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대에 글올리는거 처음이야
첫글이 이런 뻘글이라 뭔가 미안하다..

고등학생 때부터 5년 사귄 남자친구가 어제 입대했는데 넘모넘모 힘들다...
달라진거라고는 매일 하루에 세번씩 오던 연락이 안오고 남자친구랑 열심히 대화하던 카톡창이 조용하고 같이 하던 게임에 접속해도 회색으로만 남아있는 남자친구 닉네임밖에 없는데

그거 하나가 그렇게 나한테 큰 변화를 줄 수 있을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작년에도 내가 휴학하고 두달 일본갔다왔었는데 그때도 얼굴 한번도 못봤었는데 그때는 그나마 연락이 됐어서 그런가 잘 견뎠거든
그래서 이번에도 잘 견딜 수 있을 줄 알았어
진짜 난 내가 담담하게 웃으면서 잘 보내주고 할 일 하면서 자기관리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제대하면 준비하던 시험도 짜잔 붙어있고 그럴줄알았다? 근데 아직 이틀도 안지났고 훈련소에서는 웃으면서 보내주자는 계획 다 망해서 이미 위에 오빠들 여럿 군대 보내봐서 무덤덤해하시는 남자친구 어머니 옆에서 그거랑 대조되게 엉엉 울면서 보내고... 하루 지났는데 한 3년 지난것처럼 너무 힘들다 지금...

동네에서 만난 사이라 매일 잠깐이라도 얼굴 보는게 당연했는데 이제 훈련소 나올때까지는 목소리도 못듣고 카톡도 못하고 편지도 아직 주소가 안나와서 전달 못하고..
물론 제일 힘든 건 지금 바깥 세상과 단절되어 힘들게 고생하고 있을 남자친구겠지만...
제대하면 결혼하기로 약속했는데 사람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니까 괜히 안에서 남자친구 마음 변할까 봐 불안하기도 하고...
안전사고 나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도 계속 들고... 그나마 지금 같은 날 입대한 훈련병 고무신들 카톡방에서 서로 위로해주고 있는 상황이라 조금 안심은 되는데 주변에서 남자친구 군대갔다고? 이제 헤어지기만 하면 되겠다 이러는것도 장난인건알지만 듣기싫고...ㅠㅠㅠㅠㅠ

당장 내일 모레 전공 쪽지시험에 제출해야 할 과제도 있는데 아직 시작도 못했고.. 그 외에도 뭐가 손에 하나도 안잡힌다 제출안하면 F라는데...
아까 수업시간에 발표했는데 준비 열심히 한게 보인다고 칭찬받았는데 기분좋은것도 진짜 잠깐이었고 내가 기껏 이런 칭찬 받으려고 군대가기 전 소중한 시간 써가면서 준비했나 싶어서 억지웃음밖에 안나오더라...
지금 먹고싶은것도 맘대로 못먹고 낯가리는 와중에 튀지 않으려고 입 꾹 다물고 노력하고 있을 남자친구 생각에 밥도 안넘어가는데 수업을 들으려면 뭔가 먹긴 먹어야하니까 간신히 죽이랑 요플레 사서 그거 깔짝깔짝 먹었는데 그나마도 소화 안되서 쉬는시간에 화장실 들어가서 다 토하고.. 이건 원래 스트레스받으면 위염생기는데 그래서그런거같긴하지만.. 이번주 수업이 시험 전주 마지막 수업들이라 정말 중요한데 기계적으로 녹음기만 켜놓고 다 흘려듣고... 이건 주말에 들으면서 다시 맘잡고 공부해야겠지...

사실 남자친구는 나한테 그냥 단순히 애인이 아니라 힘들 때는 가족보다 더 의지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체면 때문에 숨기거나 말하지 않는 서로의 치부까지도 서스럼없이 말할 수 있고,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면서 （아직 법적으로는 아무 관계도 아니지만） 가족이고,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여러가지 문제로 이래저래 힘들어서 몇 번이고 다 그만두고 죽고 싶다는 생각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학교앞까지 맨날 야자 째고 마중나오고 내친구한테 부탁해서 사물함 과자로도 채워놔주고 해주면서 생각 돌리게 많이 도와줬거든, 그래서 어떻게 보면 얘는 나한테 정말 내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면서 내 삶의 이유기도 해 내가 어려울 때 항상 남자친구라는 보호막이 곁에 있었는데 그 듬직함이 내 옆에서 없어졌다고 생각하니까 더 힘든가봐
내가 신발끈 풀려서 묶으려고 허리숙이는거조차 마음에 안든다고 자기가 나서서 묶어줄 정도면 얼마나 다정하게 해줬는지는 말 안해도 짐작되겠지?

학교에서는 물론 최대한 티 안내려고 노력하고 수업도（적어도 몸은）열심히 듣고 있고 웃긴 얘기 나오면 아무렇지도 않게 웃기도 하고 있는데 힘빠진게 보이는지 같이다니는 동기랑 남자친구 군대간거 아는 후배들이 좀 괜찮냐고 오늘 하루종일 신경써주는것도 미안하고...

아 써놓고보니까 더 우울해... 이거 봐주는 우때인들한테까지 전염될거같아 미안해 정말 ㅠㅠㅠㅠ
어제 훈련소에 검은후드티에 청바지입고들어갔는데 길가면서 까만후드티만봐도 눈에 눈물차오르고 커플이랑 마주치면 자꾸 시선피하게되고 미치겠어.. 심지어 떨쳐버리려고 최대한 빨리 학교 빠져나왔는데 오늘따라 지나가는 비둘기들도 전부 쌍쌍으로 다니더라
그래도 남자친구 포상받으면 전화올텐데 그때 남자친구 나때문에 힘들게 안하려면 최대한 괜찮아지려고 노력해봐야겠지
힘든데 그래도 여기다가 털어놓기라도 하니까 속은 조금 시원하다..ㅎㅎ...

혹시 남자친구 군대 기다려봐준 고무신들 있으면 연락 일절 안되는 훈련소 기간동안 어떻게 견뎠는지 좀 알려줄수 있을까..?
아니더라도 남자친구 군대에서 잘 하고 올 거라고 응원해 주면 정말 고마울것같구... 이렇게 글써보는게 처음이라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진짜 내 남자친구뿐만이아니라 지금 군대에 있거나 곧 갈 사람들, 그리고 이미 제대한 사람들 정말 나라 지키러 위험 무릅쓰고 군대에 아까운 2년 바치는거 너무 존경하고 고마워. 덕분에 항상 발 뻗고 안전하게 잠들 수 있는 것 같아. 나 말고도 여기 고민 올린 웃대인들의 고민도 다 해결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