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건 아닌 개인적인 '안톤 쉬거'에 대한 해석
안톤 쉬거에 대한 가장 대중적인 해석은 바로 그가 운명의 화신, 피할 수 없는 재앙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 해석만으로는 설명되지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느꼈다.
가령 안톤 쉬거가 죽이는 인물들을 살펴보자. 그가 죽이는 인물들은 두가지 중 하나에 속한다. 자신의 기분에 거슬리는 사람 （이 경우에는 동전 던지기를 시켜준다）, 그리고 돈가방을 가지는데 있어 방해가 되는 사람 （이 경우는 기회도 주지 않는다）.
그가 사람을 죽이는 데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명확한 명분이 존재한다. 동전 던지기도 스스로를 재앙, 운명에 빗대면서 살인의 명분을 만드는 행위, 즉 변명에 불과하다.
그는 세상의 불합리함 자체, 또는 그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 불합리함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득을 위하여 이용하는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일 뿐이다.
극단적으로 안톤 쉬거는 월스트리트를 비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안톤 쉬거는 어디까지나 돈을 목표로하고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것도 마치 기업과도 같이 냉정하고 침착하게 움직이는. （소설에서는 이런 면이 더 극대화되는 점이 돈가방을 회수한 뒤, 그대로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사업을 하려는 장면이 있다）
소설이 쓰여진 2000년대 초반은 세계 경제가 혼란한 시기였다. 닷컴 버블, 911테러와 결정적으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까지 여러가지 불운과 경제적 재앙들이 들이닥쳤고, 이로 인하여 수많은 소시민들이 경제적으로 몰락하게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 속 월스트리트의 행보는 놀라울 정도로 안톤 쉬거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순히 운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공매도, 작전 등등 온갖 수단으로 이익을 취하며 생존해낸 월스트리트에서부터 안톤 쉬거의 모습이 쉽게 보인다.
결말에서 안톤 쉬거가 교통사고에 휘말리는 곳또한 의미심장했는데, 마치 세계 경제를 모두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는 월스트리트도 결국 본인들이 예상하지 못한 불운에 휘말려 크게 파멸할 것이라는 듯한 예언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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