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담은 사실 영화 그자체론 별로 할 말이 없는 작품입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개그가 제 취향이라 웃기기도 했고, 액션도 대단했죠. 액션으로 꽉꽉 채워넣은 러닝타임이 스펙타클함에 대해선 보장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뭐랄까요, 감동이 없다고나 해야할까요. 분명 저들은 위기감에 몸부림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들만의 세상같게만 보입니다. 저는 스크린을 너무 명확하게 인식하는 구경꾼에 지나지 않는 존재가 됩니다.

음.. 그러니까 넷플릭스나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는 느낌으로 영화를 대하게 됩니다. 저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화장실좀 갔다와야지~하며 나가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터질듯한 오줌보를 부여잡으면서도 앉아서 보는 게 저의 영화 철학이거든요.

이 영화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분명 저는 dc유니버스에 친숙하지 않아서,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이 어떤 애들인지 전혀 모르지만 걱정이 안되는 겁니다. 어차피 영화에서 내내 대사로 설명해줄 거니까요.

사실 영화에서 대사라는 것이 설명으로 기능할 때가 많습니다. 관객에게 등장인물에 대해, 사건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이 대사죠. 일반적으로 재난영화에선 TV, 라디오 등의 매체를 통해 관객에게 무슨 상황인지 지속적으로 상기시킵니다. 위급한 상황인 것을 알아야 관객이 긴장하게 되니까요.（봉준호의 괴물은 이런 매체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비틀어서 의미없는 정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역할로 보여줌으로써 블랙코미디를 만들었죠.）

슈퍼히어로 장르들이 이젠 세계관이 너무 넓어져서 화면의 이미지로만 설명할 수가 없게된 것도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히어로 영화들이 화려하지만 밋밋하다는 겁니다. 배경을 주목하면 화려한 cg로 덧씌워져있지만 운동성이 없습니다. 카메라는 계속 패닝을 하거나 움직이지만 대부분 큰 의미없이 화면을 움직이는 용도로만 쓰입니다. （이걸 베이헴이라는 용어로 얘기하기도 합니다. 트랜스포머를 상상해보세요.）

영화는 카메라에 보이는 모든 것이 기호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모든것은 상징과 도식으로 이루어진 구조일 수도 있죠. 이미지가 보여주는 운동성, 시간, 공간은 영화예술이 가지고 있는 씨네마적 특성입니다.

영화 이미지가 상상력을 파괴시킬 것이라는 우려와는 다르게, 우리는 화면속 이미지가 이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상상합니다. 장면 1에서 취한 두사람이 장면 2에서 갑자기 택시를 타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요.

하지만 슈퍼히어로영화는 이런 시도가 많이 없어보입니다. 이스터에그는 많지만, 이것은 그저 숨은그림찾기에 지나지 않죠. 과거 스콜세지 감독이 "마블은 씨네마가 아니다"라고 평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을 겁니다.

최근 히어로 영화들은 분명 재밌지만 지루해졌습니다. TV드라마를 보듯, 그저 소리로 감상해도 충분해진 것이죠. TV드라마의 패턴을 잘 생각해보면, 밥을 먹으면서 혹은 설거지를 하며 볼 수 있게 대사와 소리만 들어도 대강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영화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위기감이 존재하네요.