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빨래를 개다보면
네가 슬며시 웃는 소리가 들려.

작년 이맘때쯤 기억 나?
우리는 같은 방 안에 있었잖아.

영화처럼 문이 닫히자마자 허겁지겁
서로의 입술을 탐하지 않았어.

그냥 조용히 문을 닫고
몇 번의 다른 방을 다녀갔지만
언제나 익숙해지질 않는 듯
낯선 공간에 조심스레 발을 내딛었지.

우리에게 그런 농밀함은 없었어도
사랑은 방에 있는 고요보다 더 컸어.

한 사람이 씻으면 다른 한 사람이 옷을 개어주고
어쩌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배시시 웃던 순간.
그 상기된 눈맞춤이 나는 이렇게 오래도 사랑스럽네 정말.

너 없이 혼자 나의 옷들을 개는 날이 이만큼이나 많아졌어.
이 빨래들보다 더 많은 기억을 빳빳하게 개어도
매 순간이 아름다웠던 마음 속의 너는
단 한 번도 구겨지지가 않는다.

네 기억은 이제 교복처럼 둘거야.
입을 수 없어도 곰팡이 슬지 않도록 고이 보관해야지
가끔 꺼내보고 나를 빛나게 하던 순간을 추억도 하고.

아, 넌 참으로 나의 찬란한 시절이었다.




-이따금 그리움이 흘러 넘쳐 기억이 다시 젖어들면
오늘처럼 너를 어여쁘게 말려서 다시 내 맘 속에 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