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야근이나 철야를 자주 하는 편이다.

집 같은 회사.



그런던 어느날-_-+





왠여자목소리 : （막 울면서） 꾸레엑! 사람살리어!





어떤 이쁜 목소리를 가진 여자가 히드라처럼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때마침 사무실 환기도 시킬겸 문이란 문은 다 열어놓고 창문에 기대 야한 포즈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난...



서로 머리채를 붙잡고 엉켜있는 나풀나풀 차림의 젊은 여자와

중년치곤 강해보이는 반 대머리가 인상적인 부장님처럼 생긴 미중년을 발견하게 되었다.



PING : 하하하! 중년이면서 여자랑 머리채 잡고 싸우고 있는거 봐!



3분 뒤, 미중년과 서로 머리채를 잡고 있는 나.



미중년 : 놔! 먼저 놔!

PING : 나 놓으면 놀거임?

미중년 : 하여튼 놔! 먼저 놔!

PING : （놨다... 다시 잡고） 썅! 놨는데 왜 안 놔!

미중년 : 언제! 다시 놔! 먼저 놔!



난 어느새 왠여자와 태그한 채 멀뚱멀뚱 구경만 하던 사람들의 관찰대상이 되어있었지만

생각보다 괴력을 발휘하는 미중년을 상대하느라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왠여자 : 아아... 누가 좀 말려줘요...

PING : 왜 터치했어 이 힘센괴물여자...



그나마 내게 힘을 주는 왠여자...

도망치라고 그렇게 소리를 쳤는데도 불구하고

응원에만 힘을 기울이시는데...



뭔가 이건 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슈퍼맨 미소로



"아가씨 괜찮음? 이제 안심해도 됨."



이라고 말을 해줘야 왠여자가 나를 평생 은인으로 삼고 서로 연락처도 교환하고 난 용감한 시민상도 타고 그랬을텐데

아무래도 이 미중년은 내 머리도 자기 머리처럼 만들어야 긴 싸움을 끝낼 기세였는데...

갑자기 소리치는 여자!!



왠여자 : 택시!!!



여잔, 때마침 서행하던 택시를 불러세운 뒤



왠여자 : 타요!!!



라고 외쳤다.



PING : 나요?

왠여자 : 네! 타고 도망치세요!

PING : 그쪽이나 타요! 그래야 미중년이 다음 택시를 잡아타고 댁을 추격함과 동시에 내 머리도 놔줄 거임!!

왠여자 : 안돼요 미안해서...

PING : 하지만 타고 갈거면서...



택시는 이미 가고 없었다.

그 순간, 미중년과 나는 마치 이 모든 것이 연극이었다라고 사람들에게 소리치듯

동시에, 서로를 잡고있던 머리채를 스르르 놓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같은 방향으로 피했다.

괴상한 느낌. 갑자기 친해진 느낌.

이 뭐...



미중년 : 2차비 냈는데 그게 지는 2차 안 간다 그랬다 그러는데 그게 휴 하여간 그렇게 된거임.

PING : 전 야한 포즈로 담배피우다가...



이쯤에서 상황종료

되는줄 알았는데

미중년과 나는 같은 동네 주민.

미중년의 배려로 함께 택시를 타고 집까지 와서

먼저 내린 미중년이 능력인처럼 보이려고 택시비 만오천원 내면 될거 이만원 내고 가서

거스름돈은 내가 챙긴 그런 하루로 마무리 지으려는 순간



PING : 아저씨 다시 왔던 곳으로요...

택시아저씨 : 다시요?

PING : 아니 잠시만...



아저씬 모르시죠...?

제가 아까 1시간 30분동안 노력해서

금방 아저씨가 거슬러준 오천 삼백원 벌었거든요.

근데 다시 돌아가야 해요...

아마 택시비가 오천 삼백원은 더 나오겠죠...?

회사문 다 열어놓고 왔어요...

지갑도 회사에 있고요...

핸드폰도 놓고 왔어요...

핸드폰에 제 셀카누드도 있고요... ㅠㅠ

게다가 여자도 구해주었는데요

여자 연락처도 못받았고요

회사 근처 몇 몇 사람들이 제가 아까 그 2만원 내고 내린 아저씨랑 머리채 붙잡고 싸우는걸 봤어요...

저 이제 회사 어떻게 다님...?

네? ㅠㅠ



택시아저씨 : 그래서 다시 가요 말아요. -_-

PING : 택시비 깎아 주실거죠? ㅠㅠ



하지만 난 히어로였다.

시간당 삼천원 짜리...

원나잇 히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