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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작은 왕국에

공주님을 위한 무도회가 열렸습니다.



그 무도회가 열리던날

왕국 성의 문지기는 공주님을 보고

첫눈에 반했죠



"공주님. 전 당신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과 사랑할 수 있을까요?"



공주는 답했습니다

"날 위해 내 정원에서

100일간 무릎꿇고 기다린다면

난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에요."




그날부터 문지기는

공주님의 정원에서 공주님의 창을향해

눈이오는날도 비가오는날도

움직이지 않고 무릎꿇고 기다렸어요.



그리고 99일이 되던날 문지기는

자리를 뜨고 일어났어요



공주님은 문지기에게 물었어요.

"왜 하루만 더 있으면 되는데

왜 떠나는 거죠?"



문지기는 대답했어요.

"처음부터 못 쳐다볼 나무였어요

하지만 전 당신의 약속때문에 99일을

환상을 갖고 행복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전 환상이 깨어지기 전에 떠나는 겁니다."


늙은 문지기의 그림자의 길이는

99일간의 꿈만큼이나 길어보였다.


[영화 - 시네마 천국 중]





-

어른이 되던 날들


어른이 되던 특별하게 무엇인가

있을줄만 알았다.




1. 처음 술을 마시던 날


친구들이

"어른들은 술을 마시면서

우리는 못 먹게 하는 걸 보니

술을 마시면 어른이 되는거야."


이러면서 술을 권했었다.


처음 술을 마셨을때

쓰기만 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른이 되는 것 같지도

좀더 성숙해 진 것 같지도


그냥 땅만 조금 흔들거렸다.






2.어른이 되는 수술


중학교때 아부지 손에 이끌려

어른이 되는 수술-_-을 받으로 갔다


그 의사선생님이

"어른이 되려면 꼭 이 수술을 해야해요."

라며 집도해 주셨다.


그리고 수술이 끝나고

어른은 커녕


삼일 밤낮을 눈물로 지새웠다.

여자 어른이 되는 느낌이었다.





3. 밀레니엄


새 천년을 맞는다고 모두 들떠있었던 1999년 12월

초딩이었던 나는 새천년을 맞이한다며

동네를 싸돌아 다니다가

아부지께 걸려서 쥐잡듯이 맞았다.


그리고 그렇게 터지고 반성문을 쓰는데

2000년은 시작되었다.




21세기에 가장 먼저한 일 : 반성문 쓰기



아직도 누가 물어보면 쪽팔려 죽겠다






4. 수능 후 첫 20살


수능이 끝나고

나와 친구들은 20살의 새해를 보러

12월 31일 모여

피터지게 술을 나눠먹고

뜨는 해를 보러갔다.



그런데


그날 마침 봉사활동 단체에서

떡국을 나눠주고 있었는데


노숙자사이에 껴서

떡국 먹느니라 일출을 보지도 못했다 -_-



참으로 한심스러웠던 20살 1월 1일






5.주민등록증


주민등록증 = 성인 인증서

라는 생각을 하며


주민등록증이 나오기만 몇날 몇일을 기다렸다.



주민등록증을 받으로 갈때는

하늘을 날아서 갈것만 같았다.


주민등록증을 받으면

모두다 나를 어른취급 해줄것만 같았다.



그리고

주민등록증을 받는날

하늘을 날아가지도

다른사람을 날 어른취급하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바뀐것은 없었다.






5. 군대


"남자는 군대 다녀와야 어른이지"

그러다 군대를 가게 되었다.


군대 가는 날 거울속에 비친 것은

그냥 머리짧은 못생긴놈 하나만 있었다.



그리고 군대에서

"햋빛알레르기"라는 말도 안되는 병명으로

（의사양반 그냥 피부가 거지같다고 말해）

집에 다시 가라고 했을때도


"군대안간놈은 남자도 아니지"라는 뭐 그런거 때문에

꾸역꾸역 날짜를 다 채우고 전역을 했다.


