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형도 실업계를 나왔고, 현재 실업계 재학중인 동생들을 상대로 이 글을 쓰므로 편하게 말할게.

우선, 너희들은 지금 실업계를 다니고 있을거야.

하나만 묻겠는데, 실업계 다니면서 인문계보다 좋은게 무엇이 있을까?

대학진학이라던가 하는 요소는 개소리라는 걸 다 알거야? 내신은 잘 받아도 전국 고교 학군제가 있으니

니네 전교1등이 인문계 중하위한테 쳐발린다는 것도 알거고...（갓 입학한 새내기들은 잘 모르려나? 니네 속은거여 ㅋ）


한 마디로 말하면, 너희는 이미 실업계 진학을 결행했을때부터 이미 인문계 애들한테 한수 쳐져있어

모두다는 아니겠지만 대부분 그래.


여기서!! 키 뽀인트!!

이왕 실업계 가는 거, 나는 두 가지가 가장 좋다고 생각해.

1. 어깨에 힘 좀 주고, 수학여행때 버스 뒷자리에도 앉아보고, 여자애들이랑 깔깔거리면서 스스럼없이 장난도 쳐보고,

여름엔 바다에 2박 3일로 놀러가서 총각딱지는 일찍이 떼는 놈.

2. 여자, 놀음.. 이런거 다 포기하고, 정말 죽자고 죽자고 공부해서 인문계 상위권 애들이랑 같은 대학가는 놈.


실업계와서 형은 1번 선택하고 일찌감치 전문대로 빠졌어.

1번 선택한다고 공부를 하지말라는 건 아니고. 능력되는 놈들은 나랑 같이 놀고도 좋은 대학교 갔거든. 근데 그런 놈들은 몇 안돼.

2번 선택하고 나보다 대학교 못가는 놈들도 있어.

아무튼.. 내가 제일 한심하게 생각했던 것들은 1번, 2번 중 아무것도 앉하고 어정쩡하게 중간에 걸쳐있는 놈들이었어.

그 새끼들은 실업계와서 쌔빠지게 놀아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부를 졸라게 열심히 해본 것도 아니고 그냥 맹탕이거든.

근데 문제는 그런 맹탕인 새끼들이 거의 90%가량 된다는 거야.

맹탕들은 이렇게 생각해 1번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해. '난 저런 양아치 새끼들은 안부럽다. 미래없는 놈들 ㅉㅉ'

2번을 보면서는 이렇게 생각하지. '어떻게 저렇게 숨막히게 사냐? 그래도 난 쟤만큼은 안되더라도 좋은 대학간다 ㅉㅉ'

근데, 그 놈들은 실업계 졸업하고 나면 남는게 없어. 90% 가량 되는 새끼들 중에서 좋은 대학 가는 놈들은 열손가락으로 꼽아.

추억도 학벌도 없이 그냥 가는거란 말이지. 여기서, 난 안그래. 라고 자위하는 놈들. 니네는 안그럴꺼 같지? ㅋㅋㅋㅋ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한번있는 고교생활 화끈하게 보내보자는거야.


난 1번을 택했기 때문에 그 방법밖에는 몰라.

형는 중학교를 타 지역에서 졸업하고 이사를 왔어.

근데, 솔직히 말할게. 형은 중학생 때 진짜 졸라 찌질이였어. 공부도 못하는데 거기다 여드름, 멸치였다니!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지?

실업계 진학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 불량학생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대로 가면 중학교때랑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16년동안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운동이란 걸 하기로 했지.

마침 이사간 집 앞에 있던 복싱도장을 끊었어.

처음엔 죽을 것 같이 힘들었어. 첫 몸풀기 파트때에만 줄넘기 연속 3천개를 해. 그 다음 본격적인 운동으로 들어가고 5분 휴식.

그 다음에 또 줄넘기 3천개. 또 본 운동...

학교에 들어가기 전 3달 동안 매일 2시간 30분씩 운동했어.

근데, 정말 신기한 건. 성격도 진짜 소심해서 관장님한테 미트대달라고도 못했던 내가 진짜 자신감과 투지가 생겼다는 거야.

그 때는 몸이 만들어지거나 스파링에 자신감이 붙은 것도 아닌데. '복싱, 내 몸을 지키기위해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자신감이 몸에 배겨. 근데 자신감이 몸에 배기면 남들이 그걸 알아본다는 거지. 이건 거짓말이 아니라 진짜야.

그리고...

여기서 말하기엔 좀 부끄럽고 바보같지만. 나는 그 시점부터 일부러 담배를 피웠어.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 때 담배를 배운 사실은, 실업계 고교에서 내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냈다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돼.




지금 허리가 아파서 다 못쓸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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