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작품 '노인과 바다'가 실제 쿠바 어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쓰였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레고리오 푸엔테 - 쿠바의 어부였던 그는 자주 쿠바에 들리던 헤밍웨이와 친분을 맺게 되었고.
이후 그는 헤밍웨이에게 자신이 겪었던 안타까운 실패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두 달 가까이 이르는 망망대해에서의 표류. 방랑 끝에 얻은 귀중한 물고기 여섯 마리. 그리고 상실.
그리고 헤밍웨이의 통찰력은 이 이야기 안에 숨은 인간 보편의 성질을 놓치지 않았죠.
어쩌면 평범한 시골 어부의 일상 이야기로 끝날 수도 있었던 그 모험담은-
헤밍웨이의 손에 의해, 인간의 끈기와 신념을 상징하는 하나의 전설로 변모했습니다.
이후 헤밍웨이는 푸엔테에게 2만 달러가량의 사례금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푸엔테는 극구 그것을 거절했지만, 강요에 가까운 헤밍웨이의 태도에 결국 그것을 받아들었다고 합니다.
1950년대의 2만 달러라. 정말 일반 어부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돈이지요.
그는 그 돈을 이용해 배도 조금 더 큼지막한 것으로 바꾸고, 또 생활수준 전반을 개선하는데 사용했다고 합니다.
잘 된 일이지요.
헤밍웨이가, 자신보다 훨씬 더 이른 날에 사망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노인 푸엔테는 헤밍웨이보다 40년의 세월을 더 살았습니다.
헤밍웨이가 사망한 후, 푸엔테는 그가 선물해준 것이나 다름없는, 새로운 보트를 타고서 멍하니 석양을 지켜보고는 했답니다.
노인이 자신의 인생을 일구던 터전, 바다 위. 다만 그곳은 이제 노인만의 장소가 아니었겠죠.
<노인과 바다> 속의 강인하고 용감한,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던, 헤밍웨이의 '인간'이 남아있는 장소가 되었으니까요.
그곳을 바라보며 푸엔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먼저 떠나간 친구가 남긴, 너무나도 자신을 닮은 그 인간을 보며,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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