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는 사람이 너무 안 들어와서 여기다가 글 써봅니답.
학교폭력 피해 당사자인 나의 아픔을 모른척하지 않기 위해 쓰는 글 -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를 읽고
책 앞표지 뒷면에 저자가 쓴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 삶에 긍지를 갖지 못 한다면 그것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라는 글을 읽고 눈물이 와락 났다. 어떻게 보면 내 얘기이어서 그런가. 그간에 취준을 하며 느꼈던 서러움을 이어가면서 나는 본문을 읽기 시작했다. 1챕터 1장부터 내 얘기가 나왔다. 학교폭력과 같은 차별을 받은 남자 학생이 그 차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 가장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고.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약한 왕따를 당하고 중학교때는 강자에게 가해당하고 고등학교 때는 덤비지도 못하는 심한 왕따를 당했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스스로 이겨내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아픔을 삼켜내고 나 혼자 그들을 용서하면 된다고 마음먹어 왔다. 하지만 저자는 차별을 당한 남자학생이 혼자 이겨내려 하는 것은 우울증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자료와 함께 설명한다. 그러면서 남자이기에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사회의 관성적인 편견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왜 초등학교 때 이유 없이 왕따를 당했을까. 왕따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였다. 아이들은 가볍고도 재밌게 나를 놀려댔고 나는 대꾸도 못하고 금방 왕따가 되어버렸다. 중학교 때는 왕따임을 벗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아이들과 싸웠나보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아이들과 싸우면서도 잘 지내는 나를 시기하는 애 때문에 신체적 괴롭힘을 당했다. 고등학교 입학 1주일안에 나는 사자 앞에 놓인 사슴 마냥 놓여졌다. 혈기 왕성한 악마들은 놀이감을 찾고 있었고 제일 악질스러운 남고생들의 먹이감이 되어버렸다. 잘 살고 공부도 잘하는 애가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면은 담임교사 조차도 뭐라 말 못한다. 주변의 학생들도 그걸 따라서 나를 물어뜯고 갖고 놀았다. 공부도 친구관계도 어려웠다. 그렇게 다른 학년이 되자 가해자들과 같이 지내진 않게 됬으나 언제나 두려움에 떨면서 지내왔다.
대학에 와서도 가해자가 눈에 보일까봐 무서웠고 답답했다. 그럴 때는 항상 다른 것에 집중하려 했지 그 문제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려하진 않았다. 그때는 재밌는 활동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꿈에서나 잠깐씩 스쳐가는 생각들에서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은 지워지지 않았다. 나를 가해한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거나 사회인이 될 때쯤에 동창이란 이름으로 하나 둘씩 다시 보여 질 땐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용서해주자라는 마음을 먹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친한 친구들에게 아량이 넓어 보이기 위한 허울 좋은 행동이었지 진정으로 위로가 되는 생각은 아니었다. 살면서 어려운 상황에 빠질수록 가해당한 기억들이 떠오르며 나의 자존감을 깎아먹었다. 내가 못나서 그런 것이다.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가면서 말이다.
나의 글은 여기까지다. 앞으로 무엇을 해서 이것을 이겨나가겠다는 포부 따위는 필요 없을 것이다 생각한다. 폭력과 차별의 피해자는 어떠한 요구와 시행을 강요받아서는 안된다. 그저 피해당했던 일을 가해자와 대중들에게 뱉어냄으로서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와 대중들의 위로만이 필요하다. 책에 나와 있는 다문화가정 학생들, 구직하는 여성들, 성소수자들도 그렇다. 그리고 현재 여러분야에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을 응원한다. 이들의 용감한 고백 덕분에 나도 학교폭력을 당한 당사자로서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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