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복학생 혹은 아웃사이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야하는 곳

그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지옥과도 같은 곳

바로 군대.

군대에 있는 동안 갖은 훈련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지만

불행하게도 제대를 하고 난후에

다시 사회에 적응하는데에는 또다른 고통이 따르는 듯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제대를 하고 난 다음에

바로 일을 구하기보다는 복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때 많은 남자들이 겪는 심리적 공황상태에 대해 써보려한다.




때는 내가 전역한지 채 두달이 안된 2006년 8월 말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두근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2년만에 다시 캠퍼스의 땅을 밟으며 강의실로 들어서는데

얼굴을 아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_-




천상 : 뭐여 이건 -_-

사람들 : 댁은 뭐여 -_-

천상 : 나 니들 선배다 십숑구들아

사람들 : 아 ㅈㅅ 처음보는 얼굴이라..

천상 : 하하!! 뭐 괜찮아! 이제부터 친해지자굿! ㅋㅋ




그렇게 난 한달여간을 어색해진 캠퍼스생활에 적응하는데에

많은 노력을 투자했고

소심한 성격을 뒤로한채 억지로라도 밝은 표정으로 생활하였더니

그러는 와중에 자연스레 친구들도 생기게 되었다.

근데 쌍스럽게도 내가 지독한 병에 걸리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그 친구들과 이별한 채,

1년을 다시 휴학하고 병원에서 지내야 했다.

-_-

（[천상] 병원에서 생긴일 참조）




그래서 1년을 더 휴학하고 난 뒤에

다시 학교를 갈 생각을 하니

정말 미치도록 가기가 싫었다.

1년전 친구들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일이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고

다시 그 일을 한번 더 반복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너무 복잡해져서

그냥 대충 학교를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_-




게다가 이당시 병원에서 머리수술을 받은지 얼마 안되서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뜨거운 여름날에 가발을 쓰고다녀야했는데

이것도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하여튼 여러모로 짜증도나고 상황이 안좋았던터라

난 스스로가 아웃사이더가 되건말건

그냥 학점이나 받아오자는 심산으로 학교를 다녔다.








1. 신경안쓴지 한달째


- 식당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다는건 좀 부끄러웠다.

창피하기도해서 되도록이면 혼자서 먹는걸 피했으며

혹시라도 같은 과 아이들이랑 마주치게 될까봐

늘 조마조마하며 가슴을 졸여야했다. -_-




-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강의시간 내내

단 한차례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오직 교수님의 눈망울만 응시하며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는 척 하였다. -_-




- 조별 모임

강의를 할때마다 가끔씩 찾아오는 조별 모임..

조교가 인위적으로 조를 편성해주었는데

나와 같은 조가 된 애들은 내가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었다.

대화에 끼고 싶어도 낄 수가 없어서

애처롭게 그들의 모습을 바라만 보아야 했다. -_-




2. 신경안쓴지 두달째


- 식당

처음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게 너무 창피해서

차라리 굶거나 너무 배가 고프면

인적이 드문곳에서 몰래 빵쪼가리를 먹곤했는데

이제는 혼자서 먹는게 너무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편안하기까지하다.




- 강의실

맨날 앞자리에만 앉다보니

대부분의 교수님이랑 상당히 친해졌다. -_-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수업도중 교수님이

나에게 농담을 건네는 횟수도 많아졌고

자연스레 나에게로 아이들의 시선이 모아지곤했다.




- 조별 모임

조별 모임의 조원들이 은근히 자기들끼리만 활동을 하려 하길래

나는 그냥 그들이 열심히 과제물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며

그들이 스스로 내 학점을 채워주는 것에 감사했다.

어차피 조별 평가는 각 조원에게 동등하게 학점이 부여되었다.




3. 신경안쓴지 세달째


- 식당

배가 고파서 식당에 갔는데

자리가 모자라서 방황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혼자서 외로이 식사를 하고 있는

복학생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보이길래

그쪽 테이블로 가서 선한 눈빛으로 말을 걸었다.


천상 : 저, 자리가 없어서 그런데 초면에 밥좀 같이 먹읍시다^^

청년 : 네 그러죠^^


처음보는 청년과 학교돌아가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기분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 강의실

맨 앞자리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열심히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지 석달째.

이런 습관이 지속되다보니 결국 성적도 매우 향상되었고

교수님과는 거의 친구처럼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학점도 잘 나오게 되었고

이런 나의 모습에 나를 따르는 후배나 동기들이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원래 대학교 3~4학년쯤되면 공부 잘하는 친구랑 어울려서

학점 잘 따고 취업준비 잘하는게 장땡이다）




- 조별 모임

이제 어느정도 나의 인지가 생기게 되었고

또 내가 교수님들과 어느정도 친하다는 것과

은근히 학점을 잘받는 에이스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조별 모임에서 나의 도움이나 조언을 구하는

손길들이 급격하게 많아졌다.

그럴때마다 난 너털웃음을 시원하게 뿜으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천상 : 씨방새들.. 개무시할땐 언제고. 허허허^^;











- 현재

지금은 복학한지 1년이 지나

다시 새로운 학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수강신청할때 조언을 구하는 후배도 생기게 되었고

같은 수업을 듣자며 연락을 주는 동기도 생기게 되었다.

이 모든것은 그냥 내 모습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방치하듯 보여주며 편안하게 생활하였던

지난 1년간의 세월로 인해 나타나게 된 일들이다.

사실 아직도 인간관계가 많이 협소한건 사실이지만

예전처럼 억지로 여기저기 발넓은 척을 하며

발광을 떨었던 그 시절보다는 훨씬

상황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아웃사이더 혹은 평범한 복학생.

둘의 차이는 대인관계에 겁을 먹고

인위적으로 사람들을 대하는가의 여부에 의해서 판가름되는

종이 한장 차이뿐인 대명사가 아닐까?






Fin.


결말이 너무 다큐멘터리스러워서 짜증났다면

진심으로 죄송-_-

실은 나도 결말 쓰면서 기가 찼음-_-ㅋ










자비를 베푸셔서 3초 투자하여

추천한방 날려주신다면

3년간 행복해지는거 아시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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