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오늘 처럼 비가 오고있었어요..
신촌의 한골목에서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몸을 피하려 어느 건물
로 뛰어 들었죠.

그때 건물 입구안에서 저처럼 비를 피하던 한 여자를 보았습니다.
약간 비에 젖은 긴머리에...
겁이 많은 듯 보이는 큰 눈과 그 속에 빛나는 까만 눈망울..
약간 추운듯 옅게 떨리는 입술...
그리고 화장기 없는 투명한 피부를 가진 여자였습니다.

그녀를 첨 그 건물안 입구에서 우린 말없이 오래 서있었습니다.

그녀를 넉 놓고 보고있던 난 그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황급히 시선을 돌린 저를 보며 그녀는 살짝 웃었습니다.

난 뭐가 그리 쑥쓰러웠던 걸까요...

어쩜 그녀도 내가 말을 걸어주길 기다리질 않을까....

전 용기를 내었고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저기요...."

"네.."

".....혹시 담배 있어요?"

아...이게 무슨 말이란 말입니까...
갑자기 담배 있냐고 묻다니...제가 생각해도 한심했죠..
근데 그녀가 대답했습니다.

"도라진데요..."

도라지!!!
도라지...도라지...니가 도라지라니~!! 니가 도라지라니~!! 내가 고자라니~!!!

그 고약한 냄새를 생각하니 전 화가 치밀었습니다.

정말로 그 순간 그녀의 입에서 그 고약한 냄새가 나는것 같기도 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녀의 따귀를 갈기고 말았죠.

내 손바닥이 그녀의 볼에 닿으며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마찰음이 일어나는 순간.
그 순간 그녀의 눈을 보았습니다.

살기에 번뜩이는 야수같은 눈빛이었죠..
전 '아...이 여잘 죽이지 않는다면 오늘 내가 죽겠구나..'란 직감이 들었습니다.
전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라이트 훅과 레프트 스트레이트로 그녀의 안면을 강타한후에..
빠른 발을 이용한 날렵한 풋 워크로 그녀를 교란시킨 후에. 팔꿈치로 그녀의 턱을 올려쳤습니다.

순간 아차!!싶었죠.
그녀의 보디 블로우가 동시에 제 복부에 들어갔던 겁니다.
내장까지 파고 들어간 그 고통이란..

그것은 분명 초보자의 펀치는 아니었습니다.

고도로 숙련된 가공할 만한 테크닉을 가진 펀치였습니다.

아...그녀가 그런 펀치를 구사 할수 있기까지 얼마나 피눈물 나는 펀칭연습을 했을까요..

난 적이지만 그 공격을 받은 후에 그녀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심까지 들었죠.

아..말이 잠시 다른 곳으로 새었군요.

우린 서로 비틀거리고 서로의 틈을 노렸습니다.

（중략）



이미 그라운드와 스탠딩전환이 3번정도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우린 매우 지쳐갔죠. 이제부터는 정신력 싸움입니다.



서로의 빈틈을 노리며 스텝을 밟는 중에 저 멀리 경찰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린 당황 했고..난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그녀가 말했습니다.

"튀어!!"

저는 뛰었습니다.

그 이후론 그녀를 볼수 없었죠..

아직도 비가오는 날이면 그 때 맞았던 복부가 욱씬거립니다.

그날을 생각하면서 잠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어봅니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