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비비,삐비비...."
귀찮은 알람음에 잠시 뒤척이다 핸드폰을 집어들며
조금은 멍하고 짜증난 표정으로
"아 씨발 담배땡기네..."
라고 중얼거린다.
송파공고
일.찐...
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됀다.
"아나...뒷목 존나 아프네 잘못잤나..?"
엄마가 있음에도 나는 서슴없이 욕질을 내뱉는다.
왜냐하면 나는
일.찐
이니까...
거실에 이미 차려져 있는 밥상을 보고 가소로운듯 쉬크하고 도도한 조소를 날린다.
"이딴것도 밥상이라고...
집.어.치.워!!!!"
'쨍그랑!!'
거칠고, 마초스럽게 식탁을 엎어버린다.
그리곤 미리 준비해두었던 수건을 왼쪽 어깨에 걸친 후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간다.
"흠..."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얼굴은 잘생겼단말이야...
얼굴에 여드름이 많지만 그것은 청춘의 다이아몬드.
나의 얼굴에 박힌 금강석들은 질풍노도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킨다.
누구도 막을수 없는 반항아...라는건가?（훗）
나도모르게 내얼굴에 반해 씻는것을 잊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에잇, 모르겠다. 머리만 감고 양치하고 세수는 안해야지.
어차피 학교에 갈때 껌을 씹기때문에 양치를 안해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간단하게 머리를 감고 나온 후 남자답게 문을 박차고,
센치하게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내방으로 터벅 터벅 들어온다.
거울에 비친 내모습은 마치 한폭의 세미누드.
윗통을 벗었기에 상반신이 모두 드러났다.
95키로에 육박하는 내 몸은 모두가 지방덩어리인줄 알지만 사실은 고밀도로 압축됀 근육이 축적됀 것이다.
마치 전문적인 보디빌더들이 벌크업을 하는 것처럼.
나의 넓은 어깨와 남자다움을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살이 많은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물론 내가 한것은 아니다.
나의 몸이 스스로를 그렇게 만든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몸 역시 어쩔수 없는
일.찐
이기 때문에...
나는 정말로 늦었다는것을 실감하고 급히 옷을 입고 대문을 나선다.
차유리에 비친 내모습은 마치 교복모델.
남자들의 가장 이상적인 키 183에 95키로에 육박하는 우람하고 잘 다져진 근육으로 뭉친 보디, 거기다가 얇고 긴 다리까지...
상체에 비해 다리가 얇아보이는것은 내가 전형적인 서구형 체질이라는것을 증명해준다.
내몸은 이미 세계화에 발맞춘 최첨단 보디라는 것이다...
스마트하고 살짝 아방가르딕한 나의 마이는 오버사이즈이기 때문에 자칫 그냥 큰사이즈를 입은걸로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패션의 'P' 자도 모르는 우매한 자들의 해석일뿐...
진정한 패션 피플들은 그 가치를 알 것이다...
버스를 타기 전 버스정류장 옆쪽 주차장에서 담배를 핀다.
나의 주종목은
'말보로 아이스 블라스트'
차가우면서도 고독한 나의 이미지를 부각시켜줄 아이템이다...
이 한개피의 고독에 불을 붙이고.
나는 오늘도 담배한개피와 함께 하루를 연다...
왜냐하면 난
일.찐
이니까...
담배를 피우고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따라 버스는 오지 않는다.
나는 일찐이기 때문에 지각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단지 매일 일찍 나오기때문에 늦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자꾸 나를 향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 시선의 정체는 바로 내 옆에 서있는 한 소녀...
검은색 오피스 치마를 보아 개포여고 학생임이 틀림없는 이 소녀는.
매일 내가 버스를 타는 시간에 나를 보기위해 나와있다.
아마도 나의 무심한듯 시크한 눈빛에 빠진거겠지...
너따위에게는 조금도 관심 없다는듯, 지루한듯 하품을 켠다.
'하아암~'
난 강하고 쉬크한 이미지의 남자이지만, 하품할때 만큼은 살짝 귀여운 표정을 지어 모성본능을 자극시킨다.
역시 바로 반응을 보이는 이 소녀.
코를 막아쥐며 나를 쏘아본다.
아참, 이를 닦지 않은데다가 담배의 향기까지 합쳐져 좋지않은 향이 난 모양이다.
미안하다구 소녀. 일부러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구...후후
하지만 나에게 빠진 이상 그 향기마저 감내할수 있는듯.
소녀는 아직도 나의 옆에 서서 나를 쏘아본다.
이것이 바로 사랑에 빠져버린 여자인가...구차하군.
아, 마침 저기 나를 위한 강남05번 버스가 온다.
마을버스라고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곳은 강남.
즉 강남 마을버스이기 때문이다...
일반 마을버스와는 차원이 다른 이 마을버스는
오늘도 나를 송파역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안달이 나있다.
나를 바라보던 소녀는 도시형버스L-4412를 타고 가기 때문에.
오늘도 짧은 만남으로 소녀와 나의 비밀스러운 팬미팅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소녀를 모른척 할수 없는법.
버스에 올라타기 전, 뒤를 돌아 소녀를 응시하며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이마에 살짝 대었다가 날리는,
이른바 '쿨가이'인사법을 해주었다.
쉬크하지만 시원하고 상쾌한 민트향을 머금은 미소와 함께...
소녀는 갑자기 옆에있던 전봇대를 붙잡고 구역질을 하였다.
아마도 오늘의 서비스는 너무 심하였던듯 하다.
나의 미소 한방에 저렇게 가슴이 울렁거리다니...
소녀의 친구가 소녀에게 다가가 사정을 물으니 소녀가 나를 가리키며 욕질을 한다.
"저 돼지새끼가 맨날 아가리 똥냄새 풍기면서 내옆에 새치기하길래 짜증나서 쳐다봤더니 지 좋아하는줄 알고 변태같은표정 지으면서 인사하잖아!"
훗...이것이 바로 사랑의 반어법인가...?
소녀의 붉어진 얼굴은 어느새 나를향한 사랑을 반대로 말하고 있었다.
이렇듯 나를 사랑하는 여자... 싫지는 않지만 너무나 귀찮다.
난 쉬크하게 버스에 올라타 사정없이 티머니를 찍어버린다.
그것은 소녀의 곁을 떠나겠다는 무언의 형용사이다...
자, 버스야 달리거라... 나는 이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러 학교에 간다...
왜냐하면 난
일.찐.이.니.까...












허세글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