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하] Vol. 19
















침묵.













말그대로, 유하는..... 아까전 상태 그대로를 유지한 채 나를 응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건넨 내 비장의 멘트에 대한 대답이 무응답으로 돌아오자, 적잖은 어색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 자리에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림잡아 2분 정도....?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우리.










....이윽고, 굳게 닫혀있던 그녀의 입술이...




열리는 모습조차 싸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차갑게 대꾸했다.













유하 : 너,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생각해?







나 : .....어?













....뜻밖의 질문에, 당황해하며 되묻는 나.




같은 내용을 두번 말하게하는 것조차 짜증스럽다는 듯, 그녀가 다시 중얼거린다.
















유하 : 니가.... 내 남자친구의 입장으로, 나에 대해서 아는게 뭐냐고 물었어.







나 : ......갑자기 그게 무슨...







유하 : 내 첫 질문에 이미 뜻은 이해됐을텐데? ....되묻는다는 건, 정곡이 찔려서 대꾸할 말도 없는

처지를 감추려는거 아냐?







나 : 유하야! .....너 왜그러는거야, 정말. .....내가 뭐 잘못한거 있어, 너한테? 맞구나? 그치?







유하 : .......
















.....제기랄...




침착한 모습으로 일관하려 했던 애초의 계획은 이미 무산되어 있었다.













유하의 냉기흐르는, 그 서늘한 말투에....




속으로 가지고 있던 조급함을 그대로 드러내며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무슨 이유로 그녀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저렇게 냉랭해져 있는지.....




그 이유부터 알아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마음이었다.













.....다시 한번 긴 침묵이 찾아온다.













어찌할바를 모른 채, 그대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있는 나.




.....묵직한 한숨과 함께, 유하의 입이 달싹였다.




그 모습이 마치, 전지전능한 권력을 가진 고위 존재가 천하디 천한 하급 존재에게 어드바이스를




부여하는 꼴과도 같았다.




....이런 멍청한 놈, 그딴 잡념을 떠올릴 때가 아니잖냐 지금은....
















유하 : .....모르면서... 날 좋아하지마.







나 : .....?!







유하 : 나에 대해서... 나라는 여자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날 좋아하지 말라고.







나 : ....유하야, 미안해. 미안한데, 나 지금 니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건지 전혀 모르겠거든?

조금만 양해를 부탁할테니까.... 제발 알아듣게 말해줘.







유하 : 알아듣고 말고 할 것도 없어. .....내가 말한 것 그대로니까.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긴 생머리를 찰랑거리며 몸을 돌리는 유하.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로.... 현관 계단을 향해 곧장, 발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맙소사....!




야, 임마. 은유하!




....너 이렇게 그냥 들어가버리는게 어디있어?




난 어떡하라고...













다급해진 발로, 보도블럭 위를 헛딛으며 유하를 쫒아갔다.













....1층에 막 다다른 그녀를 붙잡은 다음, 그녀의 정면을 향해 돌아선다.




싸늘하게 나를 한번 쳐다보는 그 시선에 움찔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말도 안되는 상황을




낼름 넘겨버릴 수는 없었다.




.....아직 영문도 모르는 나였지만....




왠지 그녀를 이렇게 돌려보내면, 그 시간이야말로 우리의 '완전한 끝장'이 공식화 되는 것이라는




불안감이 내 몸을 전율시켰기 때문이다.













나 : 유하야! 잠깐만! 그냥 이대로 가는게 어디있어?! 나랑 얘기 좀 해.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내가

이러는거 정말 짜증스럽겠지만... ...난 지금 내 여자친구가 왜 이렇게 언짢아하는지 그 이유조차도

모르는 상황이야. 일단은 진정해, 진정하고... 천천히 대화하자. 대화 따위로 풀리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해도, 무지하고 멍청한... 그래, 나 눈치 없잖아. 눈치 없는 나 위해서 시간좀 투자해줘.







유하 : ......







