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나는 적극성이 매우 좋은 아이였다
반장과 부반장을 도맡아가며 선생님께 질문도 많이 했다
그러한 질문들을 싫어하시는 선생님도 한 분 계셔서
어느 날은 나에게 물을 뿌리고 복도에 서있으라고 하셨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많은 친구들이 나와 함께 해줬으니까
불행의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때 시작된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 살던 곳에서 잠시 이사해서 5학년까지 산 뒤
다시 돌아온 그 학교
거기가 내 트라우마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당시의 나는 공부를 너무 좋아했었다
수학 시간이 되면 콧노래를 부르고 쉬는 시간엔 교과서를 보면서 놀았고 시험은
전 과목 중 한개만 틀려도 세상이 무너진 듯 울었다
그리고 전학생임에도 수학 경시 대회 자리를 선생님께서 내주셨다
근데 그게 어떤 애들에겐 매우 꼴 사납게 보인 모양이다
매일 같이 쉬는 시간에 불려 맞았고
그 중 특히 한 녀석은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저녁을 먹는 시간 전까지 괴롭혔다
괴롭히는 방법도 참으로 다양했다
자기 바지를 벗고 성기를 빨라던가
게임 머니를 벌어오라던가
나보고 바지를 벗고 서있으라던가
자기가 얼마나 쌘지 몽둥이로 때려보겠다고 구타를 하기도 하며
가장 힘들었던건 내가 처음으로 좋아하던 애를 밝히라고 구타하며
밝히고 나선 그 여자애에게 가서 그 사실을 강제로 전달했다
그 여자애는 전학가기 전 바로 윗 집에 살던 소꿉친구이고
부모님들끼리도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던 친구였다
중학생 때 까진 부모님들끼리 그 친구와 내가 계속 만나는 지를 물어보셨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그 아이와 이야기를 해 본 적도 없었다
또한 그 누구도 나의 곁에 온 적도 없었다
그때의 나를 애써 무시하던 아이들의 눈빛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이 문제가 해결된 것은 과외 선생님의 제보 덕 이였다
평소에 숙제도 잘 해오고 과외 시간도 잘 지키던 애가
과외 시간을 잘 지키지도 않고 숙제도 잘 못해오는 걸 이상하게 여겨
나에게 물어봤고 나는 과외 선생님께 모든 걸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알려지면 괜히 큰 문제가 될 까봐
담임 선생님과 괴롭히던 아이의 부모님을 만나 접근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합의를 보신 듯 하였다
하지만 나는 이미 그 때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았다
그 이후로 중학교 3학년을 마치기 전까진 내 주위에 있어준 친구는 몇 없었다
그 당시 나를 달래 주던 건 풍경화를 그리는 일과 애니메이션 이였다
애니메이션에선 항상 용기와 도전 그리고 언젠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항상 말해주었다
풍경화는 보이는 그대로 그린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는 복잡한 나의 마음을 달래주는 작업 이였다
그런 내가 그림에 관심을 보인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면 당연한 수순 이였을지 모른다
이 상황을 악화시킨건 부모님의 결혼 생활이였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신건지 아니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마음이 약해져 있던 어머니의 착각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이혼 이야기가 나오고 친가에서 할머니가 어머니를 때리고 나는 그걸 목격하고 그걸 저지하다가 할머니에게도 맞아보고
혼란스런 주위 상황에서 당연하게도 내 성적은 곤두박질을 치던 상황이였다
전교 3등에서 28등으로 98등에서 203등으로 300명이 한 학년이였던 시절
나는 거의 끝에서 끝을 달렸다고 할 수 있었다
당연히 좋은 고등학교는 갈 수 없었다 그래도 끝자락에 89등으로 올라오면서 인문계 끝자락엔 걸칠 수 있었다
이런 나라도 그 고등학교에선 32등으로 입학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미 공부에는 관심이 전부 사라진 나로선 그냥 제자리만 유지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유지해선 안됐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30등 내외로 성적이 흔들리던 나에게
부모님은 나에게 일말의 희망을 가지셨었던 것 같다
중학생때부터 예체능계열로 가고 싶다는 날 막은 부모님은
당연하게도 고등학생이 되서도 막았고 내가 몰랐던 원서를 몇 군데 넣으셨는데
한 대학에서
예술가로서 시사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면접관의 질문은 그저 무시하기엔 아쉬울 정도로 쉬운 주제였기에
나도 모르게 즐겁게 얘기했고
