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케이입니다.

3회 올립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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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좀 더 안아줘




회사에 출근하여 밴을 가지고 성은의 집 앞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6시가 되어있었다.
아...9시까지는 화보 촬영장에 도착해야 되는데...성은이 깨우면 대략 한 시간은 씻는다고 안나올 게 뻔하고...그러면 7시...최대한 빨리 헤어샵 가서 머리하고 화장하면...8시 반에서 9시 사이...아악!!늦을 것 같다!!정말 중요한 촬영인데!
조급증이 난 나는 얼른 성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멍청한 건지 아님 순진한 건지~이렇게 한심한 말만 튀어나와~♪’
하아...성은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얘는 자기 노래는 죽어도 컬러링 설정을 해놓지 않는다.
도대체가 신인가수의 자세가 안보여...자기 노래 조금이라도 더 홍보해야 한다는 거 뻔히 알면서...이번에 한소리 해야겠다.
그런데...이 녀석이 전화를 안 받는다.
피곤했나보네...하긴 어제도 새벽 1시까지 연습하고 들어갔으니...
연예인들 참 안쓰럽다. 특히 신인 때는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여기저기에 매달리고, 홍보하고, 연습해야한다. 성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삶이 그들 스스로 선택한 길인 것을. 그리고 이 길을 계속 걸으려면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야 하는 것을...

성은이를 만난 것은 2년 전 일이었다. 그 때는 나도 이 일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연습생들과 함께 연습하는 것을 지나가면서 몇 번 봤던 정도였다. 그녀는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과로로 응급실에 실려가고 닝겔을 맞으며 연습하는 투혼을 수십 번씩 보여준 친구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난 그저 ‘예쁘게 생긴 애가 악바리처럼 하네. 뭘해도 될 녀석 같다.’ 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는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커피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뽑아 홀짝거리는데 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쳤다. 뒤돌아보니 성은이가 서있었다. 그녀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오빠만 커피마셔요? 나도 커피 마실 줄 아는데...헤헤...”
그 때는 서로 얼굴만 알았을 뿐 한마디도 나눠본 적이 없는 사이었다. 그런데 대뜸 커피를 사달라는 것이다.
“그럼 마시면 되겠네. 자, 비켜줄테니 뽑아 마셔.”
내가 자판기 옆으로 스윽 물러나자 그녀는 금새 뾰루퉁해져서 나를 째려봤다.
“흥! 오빠가 너무 야박하시다. 안 마셔요, 안 마셔!”
그 모습이 귀여웠다. 마냥 악바리인줄만 알았던 녀석이 이런 오지랖도 있구나 싶었다.
“큭큭...농담이야. 한 잔 마셔.”
그러자 그녀는 금새 표정을 풀고 헤헤거린다.
“헤헤...그럼 난 화이트초코라떼, 휘핑크림 듬뿍 얹어서!”
“...너나 많이 마셔. 나 간다”
“장난이에요, 장난!헤헤...난 그냥 밀크커피요～”
“...큭큭...자식 알았다.”
200원짜리 동전을 넣고 뽑은 밀크커피를 그녀에게 전해주며 난 물었다.
“근데 너 이름이 뭐냐?”
“아...저 성은이요, 이성은!”

우리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간 그녀와 나는 분야는 달랐지만 같은 회사이거니와 거의 2년간 동고동락했기에 남매와 다름없는 사이가 되었다. 얼마 전 그녀는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3개월 전 솔로가수로 데뷔하게 되었고, 나와 그녀의 사이가 남매처럼 각별하다는 것을 아신 대표님은 나에게 그녀의 매니저 자리를 제의하셨다. 나는 그녀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에 망설임 없이 제안을 수락했고, 그녀의 매니저 역할을 맡게 되었다.

잠시 옛 추억에 잠겨 딴생각을 하던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현실로 되돌아왔다.
그 뒤로 몇 번을 전화했지만 받지 않는 그녀.
하아...올라가서 깨워야 하나...나는 차의 시동을 끄고 그녀의 오피스텔 입구로 들어갔다. 302호지...
나는 엘리베이터 안의 3층 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엘리베이터는 딩동 소리를 내며 3층에 도착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집 앞에서 현관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띠.띠.띠.띠.띠.딩동댕.
나는 현관문을 벌컥 여는 동시에 외쳤다.
“성은아! 출근할 시간이다!”
하지만 아무 기척도 없었다. 역시 쥐죽은 듯이 자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는 거실을 지나 그녀의 침실 앞에 섰다.
하아...왠만하면 침실에 들어가기 싫은데...
나는 그녀의 침실 문고리를 붙잡고 한숨을 푹 쉬었다.
일단 그녀의 방문을 똑똑 두드려보았다.
“성은아! 일어나야지!”
“...”
역시 아무 기척이 없다.
문고리를 잡은 손이 조금씩 떨렸다.
하아...결국...들어가야 하는 것인가...그래...어쩔 수 없지...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침실 문고리를 돌렸다.
딸그락. 문을 조금 열고 조심스레 고개를 들이미는 나.
그녀는 침대에서 얌전히 누워 자고 있었다.
“성은아～일어나야지～”
여전히 돌부처처럼 꿈쩍않는 그녀.
하아아아...이 일도 힘들다니깐...
나는 결국 침실에 들어가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레 흔들었다.
“성은아...성은아? 일어나야지～화보 찍으러 가자～”
“우우웅....”
그녀가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웅얼거리기 시작한다.
“성은아～착하지? 일어나자～”
“우우우웅...”
한참 옹알이를 하던 그녀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삼분의 이쯤 감긴 눈으로 날 멍하니 쳐다본다.
서...설마...시...시작인가...
“서...성은아...저...정신차려...서...성은아...??”
“우웅...인형이다아...”
10초 정도 멍하니 날 바라보던 그녀는 나를 덮치더니（?） 내 몸뚱아리와 함께 침대에 다시 눕는다.
“우우우웅...우우웅....”
제...젠장! 나왔다! 일명 ‘인형 끌어안기’ 버릇!!
그녀의 독특한 잠버릇이다.

