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하지 않는 나였다.
오히려 깨끗하면 불안하고 지저분한 짐속에 있어야 편안했다.
나는 무기력하고 핑계가 많고 게으르고 약속을 잘 어기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은 아니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고 고쳐나가려고 노력중에 있다.

그렇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고쳐나가려고 노력하는게 아니라
그냥 싫었다.

죽을만큼 죽일만큼 싫었다.
이런 내 모습에 신물이 날 정도로

생전 하지 않은 행동을 해봤다.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 본적도 비워본적도 없는 메일함을 비웠다.
만통이 넘는 메일함이었다.
다 지웠다.
쓸데없는 쪽지도 스팸함도 깨끗이 비우고 나니
뭔가 후련한 기분이었다.
언젠가는 정리해야지 정리해야지 하고 미뤄둔 메일함이었다.

다 버리고 싶다.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거치적 거리는 것들을.
깨끗이 박박 밀어내고 새하얗게 시작하고 싶다.

이런다고 내 모습을 한 순간에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후련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 시작하고만 싶다.
마음 같아서는 나를 하얗게 불태우고 싶다.
아 죽고나서 나는 화장을 해야지
이 세상에 나란 존재를 한점도 남기지 말고 떠나리라

다음 청소는
내 방청소다.

늘 도망갔던 나를 죽이고 방청소를 한 다음
새로운 나를 들여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