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y sister







- pro


언젠가

테이크아웃 전문점보다

달달한 자판기 커피가 좋았던

그런 시절



지금은 프림만 먹으면

배가 꾸르륵 거리지만

달달한 자판기 커피가 좋았던

싸구려 시절



찻집에서 차마시는것 보다

자판기 앞에서 수다떠는게

더 좋았던 싸구려 아련한 추억들



시작





1.

옛날 아부지가 동업하다가

동업자 색히가 자재랑 가게랑

몰래 처분해 버리고

쫄딱 망하기 3초전에 시절이 있었다



집은 항상 비어있었고

엄니 아부지 얼굴은 보기도 힘들었다


항상 혼자이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사람이 너무 그립고 그리웠던

긴 터널같은 깜깜한 날들이었다.






2.

난 점점 빗나간

나쁜아이가 되가고 있었다



나쁜아이들과 어울렸고

술도먹고

담배도 피우고（이때 나 담배갈켜준 놈들 다 폐암걸려라-_-）

그런 나쁜아이었다




그러다 그 사람을 만났다.





3.

그 사람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효산고에 다니고 있었으며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안경을 끼고

맹해보이는 웃음이 슬퍼보이던 그런

사람이었다





4.

처음 그사람은

무서운 사람이었다


그땐 실업계 누나들이 정말 무서워보였드랬다

그리고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커다란 사치였다



그러나 그사람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너. 내 동생같아서 그래

내동생해라"




5.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나와 그사람은 유전적으로 절대

닮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때 난 작고 뚱뚱하고 찌질한

그리고 그사람에 말에 따르면

"뭔가 억울해보이는 얼굴"이라고 했다.


그리고 난 전혀 맹해보이지 않는 인상이다

오히려 성격이 더러워보이는 그런 아이었다





6.

학교가 끝날때쯤

집에 걸어오면 효산고가 끝나는 시간이 되었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빨리 집에 가고 싶었지만


묘하게 집에가는 길에서 자주 마주치던 사람이었다


"너 왜이렇게 냄새나!!

좀씻고다녀!! 옷은 좀 빨아서 입고다녀

어디가서 내 동생이라고 하면 죽는다"



.....


집에 씻으로 가는 길이었고

남자가 다 그러듯이 언제나 지저분 했고

그리고 난 무엇보다 그사람의 동생이 아니었다


그리고 만날때마다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7.

그때 강타했었던

F**A브랜드의 지갑보다 조금 큰 손가방안에는

예쁜병안에 여러가지 향수가 들어있었다



난 처음 그때 향수라는 것을 보았고

엄청나게 싫어했다



어차피 집에가면 씻을건데

날 볼때마다

향수를 치덕치덕 뿌리고는 집에 보냈다


정말 싫었다

반짝거리는 예쁜 병도

머리아픈 냄새도

나에대한 관심도

모두 싫었다




8.

그사람은 커피를 좋아하는

겉멋만 잔뜩든 보통 여고생이었다


물론 고등학생의 주머니 사정상

찻집같은 곳에서 마시는건 아니고

커피믹스와 자판기커피를 주로 마셨다.


같이 마시는 상대는 나였다

더워 죽겠는데

난 커피만 먹으면 배도아프고

무엇보다

학교에서 있었던 별 특별한 일도 아닌 일을

담임선생 뒷담화부터

자기 옆자리 앉는 애는 너무 못생겼다는 말까지


마시면 배아픈 커피를 후루룩 마셔버리곤

종이컵을 접었다 폈다하는게

내가 그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는 일의 전부였다



9.

가끔 그 맹한 얼굴을 보면

언제부턴가 편한 사람이라는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면

그사람은

"나 좋아하면안된다 ~

누나는 완전 멋진 꽃미남과 결혼할거란다"

라며

그사람은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만 하게 해줬다

나에게 그사람은

"그냥 이상하고 그런데 편한 이름모르는 누나"였다





10.

어느날 부터인가

그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먹으면 배아프고 잠도안오는

커피로부터의 해방이었고


집에가는 길에

조금은 쓸쓸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하교길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아주 나중에야 소식을 들었다

교통사고랜다

죽었댄다

이제 못본댄다



그렇게 난 누나를 잃었다.







Ep.

가끔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밥을 못해도

맨날 괴롭히고

부려먹는 누나라도

한명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보다 1초라도 더 먼저 태어나서

날 조금이라도 돌봐줄 수 있는 사람.

날 이러면 안된다고 잡아 주는 사람

내가 힘들 때 다 괜찮다고 등을 토닥여 줄 수 있는 사람

세상이 다 날 버려도 내편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




누나라는 사람.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