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무서운 척 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나는 어차피 처음에는 사람들의 표면밖에 볼 수 없지
그리고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어
그 사람도 나를 알아낼 수 없고
그게 그 사람과 나의 가장 편한 관계이지.

나에게 말을 걸어오거나 내가 말을 걸어.
그럼 우리는 대화를 하겠지.
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다는게 느껴져.
그 느낌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
내가 정보를 얻을수록, 그 사람은 나에대해 알게 되고
그 사람이 내 정보를 얻을수록, 나도 그사람을 알게 되지
그리고 그건 너무 무서운 일이야.

나는 아닌척 하고 있지만 실은 너무 나약한 인간이야.
그리고 내 나약함이 싫어, 그렇지 않은 척 연기를 했어.
그렇지 않다고 믿으려 했어, 그럼 정말 그렇게 느껴지거든

하지만 사실은 변화란 아주 느린것이야.
나는 정말로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그대로고
나는 아직도 사람들이 무섭단다.
그 사람에게 깊이 빠져들수록 무섭단다.
그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무섭단다.
그 사람이 나를 건드릴 수록 두렵단다.
태생이 무관심한 나를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나는 고를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네가 무섭단다.
네가 정말 너무너무 두렵단다.
너의 눈동자 뒤로 있을 깊고 깊은 우물 안에 도대체 무엇이 살지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어렴풋한 그림자만을 보고
잘 보이지도 않는 그것이 두려워서 도망치고만 싶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