초반에 내 성적으론 어렵다 지원자 중 제일 점수가 안 좋다고 얘기하던 면접관도
나가기 직전엔 좋은 소식 기다려도 좋을 것이라며 이야기 해 주었고
지방 대학의 경영 학과에 합격했다
덕분에 나는 그렇게 대학교 3년 군대 2년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버리게 되었다
당연히 관심이 없는 학문을 열심히 배울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으며
언젠가 부모님을 설득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매주 본가에 가면 싸우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학업에 소홀하니 대학에서 아싸인건 당연했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던 도중 내가 졸업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전달했다
결국은 부모님이 포기하시기로 하셨다 그때 나이 26이였다
부랴부랴 유학을 준비해 6개월만에 일본 유학이 결정 되고
어학원을 6개월 코스를 다녔다
첫 일본 생활은 너무 재미있었다
일본어도 가자마자 별 문제 없이 구사 할 수 있었고
수업도 머리에 잘 들어와 단 한번의 클래스 실력 테스트에서 jlpt n1반으로 옮기게 되었다
그 때의 나는 마치 어린 시절의 나처럼 적극적 이였었다
생각해보면 수업 시간의 강사분들이 전부 여성분이여서 가능했던 것 같다
이 때 쯤 내가 내 트라우마에 대해 깨달았던 것 같다
나보다 덩치가 크던지 목소리가 크던지 나이가 많던지 어쩄든
나보다 심하게 허약해보이는 남성이 아니면 과도하게 움츠려 든 것 같다
아버지께선 덩치도 자신보다 더 크고 힘도 좋은 애가 아직도 자신을 무서워 하냐면서 물어보실 때가 많아졌었다
친구도 남자보단 여자들이 많았던 것 같았다
그렇게 별 문제없이 애니메이션 전문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그래도 출석은 아슬아슬 하지만 마지막 학기를 제외하곤 학점도 채워가며 잘 다녔었다
마지막 학기에 입사 준비에 너무 힘을 실은 나머지 그만 유급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한 개의 회사에 합격했고 당시 한국나이 28살의 나이에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졸업이야 당연히 미뤄졌고 회사에도 미뤄졌으니
인턴으로 6개월을 한 뒤 입사하겠다는 이야기를 전달했어야 했다
담임 선생님께선 담임 선생님이 학교 내 취업 센터를 통해 연락을 드려야 하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셨었다
그게 합격 취소 일주일 전에 이야기였다
5일 4일 3일 점점 기한은 다가오는데 선생님께서 나에게 딱히 연락이 없으셨다
그 사이 내가 몇 번은 물어 봤던 것 같지만 곧 진행하겠다는 말씀만 하셨었다
결국 기한 전날 선생님께 마지막으로 곧 기한이 끝나는데 기한이 상관 없냐고 물으니
아 내일 바로 취업 센터에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합격 취소가 되었다
취업 센터에서는 왜 미리 연락하지 않았냐고 나에게 말했고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자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하지 않으셨다
나는 이 이후로 모든 의욕을 잃어버렸다
거기에 소수 정예라서 들어간 학교가 다른 학교를 흡수하는 바람에
인원이 대폭 늘었고 강사진도 전부 바뀌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담임 선생님이 고지식한 할아버지 담임이 되었다
나는 그대로 방황을 시작했고 결국은 그 학기도 졸업을 못하고
고된 일본 생활에 합격마저 취소가 되니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서 자퇴를 하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전 담임이던 선생님께선 미안하신지 나에게 자주 한국 학교에서 강의를 하니 한국에 가면 연락하겠다고 하셨다
취업되면 바로 연락 달라고도 하셨고 자주 연락해 달라고 하셨다
이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인 것 같다
곧 내 나이 30인데 아직도 취업을 못했다
물론 전문학교 다닐 때 34살인 중국인 아저씨도 취업이 된 것이 있고
학교에서도 실력이 전부인 세계이기 때문에
막 20살이 된 게 아니라면 결국은 실력을 키워서 바로 실전 투입될 실력을 갖추어야 하고
그렇게만 하면 된다고 계속해서 말씀 해주셨기 때문에 포기는 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나도 초조하고 내 인생에 아쉬웠던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고 느낀다
이 감정도 사치인 것일까 더욱 나를 몰아 붙혀야 하는 걸까 고민이 된다
내 나이 곧 30 하루하루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자살 충동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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