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에 썻던 글

[넬 - 기억을 걷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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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부스러기





소년은 꿈을 먹고 살고

젊은이는 현재에 열중하며

늙은이는 추억을 안고 산다.






1.

초등학교때 어떤 여자애를

나를 좋아한다고 누가 놀렸는데


정말 격하게 싫다면서 펑펑 울어버렸던 기억



난 너가 지구에서 숨쉬는지도 몰랐거든 -_-






2.

예전 친구집에 놀러가서 갑자기 배가 아팠는데

배아프다고 말하니까

친구가 배에 반찬고 붙여줌 -_-



나름 고마웠다







3.

예전 잠깐 교회에 다녔을 때

목사님 설교내용이

"하나님은 우리 모두에게 한가지씩 재능을 주셨다"

이런 내용이었는데

같이 교회 다니던 친구에게

"내 재능은 뭘까?" 라고 물었는데



그친구가

"몰라, 하나님 그날 존나 바빴는가봐"



그뒤로 교회 안감.







4.

고등학교때 울 담임샘 차가 무지 고물이었는데

점심시간에 반친구들이랑

차 들어서 잔디밭 한가운데에 옴겨놨던 기억



강대식선생님 잘 지내시죠?


사실 교직원 체육대회때

상품 없어진거도 저희들입니다.






5.

기숙사 살던 시절

보쌈을 자주 시켜먹었는데

사감한테 걸려서

1시간동안 보쌈을 쳐다보고만 있었던 기억




왜 보쌈을 시켰느데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운수가 좋더니...







6.

고등학교 졸업식날 울반 남자애들이

단체로 울집 왔었는데

그날 라면 5개에 넣었던

계란 6개


그때 너희들이 진심으로 미친놈이란걸 알았어






7.

아는분이 결혼하시는데

축가부르러 갔었음（왜 날 시켰을까?）


전날 그분이랑 술진탕 먹고

（주로 하는말이 "넌 절대 결혼 하지마라" 이거였음）


담날까지 술이 안깨서 헤롱헤롱하면서

축가를 불렀는데

삑사리가 나는데

나도모르게 마이크에



"아... 시♡"

고요한 홀안에 에코가 만땅들어가서

미친듯이 울려퍼지는


시♡ 시♡ 시♡ 시♡ 시♡............


벙쩌있는 하객 신랑 신부 사회자 주례선생님.....



어쨋든 잊지못할 결혼식을 만들어 주었음.






8.

부천에서 신촌까지 급히 갈일이 있어서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께서 고향이 어디냐 묻길래

"부산 남포동인데요" 하니까




폭풍처럼

전라도 욕을 하기 시작함 -_-

전라도 놈은 다 빨갱이네, 사기꾼이네 하면서 -_-....



계속 전라도 욕 듣고 있었음 -_-......

글고 그날 차도 더럽게 막혔음......







9.

그냥 어찌어찌 알던 사람이랑

술을 먹게 될 일이 있었는데


2시간동안 야한농담만 씨부림 -_-

정말 주댕이에 도미 대가리를 물려버리고 싶었음....



하지만 계산해서 용서했음.


글고 자연산 아니고 양식인거 같던데요.







10.

예전에 이사 첨와서 편의점에 담배 사러 갔는데

민증 보여주라고해서

정말 어이없어하며 민증 보여주고

담배사서 나오는데



편의점 앞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저씨 정장 입으신분이

"형 죄송한데 담배좀 뚫어주시면 안되요?"

라고 지껄이는걸 보고.............


.....참 첫인상이 안좋았었다.





11.

군대에서 하늘에서 날아오는

드럼통을 쳐 맞았는데


그때 잠깐 스쳐간 내 인생의 필름중에서

마지막으로 잠깐 보이던 그 사람 얼굴.





12.

그사람의 장난을 난 알면서도 걸리곤 했었다.


내가 그사람의 장난에 걸리면

웃는 그 모습이 보고싶어서.






13.

"잘잤어?"로 시작해서

"잘자~"로 끝나는 하루

어떤 사람의 목소리로 시작해서

어떤 사람의 목소리로 끝나는

그랬었던 어떤 기억





14.

내 엄니에게 처음으로 "어머님"이라고 불렀던

아침에 부스스한 얼굴로 "잘잤어?" 라고 물어봤던

슬픈 이별 노래는 부르지 말라고 말했던

뚱한 얼굴로 "술좀 그만먹어"라고 화내던

내가 만든 음식을 "정말 맛있어"라며 참 맛있게 먹어주던




그랬었던

추억의 부스러기







15.

이젠 그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이젠 그냥 추억의 부스러기들


현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과거 완료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