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

읽어주는 모든 사람들 고마워











*본드걸은 아직 죽지 않았다 -2










-한 번 더...-









검게 빼입은 정장 차림에 살짝 풀린 넥타이가 진미 기숙사 현관 문 앞에 서있을 때

진미는 순간적으로 아저씨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뭘 그렇게 놀란 눈을 뜨나?”

“아... 아니...”

아저씨, 본드걸 최 준이 아니었다. 훤칠한 키에 날카로운 선이 돋보이는 얼굴만으론

진미가 착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분위기.

매니저 일까지 맡아할 이 경호원이 가진 분위기는 대번에 본드걸 최 준을 떠올리게 했다.

갑작스럽게 뛰는 간격이 빨라진 심장을 진정시키며 진미가 입을 열었다.

“안녕.”

그러자 상대는 이를 드러내며 씩-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초면에 반말이라, 인터넷에서 읽은 그대로잖아?”

“내 마음이지, 그 쪽도 존댓말 안 했으면서. 나이 차도 별로 안 나 보이는데 불편할 거 있어?”

진미가 틱 쏘아붙이자 정장의 사내는 대뜸 현관문을 열어젖히며 들어왔다.

“서 있는게 조금 불편하다. 들어가서 좀 앉게 해줘, 쎄 빠지게 일했다고.”

진미는 온 힘을 다해 사내의 가슴팍을 밀어 쳐냈다.

“뭐야? 어딜 함부로 들어와?”

복도의 주황빛 조명이 둘 사이를 계속해서 쬐는 동안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조명이 움직임을 인식하지 못하자 꺼졌다.

“에이... 그러지 말고... 같이 일 할 사인데.”

다시 주황불이 켜지고 진미는 꿈쩍도 안 했다.

“싫어. 별 거지같은 게 다 들어오려고 하네. 이름도 안 밝히냐?”

정장의 어깨뽕 부분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보니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하루 종일 일에 치여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피곤해서 연예인이고 뭐고

남의 집이고 뭐고 일단 앉고 싶었던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리라.

정장의 사내는 한 걸음 물러서서 허리를 펴고 꼿꼿히 섰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제 이름은 권 치호라고 합니다. 경호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여기

라이센스 보시면 아시겠고, 내일부터 당신의 경호와 내키지 않지만 매니저 일까지 하면

돈 좀 준다기에 내일부터 같이 움직이게 됐습니다.”

치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정색하며 구두를 벗었다.

“이제 들어간다. 아 진짜 까다롭네.”

그러나 진미는 다시 한 번 최선을 다해 치호를 밀쳐내며 말했다.

“몇 살이냐.”

“스물다섯. 정말 피곤해서 그런데 제발 앉게 해주시겠습니까...?”

팔짱을 낀 채 뜸들이다가

“그래. 들어와.”

백안시를 거두지 않은 채 진미는 쌩 돌아서 들어갔다.

온통 새하얀 테이블 앞의 온통 새하얀 의자에 마주 앉은 둘은

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치호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다리를 쩍 벌려 앉아 눈을 감았기 때문이고,

잠시뿐이었다고는 해도 재수 없는 경호원 새끼랑 아저씨를 착각한 게 열이 받아

맥주 캔을 따는 진미 때문이였다.

아 왜! 짜증나게.

기분이 더러워질수록 맛있는 게 있다면 담배와 맥주.

진미는 평소보다 더 맛있는 맥주를 마시게 되었다.

“뭐 이리 죄다 하얀색이야. 정신병원이냐?”

다행히 진미는 맥주캔을 던지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하얀색을 좋아해서. 용건이나 말하고 빨리 꺼져줬으면 좋겠는데.”

넥타이를 바로 매던 치호는 정말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무슨 연예인이, 아니 여자애가 입이 그렇게 험해? 입에 쓰레기를 물었나.”

“쓰레기 아니야.”

“아니 너보고 쓰레기라고 한 적...”

“쓰레기 아니라고.”

........

“그리고 씨발 연예인은 사람 아니야? 일일이 설명하기도 짜증나네.”

“...알았다. 그래, 내가 생각이 짧았다. 피곤해서 그래 좀 넘어가라...”

까칠하기로 유명한 박 진미라고 온 대한민국이 알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인

치호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의 준비와 함께 기세를 꺾어볼 요량도 있었지만

막상 라이브로 까이고 나니 그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용건이나 말하자.

“내일 여권 지참해서 9시 30분까지 김포공항으로 가야돼. 표는 내가 가지고 있다.

중요한 물건만 담아서 여행 가방에 지참하고, 옷가지들은 가서 사라고 했고, 또...

웬만하면 눈에 안 띄게 하고, 아 또 뭐라더라. 피곤해서 기억이 안 나네.”

정장을 훑어내려 가다가 목에 걸린 경호원 신분증을 발견한 진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됐어, 난 경호하는 게 주업이니까. 할 말은 다 한 것 같다.”

“야.”

“야? 내가 너보다 두 살 많지 않나? 프로필 나이보다 2살 적다며? 어디서 맞먹으려고.”

“나 프로필 나이 안 속였거든. 그러니까 동갑이야. 그런데 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치호가 진미가 테이블에 놓아둔 맥주를 잡아 마셨다.

“캬... 뭔데?”

“넌 왜 경호원이 하고 싶었어?”

......

?

“아니 갑자기 왜...”

“닥치고 빨리 대답해. 나도 피곤해서 일찍 들어가서 잘 거니까 대답하고 꺼져...”

“경호원이 된 이유...

간지 좀 나잖아?”

이내 진미가 실망스러운 티를 팍팍 내며 손을 내저었다.

“그래, 내일 봐.”

이 년이...

“야! 농담도 못 하냐? 보디가드는 겉멋 들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쳐 지키는 일. 다른 사람을 지켜준다는 것, 멋지지 않아?”

!...

아저씨처럼...

“한 번 더...”

진미가 낮게 속삭였다.

“뭐?”

“한 번 더 말해보라고!”

“왜 성질이야. 다른 사람을 목숨 바쳐 지키는 일을 하고 싶었다. 멋있잖아.”

“풉...

아하하하하!”

이 년이...!

“비웃냐?”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아저씨랑 똑같이 말해서.”

“아저씨?”

“됐고, 이제 가도 돼. 집에 가서 푹 쉬라구. 쳐자다가 늦게 나오기만 해봐라...”

치호는 맥주를 몽땅 비워버렸다.

“한 캔 더...”

“나가라고.”

“말투 참...”

치호는 옷 매무새를 바로 잡으며 목을 꺾더니 웃으며 일어섰다.

“그럼 내일 보자. 목숨 한 개 더 생겨서 좋겠네.”









추천/댓글 정말 달게 받고 있어!

스크롤이 길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본드걸은 죽었다'를 한 번 찾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거야.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