나 : ......유하야, 내 표정 보여? 나 지금 진심이거든? 이 상태로 너 들여보내면, 나 집에도 못가....

아니, 안가. 알잖아, 너.







유하 : .....이거 놔...







나 : ...유하야...!







유하 : .....알았으니까... 일단 놔.... ....아파.







나 : .....아, 미... 미안.... 너무 흥분해가지고....













유하의 팔을 억세게 붙잡던 내 손아귀의 힘을 빼며, 그녀를 황급히 놔주었다.




내 손에 잡혀있던 부위를 다른 쪽 손으로 어루만지며,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떨궜다.




....그러기를 잠시.




유하의 머리가 한번, 아래로 내려갔다가 위로 올라오나 싶더니....




이내 그 미묘한 왕복운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아파트 복도에 울려퍼지는 유하의 흐느끼는 소리.....
















....너무 당황스러워, 도저히 답이 나오지를 않는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유하 : ....으흑... .....윽.... 흐흑.....







나 : ...유하야... 너, 대체 왜이래... 어? ....우, 울지말고... 은유하, 나 너 이러는거 진짜 무서워.

내 심장 뛰는 소리 안들려? ....어휴... 유하야, 제발... ...응? 진정하고 이유를 말해봐.







유하 : ....흐으윽... .....으아아앙.....
















걱정스러운 눈빛이 가득한 내 표정을 알아채기라도 한듯.




....결국 그녀는 소리높여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그 울음소리가 너무나도 서럽고 또 애처로워서,




아무것도 모르던 나조차 그녀를 달래주게 만들어버린다.






















......




...................




...............................










나 : 이제 좀..... 진정됐어?







유하 : .....










서럽게 울던 울음을 그치고, 목으로 눈물을 삼키던 유하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울음을 그칠 동안.... 그녀를 감싸안고있던 팔을 풀어준 다음, 그녀의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을 살짝




닦아내 주었다.













나 : .....좀 더 기다릴테니까.... 다 가라앉히면 그 때 이야기해줘. ....오늘 기분 정말 아니다 싶으면,

나중에 이야기해줘도 상관 난 없으니까.... 알았지?







유하 : .....













미약한 딸꾹질을 시작하던 유하가, 내 손길을 부드럽게 거절하며 나를 올려다본다.




....눈물로 얼룩져있는 그녀의 얼굴.




이건 뭐, 꼴이 말도 못할 지경이다....




...단순히 가을을 타는 수준을 넘어서, 정말로 뭔가 엄청난 일이 있어보이는 그런 얼굴이었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나였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당연하다는 듯이 위가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젠장... 대체 뭐지...




.....내가 모르는, 그 무언가가....




내 여자친구 유하를 괴롭히고 있는데, 나는 그 단서 조차도 찾지 못하는 기분....




최악 중의 최악이다.... ......이번 가을.... 제대로 엿먹나봐, 나.













유하 : .....













안봐도 뻔한..... [나 너 엄청 걱정돼]라고 써붙여놓은 것 같은 내 얼굴.




....감정 속이는 능력 같은건, 태어날 때부터 없었던 나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내 얼굴, 정확히는 왼쪽 뺨에....




잘 손질된 손톱이 가지런히 길어있는 유하의 손이 다가왔다.




.....평소보다도 훨씬 차가운 그 손이.










혈액순환이 안되나... 입시 스트레시인걸까? 아니면 다른 질병...?




약은 먹고 있겠지? ......날씨가 서늘하긴 해도 이정도로 손이 차가워질리는 없는데....




....사람이 화가 나면 신체부위 한 곳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더니... 그게 손인가?




......젠장, 아니잖아. 그건 코라고.... 어휴, 이 머저리!!













저지경이 되도록.... 도대체가 진정이 되지 않는 내 머리속.




....그럴만도 했다.




그 정도로, 지금의 유하는.... 내게 걱정을 넘어선 공포를 가져다주었으니까.
















