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스터야! 잠시후 너희 집앞을 지나갈 예정인데 데이트할까? ^^"



몇일전 성북동에 사는 작은오빠가 퇴근길에 저에게 저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딱히 할일도 없는데다 열기가 훅훅 뻗치는 집에서 샤워하고 뒹굴거리고 있는 상황이라 쓰레빠를 끌고 집앞 카페로 나갔지요.







저와 2살 차이지만 제가 생일이 빨라 학교는 1년차로 다녔던 오빠는...

머리만 믿고... 잘때 자고, 놀때 잔 덕분에 훌륭하게 （키만）자란 저완 달리

학창시절 99%의 노력과 1%의 두뇌를 가지고 코피 쏟아가며 공부를 한 케이스라

밤낮으로 공부에 매진하다보니 185cm인 아빠와 160cm인 엄마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음에도

저와 3센치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키를 가지고 있답니다.

（잠을 못자서 키가 안자란거라고 본인이 그렇다고 우기니 머...-_-）

참고로 큰오빠 183, 전 169. 작은오빠는... 계산해보시길.



늘 우등생에 학창시절 내내 반장을 도맡아한 오빠덕분에 제 이름보다는 **동생으로 불리웠으니

공부에 청춘을 다 받쳤다는 그말에 동감은 합니다만...

공부도 잘하면서 키도 큰 놈들은 신의 아들인가?? -_-;





외모도.... 저와는 많이 다릅니다.



책과 담쌓은 덕분에 불끄고 복숭아 벌레를 찾아내는 시력과

아빠의 시원시원한 마스크를 물려받아 눈,코,입, 얼굴각은 기본이고 골격또한 장대（?）한 저완 달리

중학교부터 쓰기시작한 돋수높은 안경을 써도 화장빨에 홀딱 넘어가는 시력과（여자는 다 예쁘다 함. -_-;;）

뺀질뺀질 홑겹인 눈, 계란형에 가까운 얼굴에 야윈 몸매.

거기다 체형에 어울리지 않게 진화가 한참 진행중인 온몸이 북실북실 털복숭이까지. （가슴까지 털이 복실~）





몇일전 문자가 맘에 걸려서 일부러 온건 아닌가 싶더군요.



몇일전 문자내용라는게 다른게 아니고....

오빠 회사가 명동인근에 있는 LG ***인데 그쪽에 갈일이 있어 나가는 길에

마침 점심시간도 겹치고 하니 맨날 조미료 들어간 밥사먹는 오빠생각에 얼굴도 볼겸 문자를 보냈지요.





나 : 요즘도 점심 사먹지?? 조만간 도시락 배달 갈테니 기다리고 있어



오빠 : 갑자기 왜? 오지마...-_-;;





나 : 왜!!!



오빠 : 오해 받기 싫어. ㅡ.ㅡ;





나 : 먼 소리야?? 동생이 오빠 얼굴보러 간다는데?



오빠 : 누가 널 보고 동생이라 하겠니? 오빠 바람난줄 알꺼다.-_-





나 : 안닮긴 했다만....누가 묻거든 동생이라고 당당히 밝혀! 등본이라도 떼다줘?



오빠 : 아무도 안믿을껄? 그러니 오지마라. 먹은걸로 치마. ^^







머 이런 문자를 주고 받은후,

몇일 안되서 뜬금없이 찾아온다하니 아마 내가 문자로 섭섭해 하는건 아닌가 싶어 오나? ... 이런 생각을 하며 나갔습니다.



평소 남매애가 돈독한 것도 아니고,

혈액형도 완전 반대에다（오빠는 그 독특하다는 AB）

꼼꼼하면서도 바른말도 잘하는데 무엇보다 남자임에도 닥살스런 애교를 쏟아내는 통에

무뚝뚝한 제 입장에선 3마디 이상하면 도통 적응이 안되는터라 긴~ 대화도 나눈적이 없다보니

살부대끼며 자랐던 어린시절은 물론이고 일년에 한두번（명절+엄마생신+어쩌다 한번） 만나서 짧은 안부를 묻는게 전부인 그런 오빠가

나랑 놀아주겠다고 이밤에 집앞이라 하니.....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_-



어릴땐 저도 나름 애교도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술이나 몇잔 들어가면 모를까 애교를 토해내고 싶어도 잘 안되는데

（오빠들의 증언에 의하면 어릴적 절 부를때 이름을 부르지 않고 "백여시"라고 불렀던걸 보면 애교가 있었던것 같기도.... -_-）

오빠는 누굴닮아 그리 애교가 많은지 가끔씩 엄마가 '너도 좀 배워라'며 오빠에게서 온 문자를 보여주는데

하트는 기본에 혀짧은 발음하며... 어찌나 유치한지 손발이 다 오그라들 정도랍니다.





"마덜~! ^^ 점심식사 하셨숑~ 아들이 용돈 보냈삼~~!! 맛있는게 사드셈~!!♥♥"



"띵똥~!! 사랑하는 아들이 택배로 과일보냈답니다!!! 아들 생각하며 많이 드셈. 알라뷰~!!*^^*"





이따구（-_-;;） 문자질은 기본에다 어쩌다 엄마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왔다가 만나면...

다른사람들과 함께 있는 병실임에도 엄마 젖을 쪼물딱 쪼물딱 거리면서 얼굴을 막 부비고 있다는......-_-;;;





"얏!!! 다 커가지고 징그랍게 머하는 짓이야!!! 사람도 많은데서 남사시럽게. 가서 니네 마누라꺼 만져!!!"





저는 깜놀해서 이렇게 소리지르지만,

그럴때면 '저게 머라고 하는겨?'하는 표정으로 가소로운듯 쳐다보고

당하고（?）있는 엄마도 흐뭇하게 오빠를 바라다볼뿐이니...... 징그러워도 제가 참고 그자리를 벗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답니다.



