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100주년을 맞이하였다고 한다.
어느 흘러가는 이야기로 세계 2차 대전 때 샛별 같이 나타난 세계 첫 장편 컬러 애니메이션 회사가 디즈니라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어릴 때의 추억 속 한 켠에서 항상 동심을 지켜주던 회사가 100주년이 될만큼 오래된 회사라는 것이 어찌보면 꿈과 같은 소리처럼 느껴진다. 마치 필자의 어릴 적도 100년 전이 되었다는 느낌 같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산 것은 아니지만, 나의 동심이 이렇게 오래되고 낡아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한 세기라는 시간동안 여러 작품들을 보여준 회사라도 사람들 각자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필자는 이번이 첫 글이기도 하지만, （아마）길지는 않게 디즈니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한가지 이야기 해볼까 한다.
디즈니（이제는 픽사와 하나가 되었으니 픽사작품과 합쳐서 얘기하도록 하겠다）라고 하면, 동화와 판타지와 조금의 액션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몇 시간씩 나누어도 끝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가지고 있는데, 현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경우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아래의 것이다.
라따뚜이, 몇번이나 불러도 약간의 어색함이 입에서 가시질 않는 제목과 함께,
다른 작품과는 달리 디자인적으로 아주 매력적인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이 아니지만,
필자는 위의 작품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좋아하게 되었다고 표현을 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이 라따뚜이를 접할 때 구스토의 신조이자 작품의 메인 메세지"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가 깊은 이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어릴 적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다른 디즈니（특히 픽사）의 작품과는 다르게 큰 감동이나 신파가 느껴지지 않았기도 했고
（필자는 픽사 영화만 보면 펑펑 우는 편이기도 하기 떄문이다.）
무엇보다 요리에 전혀 실력이 없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요리를 할 수 있다"라는 말이 와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20대가 되어 대학교와 사회생활을 접해갈 무렵 이 작품은 필자에게 하나의 요리처럼 새롭게 다가왔다.
아래부터는 리뷰아닌 리뷰인데, 시간상 다들 영화 보셨으리라 믿고 스포를 기반으로 진행할 것이다.
먼저 라따뚜이가 시작될 때는 프랑스, 파리를 보여주면서 최고의 요리는 프랑스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곳에 '구스토'가 있는 걸 보여준다.
난 이 시작이 참 마음에 들었다. '요리'라고 한다면, 폭 넓은 종류와 맛과 향이 있는 걸 모두 뜻하는데, 이 시작은 보는 이들에게 '요리'를 한정시키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친근한 국밥도 요리이고, 든든한 햄버거도 요리 중에 하나지만, 이번 작품에서 우리가 '요리'라고 하는 건 （고급） 레스토랑을 떠올릴 법한 쉐프들의 솜씨가 들어간 작품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이 이미지를 픽사스럽게 또 '요리'해간다.
주인공으로는 구스토의 신조 대사 중 '출신은 우리를 발목 잡을 수 없다'하는 말처럼, 요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것 같이 느껴지）는 두 인물,
（귀여운） 쥐인 [레미]와 청소부 [링귀니]가 나온다.
'쥐'인 레미는 주방에 존재조차 해서는 안되는 존재로, 이런 쥐（출신） 마저 요리에 관심이 있고, 요리를 할 줄 안다는 것은 '누구가 요리 할 수 있다"라는 메세지를 한번에 이해할 수 있는 메인 디시처럼 보인다.
식탁에 앉은 순간부터 기대하고 등장할 때 그 맛을 느끼기 쉬운 메인 디시같이 말이다. 그리고 요리 능력도 기가막히게 좋아서 고급 식재료가 담긴 본 메뉴인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아무리 고급 식재료라도 향신료나 MSG가 없다면 약간의 밍밍함을 떨쳐 버릴 수는 없는 법.
그 MGS가 [링귀니]로 생각된다.
사실 링귀니는 구스토의 아들인데, 유전자에 요리 실력은 포함은 안되는지, 요리는 정말 형편없다.
보통의 클리셰라면 숨겨진 아들= 수상할 정도의 실력으로 '이 자식은 아비가 엄청난 분이겠군'을 암시하는데,
얘는 초반에 "로즈마리가 향신료지?"를 쥐에게 물어볼 정도로 요리에 관한 지식도 경험도 헤프다는게 보인다.