유하 : ......쫑기.....













.....?!




이거다!!




원래대로의 그녀....!!




그녀의 목소리다!




적당한 비음에, 적당한 애교가 섞여있는.




내 여자친구만이 낼 수 있는 그 호칭.




....그 목소리가, 마치 천국에서 내려온 구원 메시지 처럼 느껴진다!!!













나 : 어!! 그래! 왜?! 응? 왜!! 유하야, 나 여기있어.







유하 : .....응.







나 : .....어디 불편해?







유하 : ...아니, 그런거 없어....







나 : 그럼? ....기분 안좋아?







유하 :.....아니이....







나 : 휴우... ....그럼 일단 아픈건 아니네. .....어우, 진짜진짜 다행이다... 손이 차갑길래....







유하 : ......













일단, 그녀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게되자 한꺼풀의 근심을 덜어내는 나였다.




앞으로.... 벗겨내야 할 근심덩어리는 두 겹.




가을로 들어서면서 부터 보였던 그녀의 이상징후와....




....혹시라도, 내게 화가 나있다면, 원인의 정체와 분석.




그 두가지였다.













허, 그러고보니..... 이제껏 태어나서 이렇게 빠르고 명석하게 두뇌를 굴려본 적도 없구만.




....이거야 원...
















유하 : .....쫑기야. 나, 엄청 밉지?













.....뜬금없이 봉창을 두드리는 그녀의 멘트.




아니 대체, 얘 왜이러는거냐 유하야아아....













나 : .....밉고 자시고... 걱정되서 죽겠어.







유하 : .....미울 걸... 만약 오늘 니가 나 붙잡지 않았으면... 거의 일주일은 더 이랬을지도 몰라....

그럼 지금 미워하는 것보다 백년은 더 미워했었겠다. ...그치?







나 : 여봐요. 악의 화신 따위가 아니라서, 왜 그러는지 이유도 모르는데 덜컥 미워하진 않아....







유하 : ....이유... 말해줄게.







나 : ....괜찮겠어?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유하 : .....말은 그렇게 해도.... ...이대로 그냥 돌아가면... 걱정 때문에 잠 한숨도 못잘거면서....

거짓말은 나빠. ....이야기 해줄게. ....솔직히 나도, 이렇게 집에 들어가면... 후회 엄청 하고 징징

울게 뻔했으니까... 나도 너만큼이나 바보거든.







나 : .....빙고. ......계속해봐.







유하 : .....













한차례 눈을 깜빡이고, 눈물로 얼룩진 자신의 양 뺨을 부빗거리면서 닦아내고.




이런저런 행동을 분주하게 해치우며 뜸을 들이던 유하가, 마침내 마음에 담긴 진실을 토해낸다.













유하 :




비웃어도 되구....




여차해서 화가 치밀어 오르면, 욕하거나... 뺨 한방 날려도 돼.










있지....










....나 사실... 있잖아?




쫑기가....




....아씨... 또 진지하게 말하려니까 부끄럽잖아...










알았어, 알았어... 말할게.




...그냥.... 쫑기가... 좋아.




처음에는 친구이상 연인이하 였는데....




쫑기가... 너무 자상하게 대해주니까.... 나도 모르게 자꾸만 너한테 어리광 피우고....




그러다보니까, 정말정말 쫑기 좋아하게 되버렸어.




나 원래 정말... 이런 이야기 절대 안하는데...




쫑기니까..... 하는거야....










전에도 말했지만은....




....윽... .....야아~ 부담되니까, 너 저쪽 보고 있어. 창피하단 말야아....










흠, 흠.













.....솔직하게 말해서, 쫑기한테 응석 부리고 어리광 피우고....




입시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다 풀기도 하고, 그랬어.




...그런 짓을 하면서도, 은근히 속으로는....




과연 얘가 이걸 다 받아줄 수 있을까, 자기도 힘든데 과연... 언제나 나를 대하는 그 모습처럼...