오히려 엄마는 이런 오빠가 왔다가면 제가 옆에 있어도 벌써 가버렸다며 계속 서운해 하시기 일쑤죠. ㅡ,.ㅡ;;





그런 오빠가 집앞에서 보자고 하여 자주가던 커피숍으로 나갔습니다.





"여기 내 단골인데.... 직원들이 보면 나 바람난줄 알겠다...-_-" -나



"에잉~~ 설마.. 그래도 남맨데... 우리는 잘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우린 분명 어딘가 닮았을거야..^^" -오빠







저 얘기를 듣고보니 분명 지난번 문자에 대해 내가 속상해 하고 있어서 온걸거라는 확신이 서더군요.

안어울리게 소심하긴. -_-;;





그렇게 커피숍에 마주앉아 있는데 그것참........

학창시절 소개팅하는것처럼 상당히 뻘쭘하대요. -_-



오빠도 저같은 기분이 들었던지... 메뉴판을 뒤적거리더니 갑자기... 맥주를 시킵니다.





참고로 오빠는 술을 전혀 못마시고, 저도 맥주한잔만 마셔도 빨개지는 체질입니다.

고로 집안이 원래 술을 못한다는 얘기.

（못마시는거 알면서... 전 젊을때 객기로 술을 퍼먹고 다녔습니다.. 요즘도 가끔은 뭐...ㅡㅡ;;）





술도 못마시면서 무슨 맥주야??... 했더니

오빠도 주량이 많이 늘어 한잔 정도는 마실수 있단다..^^.. 하네요.



한잔정도......-_-;;



그렇게 맥주 300cc（커피숍이라 500cc는 안판답니다. -_-;;;）를 두개 시키고 안주를 마른안주셑트를 시켰지요.

（꼴랑 300cc 시키고 과일안주 시키겠다는걸 겨우 말렸네요. 3,000cc이나 되면 말을 안해....휴~）



안주가 먼저 나오자 뻘쭘함을 감추기 위해 오빠가 안주빨을 막 세웁니다.

머...저도 딱히 할말도 없고해서 같이 안주빨을 세웠네요.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우적우적.



그리고 맥주가 나오자 잔을 부딪히면서 한모금 들이키더니....캬~~ 소리를 내뱉으면서 또다시 안주를 우적우적.





.......................（침묵）





한참의 침묵을 깨고 오빠가 먼저 말을 걸더군요.





밥은 먹었니?? -오빠



아니. -나



밥 좀 잘 챙겨먹지?? 뼈 밖에 없구나. ^^ -오빠



장난해? 지금 이 근육이 뼈로 보이냐? -나





...........................（침묵）



뻘쭘해서... 집앞에 가게들 이름들을 새로운양 읽어도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옷차림과 몸매도 감상하며 있다가

다시금 안주를 우적우적.... 맥주 한모금 꼴깍!!!





300cc잔에 맥주가 1/3도 안비워졌는데 안주가 바닥을 보이더군요.



오빠가 웨이터를 부르더니 메뉴판을 달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과일을 시키대요. -_-;;;;





또다시 과일안주가 나올때까지 무한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근데 이동네는 왠일이야? -나



응.. 오빠가 마포에 출장갔다가 울동생 맛있는거 사줄라고 들렸지.^^ -오빠



그냥 돈으로 줘!! -나



ㅡ_ㅡ;;; -오빠







............................. （침묵）



다시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도 쳐다보고,

길가에 간판들을 또다시 정독을 하고 있을즈음

과일안주가 나오고 또다시 우린 잔을 부딪히고 맥주를 한모금 마셨답니다.





아...이 뻘쭘함이란.

상황으로만 보면.... 누가봐도 우린 한뱃속에서 나온 오누이가 아니더군요. -_-;;;;

십년전 술먹고 내바지에 토하고 도망간 놈을 만나도 이렇게 뻘쭘하진 않을거란 생각이..ㅠㅠ



맥주가 2/3정도 비워지고 안주도 바닥을 보일즈음이 되고나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습니다.

오빠 얼굴색이.... 가게안의 술은 다 먹은 모양새가 되어 있더군요. -_-;;;





"어이...정씨!! 술 그만먹지?? 피식~~~." 웃어줬습니다.





오빠와 술자리가 처음인것도 있지만 이리 술을 못마시나 싶어 한마디하고 괜히 웃음이 나는데,

본인도 어이가 없던지 따라웃네요.





그러면서 하는 말.



시스터야. 너 술 그만먹고 시원한 냉커피라도 한잔 시켜주리?? 여자가 술먹은 티내면 안되지 않겠니???......... 합니다.





먼소리야?? 난 멀쩡하다규~~~ -나



ㅋㅋㅋ.... 니 얼굴도 완전 황혼에 물들고 있구나..^^ -오빠.







오빠와 저.

닮은 구석이라곤 눈을 싯고 찾아봐도 없다고 생각했던 저였는데

그날보니 서로의 피부색깔... 그러니까 술못마시는 체질은 똑같았던 거죠. ㅠㅠ



300cc가 다 비워진 제 잔을 보고 웨이터가 슬금슬금 다가오는데

저희 두사람 얼굴빛을 보더니 베시시 웃으면서 그냥 가더군요. ㅡㅡ;;;





"그것봐라. 분명히 닮은데가 있지? *^^* " 이러면서 무척 좋아하대요.







"그러니까... 회사에 한번 간다고!!!" -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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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마...-_-^" -오빠







지금껏 살면서 외모나 성격이나 어느것 하나 닮은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맥주 330cc가 우리를 남매로 확인시켜주는 밤이었답니다.







이상 새로운 가족이 생긴 기분에 들뜬 우리집이 썼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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