그리고 끝까지 요리 실력이 좋아지는 건 없다. 엔딩 때도 웨이터다..
인정받지 못했지만 타고난 능력도 없고, 실력이 발전되는 것도 없어서 기존의 클리셰와 전혀 맞지 않는데,
오히려 이것이 주인공인 '레미'에게 살짝 톡쏘게, 어려면 감칠나게 어울리는 MSG가 된것 같다.
이런 실력없는 링귀니로 오히려 레미가 돋보이고, 요리사（쉐프）로서의 실력이 발휘되었으니 말이다.
일단 먹기 쉬운 메인디시랑 MSG도 나왔겠다.
'요리'에 대해 다시 곱씹어 봐야할 때다.
신기하게도 라따뚜이에는 인상깊은 빌런격 역이 나오는데, 그 이름까먹은 쫓겨난 쉐프도 있지만,
'이고'다. 스펠링은 까먹었지만, 발음이 'Ego'（자아） 같아서 마음에 든다.
특히, 이고의 타자기의 모습이 해골처럼 보이는 것도, 이고의 방이 관처럼 보이는 것도
이 자가 얼마나 혹평적인 비평가인지, 쉐프들의 저승사자인지 분위기를 깔아준다.
이 '이고'가 미식가가 아니라, 애식가인 것도,
끝에 라따뚜이를 먹으면서 감동하는 것도 클리셰를 이용하면서 약간 비트는 것이 참 마음에 든다.
사실상, 이고가 라따뚜이를 먹을 때 어머니가 해주신 맛을 떠올려서 감동 받는건 살짝 식상한 내용으로 치부 될 수도 있다.
어느 감동 스토리를 모아둔 책의 한 자락 글 같은 전개가 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이게 영화 라따뚜이의 메세지를 더 살리는 작용을 해서 좋다.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 여기서 요리를 처음에는 고급스러운= 미슐랭 별점에 오르는 요리를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런 것은 "누구나 만들 수는 없다고" '이고'는 말한다.
작품속에서 상세하게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이고의 어머니는 미슐랭 별점을 받는 쉐프로 생각 되지는 않는다. 이고가 어릴 때 만드신 요리도 레스토랑에 출납되는 고급스러운 식재료를 쓴 라따뚜이로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고가 라따뚜이를 먹을 때 떠올리는 장면은 우주를 가로지르는 황홀한 연출이 아니라, 이 투박한 장면이 나온다.
작품의 정점인 장면으로는 특이할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라, 어느 파인 레스토랑에서 소고기 안심 스튜를 먹었는데 거기서 어머니가 해주신 장조림 맛이 난다고 하면, 5성급 호텔에서 오리엔탈 소스를 신선한 야채와 비율 좋게 버무린 샐러드에서 할머니께서 해주신 시금치 무침 맛이 난다고 한다면,
당연히 어떻게 보면 썩 괜찮은 평이지만 한편 이상한 평으로도 느껴진다.
그렇지만 정말 완벽했다.
고급스럽지 않더라도, 누구나 맛있게 먹고 즐기는 것이 '요리'인 것을 느끼게 해주고, 그 '요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이고가 느끼게 해준다. 이고가 후에 레미를 직접 만나고도 미친사람 취급하지 않고 모든 것을 듣고 생각하고 비평한 것을 보면, 이미 지금까지 깔아온 생각이 라따뚜이를 먹으면서 변해 있었음을 생각하게 한다.
라따뚜이의 메세지는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 = 누구나 '잘' 할 수 있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살짝 가슴이 아파지는 메세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출신과 상관없이 누구나 자신의 신념과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는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그 '요리'자체고 엄청나고 고급스러운 것만 말하는 게 아니다.
어쩌면 소소할지도, 어쩌만 작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꿈을 누구나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알려준다.
정말 누구나 어떤 '요리'든지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그 옛날 주방장이 '구스토'에서 냉동 식품을 파는데 얼마나 구스토의 신조에도 안 맞고 작품을 통틀어서 전혀 반대되는 입장의 인물인지 보여준다. 요리 자체를 할 수 없는걸 마케팅하니 말이다.
다만, 밀키트라면 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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