그렇게 다 받아줄 수 있을까....




....그런거 궁금해했어. 아니, 실험했었어 사실....










전 남자친구와의 선입견 때문이기도 했고... 전 전 남자친구 나쁜 기억 때문이기도 했고...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진짜 혼란스러웠거든... 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쫑기한테 알게 모르게 그걸 다 떠넘기고 있었던거야....




어렴풋이 눈치챘지?




나 최근들어서 정말정말 쫑기한테 많이 치근거리고, 짜증도 맨날 부렸었잖아.










.....참, 나...




웃겨 정말....




그게 쫑기한테 나쁜짓이라는 거 당연 알면서...




가뜩이나 예민한 애라서 걱정하고 마음 아파할거란거 진짜 알면서...




....알면서도 그랬거든, 쫑기한테?













근데....













....쫑기 니가... 다 받아줘, 그걸.
















한번 따끔하게 혼내지도 않고.... 그걸 다 받아줘. 화 한번 안내고.




....걱정되서 죽겠으면서. 내가 자기 신경 건드릴 때마다 마음 심란해 죽겠으면서.




.......그렇게 백번, 천번 나 때문에 죽으면서도...




내 기분 상할까봐.... 내 신경 건드릴까봐....




한번을 성질 부리지도 못해요, 한번을.













.....내가 모를줄 알아?




쫑기 성격 나는 다 알아....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는거 보면 다 보여.




다혈질이고, 또 자존심도 강해. 상처도 잘받고, 그 만큼 마음도 무지하게 여려....




다른 사람이 싫은 소리해도... 싫은 말 한번 못돌려주지만... 진짜 화나면 미치잖아, 너.










....그러면서도...




내 응석에, 내 투정에...




...아니, 이런 단어로는 한참 부족해.










.....앗, 그래! 꼬장이라고 하자, 꼬장.













내 꼬장 다 받아주면서도... 맨날 나만 생각해.




......처음에는 그 배려가 귀찮았거든?




쫑기를 좋아는 하지만, 그 배려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또 은근히 거슬리기도 했어.




당당한 남자친구를 사귀는 게 아니라, 무슨 직속부하 한명 데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좀 언짢았어...













....그 상태로.... 하루이틀 지나니까....




......쫑기한테....




너무 미안한거야, 그게....




쌓이고 쌓이니까.... ....정말 이 멍청한 남자처럼 나를 생각해주는 남자도 없겠구나 싶어서...




....감동으로 찾아왔어, 나중에는.




......그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래서 난 쫑기가 정말 좋아졌어.




너무너무....













....나 가을 잘 탄다는건 이야기했었지? 사귀기 전에, 언젠가....













가을 타니까, 웃기게도 그게 죄책감이 되서 돌아오더라?




나쁜거 뻔히 알면서 저질러놓고... ....이제와서 죽겠더라?










.....그런 일들이 겹치니까... 니 얼굴 도저히 못보겠어.




....보고 싶은데, 못보겠어.




막막 그리워지는데, 못찾아가겠어....




.....쫑기 옆에 앉아서, 원하는 만큼 실컷 쫑기 얼굴 보고 있으면....




또 나도 모르게 상처줄까봐....




나 너무 좋아해주는 앤데, 나도 모르게 아프게 할까봐.... 그럴까봐....




그럴까봐... 멀리할 수 밖에 없었어.... 좋으면서도 일부러 차갑게.... 그렇게...
















......나 알고보면 못된 기집애야.













그거 알아야 된단말야, 이 멍청한 놈아!




......이씨....




어휴, 화나...













.....바보야!!!
















내가 너 좋아하는 만큼, 딱 그 만큼만 나 좋아하란 말야!!!!




왜 반칙해?! 왜 쫑기 혼자 막막 나 좋아해!!




그것도, 내가 도저히 못따라갈 정도로! ....왜!




....나도 쫑기가 좋아 죽겠는데....




근데 그것보다도 더 날 생각해주면..... .....난 어쩌라구....