그리고 전역을 하고 집에와서

거울을 보니

입대할때보다 살만 조금 빠진

그냥 머리짧은 못생긴놈만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6. 사랑


사랑을 할때

정말 책임감 있고

어른스러워지고

타의 귀감이 될 것만 같았다.


그냥

"너 요즘 눈이 반짝반짝해"

이런말만 몇번 들었다.



가슴아픈 사랑을 하고나도

어른이 되지는 않았다.





7. 일


전역하자마자 회사를 다녔는데


첫 월급을 받아

부모님 선물사고

나한테 선물 하나 하고

친구들 밥 몇번 사 먹이고

뭐 이거저거 하고나니까



월급 얼마 남지도 않았다.

그렇게 또 다음 월급으로 카드값을 내고

펀드를 기웃기웃 하고

CMA네 월급통장이네 이런거 만들고

부모님께 푼돈도 드리고


그렇게 하니까

다른사람들이



"거중이 어른스러워 졌네"라고 말한다.



어른스럽다는게 고작 이런거였어?


그냥 이러저리 치여다니는

하고싶은 것 따위는 일기장속 꼭꼭 숨겨둔 것이

어른스럽다는 거라면

내가 바라던 어른은 이게 아니었다.






8. 어깃장


그리고 처음으로

다른사람들 눈 신경 안쓰고

그냥 내가 하고싶어서

사직서 쓰고（정확히는 휴직계）


내 발로 걸어나왔다.


그러자 사람들은

"다 큰놈이 철이 없어가지고는"

이라며 몰래몰래 욕을 했다.



그 사람들은

절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사람들이 아님에도

나를 비웃었다.





9. 지금

24번째 미역국을 먹으면서



"이젠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으니

어른다워 져야지"


"몸은 변할일 없더라도

마음만은 빨리 늙으렴"


"어른스러워져야지"




난 혼자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왜 어른이야?"






10.

어른은 꿈을 꾸지 않습니다.

어른은 현실을 살아 갑니다.


어른은 사회에 우등생입니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열등생 일지 모릅니다.


어른은 무엇인가를 이룬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이룬것을 포기하고 다른것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어른은 세상과 타협합니다.

"이정도면 됬어. 먹고 살기만 하면 됬지

꿈이 밥을 먹여주는건 아니잖아"


그리고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싶은게 뭐지?"


어른은 쥐새끼 똥구멍만큼도 좋아하지 않는 일에

목숨을 걸고 밥그릇을 지켜야 합니다.


어른은 좋아하는 일이 무어냐 물어보면

"글쎄"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정말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자기자신 조차도 모릅니다.



어른이라는 것은 슬픈 직업입니다.










난 묻습니다.

"당신은 어른인가요?"





ep.


아주 오래전 작은 왕국에

공주님을 위한 무도회가 열렸습니다.



그 무도회가 열리던날

왕국 성의 문지기는 공주님을 보고

첫눈에 반했죠



"공주님. 전 당신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당신과 사랑할 수 있을까요?"



공주는 답했습니다

"날 위해 내 정원에서

100일간 무릎꿇고 기다린다면

난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에요."




그날부터 문지기는

공주님의 정원에서 공주님의 창을향해

눈이오는날도 비가오는날도

움직이지 않고 무릎꿇고 기다렸어요.



그리고 100일이 되었죠

하짐나 공주와 문지기의 벽은

너무나 컷어요.


공주는 문지기에게 다가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을 했어요



문지기는 말했어요

"공주님. 당신과 사랑을 하는것은 저의 꿈이었어요.


하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것은 슬프지만

전 다른 꿈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걸요.

전 단지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게 싫었을 뿐이에요.

꿈을 이루려 노력하는것도 행복할 수 있어요."



앳된 문지기의 해맑게 웃는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해보지 않고 만족하는건 그런건 있을 수 없잖아요"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