일이 생기면 경호원의 임무를 다한다.

그 정도면 문제 없다고 생각한 치호는 팔걸이에 팔꿈치를 놓고 턱을 괴어 눈을 감았다.

비행기는 창공을 가르며 서양을 향해 떠날고,

진미는 외국 여성용 잡지 모델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세계를 무대로 목소리 낼 생각에 기대하고 있던 진미였으나,

왠지 치호와 본드걸 최 준을 계속 비교하게 된다.

만약 본드걸 최 준이 경호원이 되고 싶다고 꿈을 진심을 다해 털어놓지 않았더라면,

모든 일이 하찮게 여겨지던 그 바닷가에서 말한 그의 꿈이 경호원이 아니였더라면

이렇게까지 기대하고 비교하지 않았을 테지만 경호원 권 치호는 본드걸 최 준이 아니였다.

하지만...

"왜!"

"아 깜짝이야! 뭔데?"

치호가 잠시 졸았던 말건 간에 진미는 무의식적으로 그와 옆 좌석에 앉은

재수 없고 띠껍고 대드는 남자를 비교하고 기대했다.

"아 잠이나 쳐자. 매니저 주제에 말만 존나 많아가지고."

...

"미안."

치호는 잠결에 당하고, 이내 부족한 수면을 위해 다시 잠들었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외국 잡지 모델이 취한 섹시 포즈를 나중에 써먹겠다고 생각하며

진미는 잡지를 다시 앞 좌석 주머니에 꽂아넣었다.

미국이다.

세계를 향한 가장 큰 길이자 그나마 자신있는 팝송을 부를 무대가 몇 시간 뒤면

내 발 밑에 있게 돼.

날 보호해주는 사람이 최 준, 아저씨, 너 아니라도 잘 해낼 테니까

지옥이던 천국이던 잘 지켜보고 있길 바래.

진미는 치호가 깨지 않게, 소리 없이 미소지었다.









피라냐는 먹이를 물어뜯었다.

기포는 그들 사이를 가로지르고 혜성은 고깃덩이를 다시 한 덩어리 넣었다.

흉폭스럽게 달려드는 피라냐들이 수조 밖으로 물방울을 튀기며 고기를 씹어삼켰다.

띠리링-

띠리리리링-

"여보세요?"

혜성이 수조 안의 육식어들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피라냐 같은 것들... 그래, 먹이를 주면 뜯게 돼있는 단순한 생물들...

"다시 한 번 말해봐."

"예, 장형식 패거리의 움직임에 변화가 있습니다.

확실히 박 진미씨의 해외 진출을 기회로 삼은..."

"알았어. 끊어. 생각 좀 하게."

"예."

딸칵.

보글...보글보글보글...

"맛있지?"

피라냐들은 대답 않고 묵묵히 아랫턱을 이용해 육질을 물었다.

"내가 준 먹이라는 걸 니들이 알까 모르겠네...하하하."

이 혜성의 사무실 수조 속의 피라냐는 고기를 계속해서 물어뜯었다.













응원해주는 사람들 고마워... 쪽지도 고맙게 받았어.

오늘은 좀 짧아서 미안해ㅋㅋ 피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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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업된 하루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