나만... 나쁜애 되잖아.....




그렇잖아, 바보야....




....나 속좁은데... 소심한 A형인데....




......나 혼자 나쁜 기집애 되는거 싫단말야.... 씨이.....










.....나....




너무 좋아..... 너...




그러니까.... 나 나쁜애 만들지 말아... 둔탱이같은 자식아....




나도 내 남자친구 위해서 뭐든 들어주고... 뭐든 베풀고 싶으니까....













.....너만 잘났니!? 바보야!!!!
















나 : .....아얏!!!
















.......분에 못이기는 듯, 소리를 빽 지르며 내 머리를 쥐어박는 그녀.




길고 긴, 장황한 연설이 끝나고... 수분기 가득한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고 있자니....













이건 뭐.... 어안이 벙벙해서 뭔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허탈함과 무기력함....




....그리고 쇠망치로 머리 한대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













이 기집애야. 이럴 때는 감동을 받아야 되는거야, 아니면 화를 내야되는거야?




웃기는 녀석이라고 밖에는 정말.... 다른 해줄 말이 없다... .....허, 참....













....야, 그게 이유였어?




그게?










아, 진짜....




여자는 모르겠다.




알다가도, 알다가도.... 진짜 모르겠어....













그거 때문에 그렇게....




....내 오장육부를 애태운거야?




방금 그렇게... 사정없이 귀여움을 떨려고...










....그런거야?
















내 허탈한 낯빛을 읽은 것일까.




.....주인한테 혼나기전, 풀죽어있는 강아지와도 같은 표정으로 유하가 나를 빼꼼히 쳐다본다.




곧이어 그녀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조용하게 속삭인다.
















유하 : ...겨우 그거 때문에 그랬냐고.... 생각하고 있지...? ....나, 나는 심각했으니까... .....너무

황당해하지마...







나 : ....허.... 하, 나.... 진짜.... 야, 은유하. .....너, 임마?!







유하 : .......때릴거야?







나 : ...뭐?







유하 : ....아까 내가... 처음에... 뺨 때려도 좋다고 했잖아... ....그래서, 때릴거야?







나 : .......







유하 : .......







나 : .....







유하 : ....응? .....진짜?







나 : ....푸크큭... ....크크큭... 큭....







유하 : .....어휴, 왜 웃어...!







나 : ...크... 크큭... 큭... 푸큭, 큭...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아~ 진짜.... 정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너란 애한텐... 으하하하하하하!!!!

























.......마법의 가을에 들어서버렸던 유하.




그리고 그것을 내내 걱정했던 나.




.....우리 두사람이 빚어낸 웃지 못할 한편의 해프닝은 그렇게 황당하게 매듭지어졌다.



















그 동안 솔직히 난, 두려웠었다.




자신있는 척 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다.




나보다 훨씬 잘난, 능력있는, 끼 다분한 여자애를 여자친구로 두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잃어버릴까봐' 두려웠었다.










그녀가 나만큼 진심이 아니면 어떡하나.




혹시라도 언젠가, 그녀가 내게 이별을 통보해버리면 어쩌나.










...그런 마음가짐이, 가슴 속 깊은 곳에 숨어있어서.....




항상 불안에 떨면서 지냈다.
















그런 나의 걱정을 눈녹듯이 잠재워버리는 바로 지금의 이 사건.




.....녀석은, 정말 내 손가락과 인연의 실이 매듭지어져 있는 여자가 확실했다.













...그로 인해, 나는.....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제대로 깨달았다.













....귀엽고, 조금은 푼수같고, 그러면서도 도도한 한 여자를....




내 여자로 만들 수 있는.....













그런 행복한 능력을 가진.... 남자라는 사실을.
















나 : ...이리와!!! 도저히 못참겠어!! 아주, 그냥! 사람 걱정시키기나 하고!! 이리와 이녀석아!!!

궁둥이 맴매좀 제대로 맞자!!!!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