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웃대 가입하고 눈팅만 하던 듣보잡 뉴비가 험한 일 당한 기억이 있어서
까먹기전에 쓱쓱 적어서 올릴라고, 독한 맘 먹고 씁니다

처녀작이니 정 못 읽겠다 싶으신 분들은 반대말고 뒤로가기를 살포시 눌러주십시오 ㅠㅠㅠㅠㅠㅠㅠ































그저 노는 게 좋았던 좃중딩 시절, 안 올 것 같던 겨울방학은 결국 찾아왔고



나는 고등학교 진학준비를 하면서 국영수를 위주로 공부





















하기는 개뿔 아주 신명나게 놀아재끼며 하루하루를 달력 찢는 재미로 살았다.




















이 모습을 흥미있게 관찰하시던 부모님은 나를 학원에 갔다 박을 계책을 꾸미셨고




결국 시내에 있는 외국어학원에 다니게 됨.









그 후로 빠삐놈을 반복듣기 해놓은듯한 일상이 방학 내내 나를 괴롭혔다.









버스에 앉아 정신줄을 놓으면 언제나처럼 나를 학원 앞으로 배달해줬고



도착한 학원에서 외국인 선생님과의 다정한 대화.






-오늘 머리스따일을 바꿔보았는데, 어울려요? （영어로）

-Fire in the hole （당연히 영어）










（아, 그분들은 나에게 가운뎃손가락의 신성함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선생님들이랑 비속어배틀 하면서 학원 강의실 빙빙빙 돌다가,






학원일정이 끝나면 다시 무거운 몸과 함께 노약자석의 안락함을 느끼며 다시 집으로 귀환...









반복, 반복, 반복이었다.







버뜨 이런 내게도 몇 주일만에 드디어 일탈의 기회가 찾아왔으니



그렇다고 왠 듣보잡 부엉이새끼가 편지 들고 와서 투하하고 간 건 아니고...



















쩝, 그날도 다른 날처럼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면서 썩은 동태눈을 한 채 전방을 주시하는데



왠 검은 손이 측면에서 파고들어 내 손목을 움켜쥐더니 엄청난 악력으로 나의 움직임을 봉쇄하는 것이었따.


싸한 느낌이 팔을 타고 올라오면서 내 머리는 순식간에 수백가지의 시뮬레이션을 만들어냈고


두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아 좃됐구나, 가는구나. / 내가 존나 호락호락해 보이더냐 시발럼아












내 두뇌는 후자쪽의 생각에 보다 강한 공감을 느꼈고,



그 상황에서 제일 적절한 스낄을 구사하기 위해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혹시, 반경 30M 이내 사람들의 이목을 나에게 집중시키면서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방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
































쉽다, 그냥 소리 질러재껴라.













" 끼으아어아악? "











고개를 돌리며 장차 내 가해자로 거듭날 인물의 안면짝을 확인하고 나자



졸라 쪽팔리게시리 내 샤우팅은 의문형으로 바뀌었다.





왠 할머님께서 내 손목을 움켜쥐고 이죽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순간 안도했다, 하지만 긴장의 정신줄을 놓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시발 할머니 악력이 이정도냐, 소드마스터냐?



















'킹 오브 파이터즈' 라는 격투게임을 조금이라도 개념 가지고 해 본 사람은 안다.


상대의 현란한 플레이에 말려서 구석에 누웠을 때의 그 어마어마한 압박감









가만히 있기?
중단?
하단?
잡기?
중단치려다 하단?
하단치려다 중단?
때리고 잡기?
잡고 때리기?
점프공격 헛치고 하단털기?
점프공격 헛치고 잡기?
도발?



















지금 상황이 딱 이거다, 상대방이 조성하는 미스테리 속에서 골 빠개지는 상황.



















그래서 이 할머니가 갑자기 내 복부 쪽으로 들이민 종이쪼가리가 칼인 줄 알고 존나게 아파했다.















혼자 몇초간 지랄하다가 정신 차리고 종이를 보아쓴데



맨 위에 커다랗게 쓰여있더라.











[기부자 명단], 아니. [구입자 명단] 이던가?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일딴 넘어가자




절망스런 얼굴로 할머니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할머니의 손이 펼쳐진 종이의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 아래에는 존나 떨리는 손으로 쓴 듯한 사람들의 이름이 주욱 적혀있고



그 옆 칸에는 '기부금액' 이라는 타이틀을 단 채 돈의 액수가 주욱 적혀있었다.













....시발, 최소가 2000원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00원이 뜯기기 싫었던 나는 배째라식으로 나가기로 결심하고 일단 선제공격을 찍었다













"돈 없는데요."










할머니가 존나 꼬운 표정으로 내 이목구비를 한번 야리시더니



종이쪼가리 뒷면에다가 무언가를 적어서 나에게 보여줬다










' 1000원. '












말인즉슨 금액을 반으로 줄여줄테니까 순순히 나에게 천원을 헌납하라 꼬꼬마 새키야인데



시발 천원이면 그당시 대형마트에서 500원짜리 아이스크림 4개를 사먹을 수 있는 돈이다



나는 완강한 도리도리로 내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할머니의 눈에서 무언가 광채가 나는 듯 하더니 다시 종이쪼가리 뒤에 무언가를 적어서 보여줬다







' 500원. '








아따 쓰빠 끈질기네... 라고 생각하며 할머니를 바라보는 순간



할머니의 다른 쪽 손이 내 눈 앞에서 무언가를 흔들고 있었다.













오










나름 괜찮게 생긴 핸드폰줄이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할머니의 보디랭귀지는 내 500원과 핸드폰줄을 등가교환 하자는 것인데



내 병신같은 오른손은 바로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는 100원짜리 4개와 50원짜리 두개를 날롬 꺼내다가



할머니의 손 위에 얹어드렸다


































그러자








































할머니는









































씨익 웃으시더니


















































핸드폰줄을 주머니로 쏙 집어넣고는







































내 머리를
































쓱쓱






























두번 쓰다듬어주고





































지 갈길을 가기 시작했다.













































씨바 내 오백언




















존나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친구한테 문자 한통을 보냈다


















[야나할머니한테500원뺏걋ㅅ어]







패닉상태였기에 띄워쓰기는 이미 안드로메다로.







답장이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병신]















[너일루나와봐존나무서워]















[ㅋㅋㅋㅋ할일도없는데 잘됐다 어디임]













[중앙로역근처]












[ㅇㅇ 지금감]











































결국 친구새끼도 1500원 뜯겼더라.























이거 작년 이야기인데

대구 동성로 민들레영토 반경 500m 근방에 한번씩 출몰하는 듯

혹 지금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종이쪼가리 보니까 4000원 뜯긴 빙시도 있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