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이저 시리즈 만큼 정말 뒤로 갈수록 나락의 밑바닥을 쓸어 담다시피한 프랜차이즈도 드물지 않나 싶다
거의 팬심과 근성 하나로 버티며 10편까지 어찌저찌 보긴 했지만....
보는 내내 '디멘션 필름 개XX들아!!' 라는 욕을 참을 수 없었는데, 이번 리부트에는 드디어 원작자인 클라이브 바커가 참여한다고 하니 그래도 아주 조금은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건 사실이었다
라일리는 친오빠의 집에 얹혀 살며 하루 하루 미래 없이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친구 트레버의 제안으로 버려진 창고에서 퍼즐 박스를 줍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퍼즐 박스를 작동하게 된 라일리. 그녀는 지옥의 수도사들에 의해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제물로 바쳐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그 동안 3편부터 지옥의 수도사이자 고통의 철학자였던 핀헤드가 지구 정복에 눈 먼 허접 쓰레기 악마였던 캐릭터성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다시 1,2편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다시 가져왔다는 것이다
헬레이저 1,2편을 살면서 몇 번씩 재탕해온 나로서는 솔직히 이것만으로도 눈물나게 고마울 지경이다
그리고 이번 수도사들의 캐릭터 디자인도 원작자였던 클라이브 바커가 직접 해서 그런지 몰라도, 원작과는 다른 또 다른 개성이 상당히 돋보였다
그 전의 수도사들은 검은 가죽옷에 고문을 받은 듯한 모습으로 인해 머리부터 발 끝까지 BDSM 을 잔뜩 끼얹은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아주 살가죽을 난도질 당한 듯한 느낌이어서, 솔직히 비주얼만 놓고 보면 어지간한 호러 영화 캐릭터는 비비기 힘든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스샷은 마지막에 공개하겠다）
다만, 각본을 클라이브 바커가 담당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몰라도 '같은 원작을 영화화 했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스토리는 몰입하기 힘든 구조였다
헬레이저 시리즈의 1편과 2편이 인간이 선과 악을 동시에 맡음과 동시에 지옥의 수도사들은 그 중간에 낀 형태였는데, 이로서 헬레이저=지옥을 일으키는 자=인간, 이라는 선과 악의 전복을 완벽히 구현해냈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핀헤드가 맡은 일은 그저 주인공인 라일리에게 '벗어나고 싶다면 주변 사람을 제물로 바치라' 고 말하며 그저 압박하는 것에 그친 데다가
제물로 바쳐지는 사람들 역시 퍼즐 박스의 칼날에 찔린다 -> 세노바이트 들이 나타난다 -> 지옥으로 끌고간다, 라는 너무나 단순한 패턴이라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라일리는 극 중 스토리의 큰 전개에서 겉돌고 있는데다가 하는 짓이 장난 아니게 발암이어서 보는 사람의 복장을 수십 번 터트린다
아니 얜 주인공이라는 애가 지 혼자 아무것도 못 하면서 왜 이렇게 혼자 뭘 하겠다고 난리를 치는 건지...
1,2편의 주인공 커스티의 경우 핀헤드에게 딜을 걸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걸 생각해보면 정말 이번 영화의 라일리는 너무 심각할 정도의 발암캐릭터다
단순 주인공만 놓고 보자면 가히 시리즈 최악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
그나마 마지막 라스트 씬 만큼은 '헬레이저 시리즈 맞네' 싶기는 하다만, 문제는 뒤집어 말하자면 라스트 씬을 빼놓고는 이 영화에서 뭔가 볼만한 장면이 없었다는 것이다
리부트라는 점에서 <할로윈> 리부트 1편이 원작에 대한 오마주와 팬서비스, 그리고 강화된 드라마 등등으로 호평과 흥행에 성공했던 걸 보면서도 감독은 느낀게 없었던 걸까?
이럴 거면 그냥 각본도 클라이브 바커가 맡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후 아래 스샷은 사람에 따라 혐오스럽게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할 것.참고로 원본은 워낙 어두워서 캡쳐 후 약간의 보정을 한 것임을 밝힌다）
보면 볼수록 디자인 하나만큼은 참 잘했다고 느껴진다
얘네도 분명 피규어로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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