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개인 작업도 힘들고, 자가 격리 시간 동안 어차피 할 것도 없어 대체 뭘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그 동안 작업 때문에 보고 싶지만 뒤로 미뤄 둔 영화들이나 봐야겠다' 라는 고민을 했다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이 곳곳에 은은하게 묻어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대사를 통한 은유적 묘사' 는 내가 좋아하는 이전 영화들 （<복수는 나의것>,<스토커>） 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슬픔이 누군가에겐 파도처럼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겐 물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밀려오는 것처럼'
그들의 사랑도 어떠한 계기를 통해 강렬한 파도가 아니라 잉크처럼 서로의 삶에 천천히 스며든다
여기에 감독은 수사물과 로맨스라는, 얼핏 보기엔 언밸런스한 조합을 보란 듯이 섞어 냈다
해준 （박해일） 은 극 중 불면증에 시달리며 잠복 수사에 진심인 형사다
하지만 이는 서래 （탕웨이） 에겐 반대로 자신을 지켜주는 것으로 비춰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중반부 이후에선 서래는 자신이 의심 받을 걸 뻔히 알면서도 사건 현장을 훼손하는 행위를 벌인다
단순히 '해준이 피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그 어떤 행동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럼에도 해준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마치 '누군가에겐 파란색으로, 누군가에겐 녹색으로 보이는 드레스' 처럼
1부는 산, 2부는 바다가 배경인 것에서 영화는 서로 대조되는 배경으로 끌고 나간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다르게 생각했다
산은 해준을, 바다는 서래를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해준이 마치 산처럼 한 자리에서 서래를 지켜봤다면, 서래는 바다처럼 누가 뭐라 해도 그를 품으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음을, 그 누구보다 자신들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헤어질 결심' 을 하고 나서야 이들의 사랑은 '완결이 아닌 미결' 로서 완성된다
마침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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