이 버릇을 처음 안 건 약 6개월 전, 그녀가 한창 데뷔앨범 녹음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 시절, 성은이는 집에 가는 시간도 아까워했었다. 집에 갈 시간에 녹음 한 번을 더해보려는 그녀의 악바리 근성 때문이었다. 그녀는 녹음실 한구석에 자그마한 라꾸라꾸침대를 하나 놓고 짬이 날 때마다 그 곳에 누워 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2시에 나는 성은이가 먹을 야참을 사러 나갔었다. 떡볶이와 순대를 사들고 맛있게 먹을 녀석을 생각하며 흐뭇하게 녹음실로 들어왔는데 어느새 그녀는 침대를 펴놓고 잠들어 있었다. 그런 그녀가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서 2시간 정도 자게 한 후 새벽 5시 정도에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성은아～일어나야지～벌써 새벽 5시다. 간단하게 배 좀 채우고 녹음해야지～”
“우우웅...”
그녀는 몇 번 옹알거리더니 벌떡 일어났다.
“옳지, 착하다～우리 성은이～자, 일어나～”
그때였다.
“아...인형이다아...”
그러더니 내 몸을 안고서는 나와 함께 그대로 침대에 픽 쓰러진다.
“헉...서...성은아??성은아??저...정신차려봐...성은아!!”
당황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던 나는 정신없이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그제서야 성은이는 눈을 비비더니,
“우우웅...오빠 왔어...?” 한다.
뭐...뭐야, 얘...
“너...너...”
“응??나 뭐??”
“바...방금...기억 안나??”
“뭐??똑바로 얘기해봐.”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불그레해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이야기를 한다.
“그,..너가...나를 보더니...인형이다...하더니...나...나를...끌어안고...다...다시 자던데...”
내 말에 그녀는 물고기를 앞에 둔 고양이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본다.
“아...설마...‘인형 끌어안기’ 했나보네...쩝...”
“으응??인형 끌어안기??”
그게 뭐야 대체...
내 어이없다는 표정에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내 잠버릇이야～잠에서 덜 깨면 내 주위에 모든 게 인형으로 보이거든～그래서 끌어안고 자, 헤헤～”
아, 그렇구나...가 아니잖아!!
내가 계속 망부석처럼 굳어있자 그녀는 나를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본다.
“왜에? 잠버릇이라니까, 정말로～설마...나한테 안기는 사이에...느낀거 아니야?!”
느끼긴 뭘 느껴, 이 기집애야!!
“너 같이 어린애한테 뭘 느껴, 이 녀석아!!”
그러자 그녀는 더욱 의심된다는 눈초리로 날 쳐다본다.
“호오～우리 여섯 살 차이 밖에 안나～호호호～그건 그렇고 왜 이렇게 화를 내실까아～?”
이 녀석이 이러니까 괜히 얼굴이 붉어진다.
“내...내가 뭘!! 그...그리고 나한테는 수연이가 있는데 뭘 느껴, 느끼긴!!”
그 순간 그녀는 표정을 풀더니 박장대소한다.
“킥킥킥...호호호호～농담이야, 오빠～적잖이 당황했나봐, 수연언니까지 들먹이는 거 보면?호호호～”
제...젠장...당했다...
“이...이게 오빠를 놀리고 있어, 떽!”
“헤헤～미안합니다요, 오라버니～아무튼 내 잠버릇이니까 나 깨울 때는 왠만하면 전화로 하세용～호호호호～”

그 후로도 몇 번인가를 당해서（?） 이제 왠만하면 그녀가 잘 때 주위에 가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같이 연락이 안되는 날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전에는 그렇게도 불편했던 그녀의 품이 오늘은 따뜻하게 느껴진다.
무슨 이유지...
갑자기 내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흐른다.
젠장...수연이 품이 성은이보다 백배는 더 따뜻한데...
이제 더 이상 그녀에게 안기는 날은 오지 않겠지...
안돼...흐느끼면 안되는데...성은이한테 부끄러운데...
나는 흐느낌을 애써 참아봤지만 이미 내 몸은 온통 슬픔에 젖어 있었다.
“큭...흑...젠장...빌어먹을...”
내 흐느낌에 그녀가 몸을 움찔거리기 시작한다. 점점 잠에서 깨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품을 떠나기가 싫다. 이 따뜻함이 너무나도 필요했다.
밖은 너무 추워...날씨도...마음도...
이윽고 잠에서 깬 그녀가 부스럭거리며 일어나려한다.
“으음...음??오빠??...아이고...내가 또 인형 하나 끌어안았네...미안해～”
그녀는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날 보더니 미안하다며 팔을 스윽 빼려 한다.
“...잠시만...”
“응??”
“...잠시만 이렇게 있자...젠장...흑...”
“오빠 울어??”
“...”
그녀는 당황한 듯 하더니 이내 내 등을 토닥여준다.
“에휴...오빠 뭐 때문에 힘든지는 모르지만...동생이 이정도는 해줄게...힘내...”
토닥토닥.
“흐윽...흑...엉엉엉...”
나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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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은 매주 수요일, 토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재미있으시면 많은 추천을^^

편안한 밤 되세요~

Written by 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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