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아직도 싸우는 누나와 나의 이야기



1.

스무살 대학교 MT에서 처음 만났다.

솔직히 그때 기억은 개뿔 하나도 안난다.
（그게 기억나면 내가 아이큐가 88이 아닌 거겠지）

그때 그억으로는 곰돌이 모자 쓰고 있었던 사람이었음




그리고 엠티 다녀와서

누나랑 다른누나가 밥사준다고 해서

쫄래쫄래 나가서는 참 맛있게 먹다가

생각했는데




사실 누나보다 다른 누나가 더 이뻐보였어......


딴 누나가 말 안걸고

누나가 말걸어서 초큼 실망했었어


뮈안-_-; 이해하지?

난 솔직한게 매력이잖아







2.

둘 다 사는 동네도 같고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아서 금방 친해졌다.


그러다가 체육대회인가 하던 날

내가 체육대회서 뭔가 했었는데（무슨 응원부장 이런거였을꺼야）


그때 누나가 아웃백서 밥사준다고 그래서

체육대회고 나발이고 쫄래쫄래 밥먹으로 따라갔었지



..............

누나한테 밥한끼 얻어먹고

과 회장님께 -_- 쌍욕을 얻어먹었지


누나한테 밥 얻어먹고

회장한테 욕 얻어먹고

정말 지금 생각해도 배부르다 -_-







3.

누나가 자기 요리 완전 잘한다며 호언장담 하면서

자기집에 밥먹으로 오라길래

나 완전 기대하고 밥먹으로 갔는데


-_-................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비빔밥 주드라

나 매운거도 잘 못먹고

비빔밥을 정말 싫어하는데 -_-


눈을 반짝반짝하면서

"맛있게 먹어. 많이 있으니까 더먹어" 이랬지?

글고 "왜 이것밖에 안 먹어?" 이랬었지?



누나 나 그날 누나집서 밥먹고

집와서 라면끓여먹었어


정말 오랬만에 알바 쉬는날이었는데 -_-

오랬만에 맛있는거 먹나 기대했었는데



누나 진짜 우주악당.

누나는 전생에 아마 알렉터 군단이었을꺼야






5.

그뒤로 가끔

중간에 공강이 둘다 많을때면

울집서 밥 먹었는데



누나가 정말 맛있다면서

나 볼때마다 먹고싶은 메뉴를 말함 -_-


누나 내가 김밥천국은 아니잖아.

글고 세상에 짜장맛 케이크가 어디있냐고 -_-^






6.

누나랑 동천근처 돌아다니다가

내 옛날 여자친구를 우연히 만났는데

난 그냥 한숨만 폭폭 쉬면서

"저기 방금 지나간 사람이 내 옛날 여자친구였어" 라 말하니까

"그런데 왜이렇게 한숨만 쉬어?"라고 누나가 묻기에



난 솔직히 대답했다.

"젊고 예쁜 여자랑 같이 있을때 만났으면 한숨 안쉬고있겠지."



누나는 빙긋이 웃으며












개패듯이 떄렸다. 웃으면서

사실 맞을 짓거리를 해서 맞은거지 ;;







7.

다들 이렇게 말하잖아

여자는

안경 벗으면 2배 예뻐지고

머리를 기르면 5배 예뻐지고

살을 빼면 10배 예뻐진다고








누나 고등학교때 사진을 보고는

그말은 조금 잘못된걸 알았어

여자는 안경 벗고 머리 길고 살빠지면








2만배 예뻐져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8.

누나는 항상 나에게

"난 예뻐"

이런 말을 하곤한다

난 개소리하지 말라고 항상 말하지만




그런데

솔직히 누나 진짜 예쁘긴 하다-_-

우주에서 젤 예쁜거 같다








단지 지구에서는 안먹힐 뿐







9.

가끔 누나는 심오한 비유를 하곤 한다


"나 감기걸렸는데 콧물 2키로 풀었어"


"나 응가 했는데 아나콘다를 쌋어"


"생리가 어떤느낌인줄 알아?

너 어렸을때 귀저귀에 똥쌋는데

엄마가 하루종일 귀저귀 안갈아주는 느낌이야"




그런데......

왜 꼭 이런 비유를 식사시간에 하는지 모르겠다 -_-







10.

한번은 누나 남자친구 보여달라고 조르고 졸라서

한번 보여주기로 했는데

내가 무심결에

"누나 매형이 누나 XX하고, YY하고, ZZ한것들 다 알아?"

물었더니





.........

그뒤로 누나는 나에게

남자친구를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_-.........







11.

요즘은 덜 그러지만


누난 내가 여자랑 만나고 있으면

어떻게 알고는 귀신같이 전화해서



"너 지금 누구랑 있어?"


"집이라고? 뻥치지마 집전화로 전화해봐"


"너 12시까지 네이트온 들어와

너 들어올때까지 나 안자고 있을꺼야"




.....................

그리고 본인이 남자친구 만나고 있을땐

전화도 문자도 다 씹는다 -_-


아오 정말 빡쳐서






13.

울 아부지가 지나가다

누나랑 나랑 같이 있는걸 보셨는데

아부지가 누나 이쁘다고 함.........

내가 그럴리 없다고 말했지만

아부지가 예쁘다고 하심 -_-;;





아부지

누나 세수안하고

화장 안하고

머리띠 하고

안경쓴 모습을

꼭 보셔야 제 말을 믿으실래요?






12.

그리고

의외로 정말 이 누나 울보임








13.

그리고 가끔은

아주 가끔은



울 엄니 입원해 계실 때 집에 반찬도 가져다 주고

나도 모르고 지나갔었던 생일 챙겨주고

맛있는거도 잘 사주고

내 진지한 고민도 들어주고

내 재미 없는 말에도 웃어주고

내 재미 없는 글도 꼬박꼬박 읽어주고

나 힘들때 힘내라고 내 등을 토닥여 준 것도

나 너무 슬퍼하고 있을때

힘내지 않아도 괜찬아라고 말해준것도




어쨋든 4년 넘게 맨날 싸우면서도

나 잘 챙겨줘서 고맙고

뭐 그냥 그렇다고






Ep.

항상 가까이 있어서

그 고마움을 알지못하지만


떨어져 있으면 고마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암튼 고맙다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