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뭘까요?
요즘 너무 우울해서 일기장이라 생각하고 씁니다.

저도 예전에는 우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나약하고 정신적으로 불완전한 사람에게나 찾아오는 감정이라고 생각했죠.
물론 가 살면서 생겨나는 일들로 슬프기도 하고 좌절도 하고 화가 날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우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우울감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우울감이란 슬픔도 아니고 좌절도 아니고 화도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우울감의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로 나타나기도 하는것들이죠.
우울감은 힘든 일이 많다고, 누군가와 다퉜다고 찾아오지 않습니다.
쉽게 떠나지 않듯,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우울감은 나 스스로 나를 부정할 때 찾아왔습니다.
영혼은 이미 먼저 떠나있고, 몸만 이 세상에 남아 떠나갈 날만 기다리는 느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무기력해지고 감정의 끈이 가늘어집니다.
왜냐하면 바라는 게 없기 때문이죠.
이미 영혼은 저 멀리서 손짓하고 있는데
나는 왜 여기 서있나 하는 생각이 반복됩니다.

우울해하는 사람에게 우울함의 원인을 찾아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한 행위 자체가 우울한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해 줄 뿐입니다.
모든 관계를 끊고, 나아가 나와의 관계도 끊고싶은데
우울한 이유가 의미가 있을까요?
우울한 이유를 몰라서 모든 것을 놓고싶어졌을까요?

우울함을 벗어나는 방법을 알 것도 같습니다.
자기부정을 그만 두는 것이죠. 내게 처한 환경을 180도 뒤집는 다는 것은 나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닙니다.
그래서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에 진퇴양난 속에서 우울감에 빠져드는 것이죠.

우울함을 토로할 곳이 없습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숨막힌 곳입니다.
저부터도 누군가가 자신의 우울함을 연설한다면 한두번은 들어줘도
세번은 못듣습니다. 듣기싫으니 그만 말해라. 나도 미쳐버리겠다. 이런 말을 할 것 같습니다.

우울함을 이해하기 전에는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그저 할 일 없고 걱정 많아서, 예술병 도졌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나 스스로도 죽고싶다, 자고 일어났을 때 눈이 떠지지 않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되뇌이며
목매다는 상상을 하고 있더랍니다. 인생은 너무 긴 것 같고
20대 끝자락이 이정도인데, 남은 30대, 40대는 어떻게 보낼지 멍하기도 하죠.
아마 버텨도 이정도 정신력으로 결국 끝이 나지 않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어제 라디오에서 아나운서가 '열심히 한 사람에게 박수를'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참 좋은 말입니다. 남에게 해주기 말이죠. '열심'이란 단어는 참 잔인한 단어인 것 같습니다.

샤이니 종현이 생을 마감했을 때, 그 또한 스스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 많은 연예인이 왜 죽지? 라는 생각이 들면 아직 우울해본 적이 없는 거겠죠.
스스로의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아름답다. 너는 살 가치가 있다.
이런 말은 해주고싶지 않습니다.
세상이 아름다운지는 관심이 없고, 내가 살 가치에 대해서는 이미 판단이 끝난겁니다.
이번 생 고생 많았고, 다음 생은 없는 걸로 하자. 이 굴레에서 벗어나면 자유로워져라. 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스스로 하는 위로는, 일단 이번주까지는 티 내지 말고 열심히 살자.
남에게 듣고 싶은 위로는, 구구절절 없는 '화이팅'뿐입니다.
그래도 웃대가 있어서 소소한 행복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